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49재_화엄반 도현 中스님

가람지기 | 2019.04.19 20:54 | 조회 2120

안녕하십니까.

  온 도량 은은히 퍼지는 매화의 향기, 그리고 상큼한 치문반 스님들을 보며 저절로 행복해지는 봄 날 ‘49를 주제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화엄반 도현입니다.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이번 방학에 집에서 가장 많이 접한 것이 재와 사경인지라 학인스님들이 이미 다 알고 계신 내용이겠지만, 한번쯤은 다시 알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주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대중스님들도 다 알다시피 불교식 탈상인 49재는 천도재의 하나로써 7.7재 외에도 백재, 소상재, 대상재가 있습니다. 의식절차에 따라 상주권공재, 각 배재, 영산재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상주권공재가 가장 기본적인 의식이며, 여기에 기복신앙에 대한 의례를 더한 것이 각 배재와 영산재입니다. 알다시피 영산재는 의식이 장엄하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 유래를 찾아보면 원시불교인 인도불교에서 성립된 것이 아닌 6세기경 중국에서 생겨난 의식으로 유교적인 조령숭배사상과 불교의 윤회사상이 절충된 것입니다. 생전 행위자체에 대한 업보가 개인에게 한정되는 무아설 외에 육도의 사상적 해석에 따르면 모든 중생은 육도를 윤회하고 있으니 사후에 재를 지내줌으로써 부처님의 가피 아래 10대왕의 관용을 빌어 벌을 면하고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기도행위입니다. 또한 이 49일 동안에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하여 후손들이 정성을 다하여 재를 올리면, 그 공덕에 힘입어 보다 좋은 곳에 태어나고, 그 조상의 혼이 후손들에게 복을 준다는 유교사상도 결합되어 있습니다.

  죽은 이가 생전에 행한 선과 악을 바탕으로 다음 세상에서의 인연이 결정되며 살아있는 동안 깨달음을 얻어 윤회고를 벗어나지 못하면 계속하여 육도를 헤매게 되는데 이 49일간을 중유 또는 중음이라 합니다. 또한 사후 49일 동안은 이미 목숨은 끊어졌으나 정신은 생전 그대로 머무는 상태로 영가는 떠나온 길에 대한 두려움과 온갖 환영에 시달리며 보내게 됩니다. 따라서 영가에게는 비록 생전에 많은 죄업을 쌓았더라도 이 49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6도 중의 하나에 태어나게 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가에게 불법을 들려주고 삶의 무상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는 49재는 더 없이 소중한 의식입니다. 또한 남아있는 가족에겐 영가를 위하여 부처님께 축원하고 명복을 기원하는 의미의 마직막 배려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일곱 번째 재를 막재 혹은 49재라고 하여 1재부터 6재는 간소하게 하여도 막재는 영가에겐 축제요, 중요한 날이므로 성대하게 치룹니다.

 

  49재에 관한 전거를 살펴보면 지장경에 지장보살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장자여 내가 지금 미래 현재 일체중생을 위해 부처님의 위력을 이어서 간략히 이 일을 설하리라. 장자여 미래 현재 모든 중생들이 명을 마칠 때 다다라서 한 부처님 이름이거나, 한 보살의 이름을 얻어 듣게 되면 죄가 있고 없음을 불문하고 다 해탈을 얻으리라. 죽어서 모든 이가 49일 안에는 업보를 받지 않았다가 49일이 지나면 비로소 업에 따라 과보를 받나니, 만일 죄인이 이 과보를 받으면 천백세 중에 헤어날 길이 없나니 마땅히 지극한 정성으로 49재를 베풀어 공양하되 이 같이 하면 목숨을 마친 이나 살아있는 권속들도 함께 이익을 얻으리라라는 구절을 비롯하여 법화경과 지장경, 아미타경, 약사여래경 등의 사상에 근거해서 봉행하는 의식이며, 불교의 윤회관이 중국의 시왕사상과 결합하여 나타난 의식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은 한국 고유의 유교사상과도 결합되어 한국불교의 특징인 동시에 한국 고유의 민족의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요즘은 천주교에서도 49재를 모방한 50재를 지내고, 종교가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부모형제가 상을 당하면 절에서 49재를 모십니다. 무엇보다 가정에 빈소를 차리지 않고 절에서 모시면서 빈소역할까지 겸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는 불교상례 중 하나입니다.

  알다시피 49재는 죽은 날부터 49일 동안 행해지게 됩니다. 삼일장인 경우 밤11시부터 새벽1시인 자시에 죽을 경우 다음 날로 시작하여 사흘째에 발인하게 되나, 특이하게도 49재는 양력으로 계산하여 자정 전에 돌아가셨을 경우엔 그 날로 계산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에서 정착되는 과정에서 관행으로 굳어져 버렸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재를 모실 때엔 육신과 허상에 메이지 않고 참된 자기를 깨닫고, 모든 죄업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대게 천수경, 무상계, 반야심경, 장엄염불, 금강경, 아미타경, 지장경을 독송합니다.

  스님의 염불과 가족들의 독경소리를 듣고 깨달은 영가는 지난 생을 차분히 돌아보며 부질없이 집착했던 자기 모습을 참회하고, 마침내 삶의 무상을 바로 깨달아 새로운 세계인 환생을 맞을 준비를 하게 됩니다.

 

  다 아시겠지만, 절차를 살펴보면 동구 밖에서 영가를 맞아들이는 시련을 시작으로, 영가에게 간단한 대접을 하여 맞아들이고 휴식하게 하는 대령, 불보살을 맞이하기 위해 영가를 목욕시키는 관욕, 불도량을 잘 수호하도록 모든 신중을 맞아들이는 신중작법, 불단에 공양을 들이며 법식을 베푸는 상단권공, 영가를 대접하는 대중적인 제사의식 중 하나인 관음시식, 불보살을 먼저 배송하고 영가도 왕생시키는 봉송으로 진행됩니다.

 

  알다시피 죽은 자는 시왕 중 7명의 대왕에게 순서대로 각각 7일씩 49일 동안 심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죄업을 많이 지은 자는 49일 이후 3명의 대왕에게 다시 심판을 받는데, 죽은 후 100일이 되는 날은 제8 평등대왕, 그리고 1년이 되는 날에는 제9 도시대왕, 3년째에는 제10 오도전륜대왕의 심판을 받아 총 3년의 기간 동안 명부시왕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옛적엔 부모가 돌아가시면 곁에서 3년 탈상을 모셨으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49재에 탈상의 개념도 포함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초반 7지옥을 위해 49일 동안 7.7재를 모시는 것과 같이 철상지옥 때엔 백재를, 풍도지옥 때엔 소상재를, 흑암지옥 때엔 대상재를 모시게 되나 경제적 이유 등 여러 가지 형편상 한국에서는 49재까지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흑암지옥까지 통과한 중생들은 여기에서 인간계, 축생계, 아귀도, 아수라, 팔열지옥, 팔한지옥으로 가게 됩니다. 앞의 7지옥과 다른 점이 있다면 거해지옥에서 끝이 난 중생들에게는 천상계로 갈 수 있는 문이 열려있지만 거해지옥에서 철상지옥으로 넘어가는 순간 천상계의 문은 닫히게 되며 최대한 노력해도 인간계로밖에 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49재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중여러분, 출가한 우리들은 앞으로 많은 49재를 치를 것입니다. 단지 극락세계를 가기 위한 의식인 줄 아는 많은 중생들에게 그 의미를 하나하나 헤아리게 할 순 없으나, 적어도 그 의식을 진행하는 스님들은 49재의 중요함을 마음깊이 새겨 하나부터 열까지 정성을 다하기를, 그 초심이 변치 않기를 발원합니다.

우리 곁에 살포시 깃든 봄의 기운처럼 한분 한분의 가슴 속에 풋풋한 그 초심이 총총히 깃들어 청정한 수행자로 거듭나길 간절히 발원하며 차례법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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