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괴로움의 근본 - 사집과 지용

가람지기 | 2019.11.10 21:27 | 조회 1080


괴로움의 근본 

                          

  고의가 다리에 감기고 종일 땀으로 젖어있던 적삼, 흐르는 땀과 이글거리는 태양과 실갱이 하던 여름이 가고 서서히 나무가 옷을 갈아 입는 가을입니다. 괴로움의 근본이라는 내용으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집반 지용입니다

  옛날에 어떤 도인이 까마귀 . . 비둘기 . 사슴 등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네 마리 동물은 낮에는 각자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저녁이 되면 도인 곁으로 돌아와 법문을 듣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밤에 네 마리의 동물은 자기들끼리 공론을 벌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두려운 것이 뭘까?”

  이 문제를 놓고 네 동물이 제각기 돌아가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먼저 까마귀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배 고프고 목마른 것이 제일 괴로워 . 배 고프고 목마를 때는 정신이 없어져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다가 그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화살이 날아오는 것도 모르게 되지. 이렇게 하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으니. 배 고프고 목마른 것이 제일 괴로운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어?” 

  이번에는 비둘기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음욕심이 가장 괴롭고 무서운 것이야. 나는 음욕심이 발동하면 짝을 찾아 노느라고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어. 다른 짐승들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노리는 것도 잊어버린 채...... 음욕심 때문에 내 몸이 위태롭게 되고 목숨까지 잃을 뻔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이것보다 두렵고 괴로운 것이 어디 있겠어” 

  이어서 뱀이 말했습니다.

  “나는 성내는 것이 가장 괴로워. 한 번 독한 마음이 일어나면 가깝고 먼 관계를 가리지 않고 덤벼들거든. 그러다가 남을 죽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죽을 수 있으니, 성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사슴이 말했습니다.

  “나는 공포심이 문제야. 나는 어찌나 잘 놀라고 두려움이 많은지 바스락 소리만 나도 포수나 맹수가 아닐까 하여 덮어 놓고 뛰거든. 그러다가 언덕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구덩이에 빠져서 다리가 부러진적도 여러 번 있었지. 나는 공포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거야. 어찌 공포심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으리.”


 

  네 마리의 동물들이 하는 말을 듣고 도인이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두려움과 괴로움은 모두 지엽적인 것일 뿐이다. 너희들은 아직 괴로움의 뜻을 모르고 있다. 천하에 몸보다 더 괴로운 것이 없다. 배가 고프고, 목마른 것, 추위와 더위, 미워하고 성내는 것, 공포에 떠는 것, 성욕과 원한 같은 것은 모두 이 몸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이란 온갖 괴로움의 근본이며 재앙의 근본이다. 마음을 괴롭히고 애태우게 하는 것과 서로 해치며 죽이고 하는 이유는 모두 이 몸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 몸이 있는 한 고통은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괴로움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이 몸을 탐하지 말고 오직 열반에 뜻을 두어 도를 닦아야 하느니라.”

 

  네 마리의 짐승은 법문을 듣고 모두 마음이 열려 발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법구비유경부처님께서는 음욕보다 더한 뜨거움은 없고 분노보다 더한 독이 없으며 몸보다 더한 괴로움 없고 열반보다 더한 즐거움 없다. 조그마한 즐거움과 조그마한 재주와 조그마한 지혜를 즐거워하지 말고 모든 것을 관찰해 큰 것을 구해야 그것이 큰 안락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생존 모습을 보면 살기위해서는 육체를 잃지 말아야 하고, 육체를 잃지 않고 유지하려면 물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물질이 넉넉하면서도 자기 육체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육체를 잃지 않고 잘 유지해 가면서도 삶을 잃어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는 육체의 안일과 쾌락에만 집착하여 우리의 참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육체는 헛것이어서 태어남과 죽음이 있지만 참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끊임도 없고 변함도 없다는 진리를 체득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육체가 끝없는 고통의 근본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전정각산에서 6년 고행을 마치시고 네란자라 강을 건너 보드가야 강변에서 수자따를 만나 유미죽을 공양 받고 고행으로 허물어져 가던 몸을 추수리게 되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몸이 있어야 깨달음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행을 위해서는 사대로 이루어진 육체를 보살펴야 합니다.

  이 육체에 끄달리지 않고 육체의 괴로움에서 벗어 날 수 있다면 부처님처럼 진정한 수행자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리는 육신에 집착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고통, 나의 괴로움만이 보이고 나의 아픔만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제일로 고통스럽습니다.

  출가 전, 사랑하는 사람들과 긴 이별에 삶을 포기할 정도로 무척이나 괴로운 나날을 보낼 때 주위의 몇몇 스님들께 출가 권유를 받았습니다. 처음엔 이 나이에? 지금 와서? 무엇 때문에? 뭣하러?”라는 반문을 했습니다. 계속 되는 권유에 그래 죽는 것 보다는 쉽겠지!”하고 아무런 지식도 없이 무작정 운문사로 왔습니다.

  하지만 처음 운문사에 왔을 때 또 다른 고통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밖에서 누리던 내 맘대로가 없어졌습니다. 스님은 아무나 되는 줄 알았습니다그냥 절에 오면 머리 깎고 먹물 옷을 입는 줄로만 알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습니다.

  행자는 말을 섞어서도 않되고 누가 물으면 ” “아니요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심을 하고 하심을 배워야 하며 업을 녹이기 위해서는 기도가 최고라고 했습니다.

짜여진 시간대로 새벽부터 예불 가고, 후원 일 돕고, 절기도 하고, 풀 뽑고, 짧은 한문 실력으로 천수경, 발심수행장, 이산연선사발원문 등등 외우고 또 외우고 정신없이 시간은 갔지만 마음의 고통과 번뇌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운문사의 생활이 재미가 없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갈까?” 그러기에는 속가 식구들이랑 지인들에게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살아보자!” 혼자 오만가지 생각과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그 당시 별좌스님들과 원주스님들의 배려와 도움으로 대화도 나누고 고민 상담도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연 윤회법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리움과 집착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그들을 위해서 기도도 열심히 했습니다.

  상반스님들의 생활을 보면서 스님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를 느꼈습니다. 옷을 바꿔 입으면 생활이, 보는 눈이 달라질꺼라는 상반 스님들의 말을 의심하면서 열심히 행자 생활을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사미니계도 받았습니다. 치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또 운문사에 왔습니다.

옷 색깔이 달라졌습니다. 생활 공간도 달라졌습니다. 도반도 25명이나 생겼습니다. 무언가 마음이 뚫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치문이라” “치문이니까힘들어 하는 도반들을 보면서 행여나 운문사를 뛰쳐 나갈까봐 다독이기 바빴습니다. 한철 한철 바뀔 때마다 계속 되는 대청소와 상반 스님들로부터 쏟아지는 습의와 발로 참회는 또 다른 고통이었습니다.

방학이 되면 집에 갔다가 힘들다오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운문사로 귀사하는 도반들이 신기했습니다. 이제는 운문사가 집보다 편하다” “좋다하는 도반들도 생겼습니다.

치문을 지나 사집이 된 저 또한 집보다 운문사가 좋습니다. 삭발염의 하길 잘 했다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부처님 법을 모른 채 속세에서 살고 있었다면 지금 쯤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괴로움의 근본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한 마음 내려 놓고 세상과 인생이 고, , 무상, 무아인 것을 깊이 체득하게 된다면 괴로움은 즐거움이 되고 무아가 자유로움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멋있게 자유자재로 바뀌는 하늘, 철마다 변하는 산들, 풍요로운 생활, 부처님의 은혜, 시주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운문사에 살 수 있게 도와 주신 모든 대중 스님들께 감사합니다.

부처님께, 부처님 법에, 승가에 귀의할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성불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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