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도반의 소중함 - 정욱스님

가람지기 | 2006.10.31 12:44 | 조회 3202

안녕하십니까!

모든 것이 풍요로운 가을처럼 64명이라는 풍성한 도반을 가지고 있는 대교반 정욱입니다.

경을 펼치면 맨 먼저 나오는 구절이 있죠?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비구 천이백오십인과 함께 하시었다.2500년 전 저 먼나라 인도 시아본사석가모니부처님께서 살아 계셨을 때 그 분께서 함께하신 천이백오십인의 비구들은 과연 어떻게 무리를 이루어 살았을까? 라는 상념에 젖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도반 나쁜 도반으로 갈라놓고 보는 그런 선입견은 없었을 거라고 한 번 생각해 봅니다.


행자시절 제일 어렵게 배운 초발심 자경문그 중에서도 초심... 저에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글귀가 있었습니다.

“須遠離惡友하고 親近賢善하여...라는 구절은 얼핏 “악우는 멀리하고..., 선우는 가까이 하라.” 저의 짧은 소견으로 그렇게만 이해했었습니다. 그건 모두 저의 마음에서 저의 잣대와 기준에 맞춘 건데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거나 괜찮다 싶으면 그 스님들의 단점을 못보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보게 된 것이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단점,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 나쁠 수만도 다 좋을 수만도 없다는 것이죠!!! 좋다, 싫다 하는 분별심이 저는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는 더 심했습니다.


사교 봄철이 얼마 남지 않아 여름철 소임을 뽑는 시간...

아무 생각없이 下별좌를 자원했습니다. 칠판 下별좌칸에 저의 이름이 올라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미쳤지무슨 용기로 저 큰일을 저질렀을까!!!하는... 저의 마음속에선 악마와 천사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잘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많은 대중스님들 시봉해 보겠니? 너는 대중에 살지도 않잖아.” 또 한쪽에선 “너 미쳤구나! 이 큰 살림을 한번도 해 본적 없으면서 어떻게 살려고 하니!!! 너 진짜 큰 실수 한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가서 딴 소임을 산다고 말해 보자”

그러면서 불쑥불쑥 감정이 바꿔 가고 있었습니다. 한편 우리 반 스님들...스님! 여름철 밥 어찌 먹냐면서 놀리기도 하구요.! 저도 무지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일을 저지른 것은 딱 한번 출가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린 것 빼곤 처음으로 이 큰 일을 저질렀습니다. 너무 걱정이 되어 방학 때 한번도 가지 않던 서점에 가서 요리책을 샀습니다.

어떻게든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지만 저의 실험대상이 되어 주셨던 스님께 죄송하긴 했지만 여러 가지의 정채 불명의 음식을 많이 해 드렸습니다. 망치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방학을 보내고 나서 개학 일주일... 너무 마음에 부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3일전 전 결국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어찌〜〜〜 살꾜!!! 내가 왜 그런 허무맹랑한 짓을 했을까?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개학공사가 끝난 뒤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저의 그 생각과는 너무 다르게 여기 저기서 매끼마다 반스님들이 모두 나와 이건 짜다, 이건 달다, 이건 싱겁다, 이건 아무맛도 없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 등등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던 도반스님들... 또 같이 소임을 잘 살아 주었던 별좌스님들... 이렇게 고마운 도반스님들이 될 터인데 저는 조그마한 감정으로 쉽게 미워하고 좋다, 싫다하며 내 잣대를 마구 휘둘렀으니 말입니다.


화합하는 무리! 승가! 승가에 대해서” 『근본 살바다부 율섭에서는 이렇게 애기합니다. 승가를 말하면 모두 아홉 가지가 있는데, “무치승가, 유치승가, 치 무치승가, 순리승가, 비리승가, 미 비리승가. 미분승가, 기탈승가, 탈 미탈승가이다.”라고 하여 이 분류는 승가의 행업과 깨달음의 깊이에 의한 것입니다. 즉 악업을 짓고 부끄러움을 갖고 참회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것과 부처님의 진리에 수순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것 그리고 해탈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것 등에 의해 구별한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우리가 함께 무리를 이루어 화합하고 있는 이곳은 어떤 승가일까요?


요즘 주지스님께선 수업시간에스님네〜 명수만 많다고 자랑하는데... 뭐 제대로 하는 게 있어〜〜, 너무 〜〜〜 흐릿해하시지만 전 그래도 자랑스럽습니다. 나름대로 자기일 열심히 하고 독경, 사경도 많이 하고 묵묵히 반 스님들의 일을 도와주는 속이 꽉 찬 호박같은 반이라 생각합니다. 4년을 한방에서 한 다라이 속의 감자처럼 살아온 지금 칼 없이도 잘 벗겨진 하얀 속살의 감자도 있을 것이고 아직은 남아 있지만 얼마 있지 않아 껍질을 훌훌 털어버릴 감자 같은 도반들도 있겠지요.

중요한건 그 한 다라이 속에서 이리 저리 치이고 다쳐 아팠지만 그 다라이를 버리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한다는 점이지요. 단점은 단점대로 장점은 장점대로 다시는 좋고 싫음으로 분별해 버리지 않고 그 용기와 인내, 그리고 부처님 법을 향한 신심으로 4년을 함께 봐주고 도와주고 아껴주며 지냈던 그 도반들과 함께 이제는 저희들의 스승이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살아 계셨던 그 곳을 향해 순례를 떠나려 합니다.


부처님, 좋은 도반이란 불법을 수행해 가는 길에서 반 몫은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다 좋은 도반이란 불법을 수행해 가는 길에서 그것은 전부란다.

대중스님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이 도량에서 닦고 명심해야 될 것은 좋은 도반이 되어주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도반이 되어 준다 할때 내가 좋아하는 도반에게만 좋은 도반이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싫은 도반에게도 좋은 도반이 되어주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너무도 쉽습니다. 좋아할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세세 생생의 원력으로 이생에서 가장 훌륭하고 소중한 인연인 도반이 된 이 자리 그 자리 잘 붙잡아 세세 생생으로 지어왔던 습기를 바꾸어 부처님을 닮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 가야 되지 않을까요? 대중과 함께 공양한다는 것은 대중과 함께 모든 것을 노력해 가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습니다. 쌀쌀해서 기분좋은 이 바람속에서 도반과 함께하는 소중한 수행의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대중스님! 정진여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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