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진정한 겸손 - 선정스님

가람지기 | 2006.11.07 13:08 | 조회 3387
소원을 들어주는 보석보다 귀한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려는 결심으로 내가 항상 그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선정입니다.


참 많이 되뇌였습니다. 4년 전 처음 차례법문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솔직히 지금도 내가 과연 대중에게 할 수 있는 법문이 무엇일까? 잘 할 수 있을까? 혹시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하며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 잘난 모습만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라는 집착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뭔지는 모르지만 무엇엔가 이끌려 라는 허상 속에서 괴로워하며 실재하지 않는 이것이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염없이 땅만 보고 다니며 이것이 하심이다라고 생각했던 치문 그 시절부터 지금 졸업을 앞에 두고 이 자리에 앉아 법문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말입니다. 대중의 화합이라는 틀에 살고 있으면서도 나를 가장 앞세우며 살아온 4년이라는 강원 생활을 보내면서 과연 부처님의 경전을 배우며 그 말씀을 의지해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처음 머리깎은 그 순간부터 아니 태어난 그 순간부터 라는 이 집착 속에서 시시비비하는 마음 때문에 많이도 힘들었습니다. 그 마음은 강원이라는 대중생활 속에서 더욱 더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치문때부터 지금 화엄까지 65명 그대로 올라온 적지 않은 스님들 속에서 열 막내에 속해 있던 저는 마음을 낮추려는 나와 나를 내세우려는 마음과의 전쟁을 하면서 힘들지만 이 마음이 무엇인지를 찾으려는 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뭐든지 옳고 상대방 때문에 뭐든지 안된다라고 생각했던 이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제 마음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모난 돌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둥글어진다는 이 말의 뜻을 조금씩 알 수 있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가는 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라는 이 집착을 조금씩 버리며 그 빈 공간을 우리라는 화합을 넣어가며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남의 허물 보는 것보다는 배려하는 마음과 친절함을 먼저 생각하는 둥근 돌이 되어가는 제 자신이 보였으니까요.

중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다른 존재들에 대하여 친절한 마음가짐을 키워야 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우리가 자신보다 덜 행복한 어떤 사람에게 느끼는 일종의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연민의 감정에는 우리가 자비심을 가져야 할 대상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어떤 우월감이 있습니다. 다른 존재에 대하여 친절한 마음가짐을 지닌다는 것은 사실 그 반대입니다.

다른 존재들의 친절과 우리의 영적인 진전에서 그들이 얼마나 필요 불가결한가를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엄청난 중요성과 의미심장함을 바로 알게 되고,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보다 높은 지위를 부여하게 됩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친절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이 우리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이와 같이 그들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낮게 여기는 마음가짐은 우리 자신을 소홀히 여긴다거나 속수무책의 자괴감으로 오해된다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그것은 용기있는 마음상태, 즉 우리가 다른 존재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지닐 수 있으며,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마음자세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진정한 겸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특정 대상 혹은 개인에 초점을 맞출 때, 그것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른 조망을 지니게 됩니다.

사실 생각의 본질은 이러합니다. 생각은 오직 특정한 시간에 주어진 대상의 개별적인 속성들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어떤 것 전체를 포괄적인 입장에서 조망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본질은 선택적입니다.

이것을 인식할 때, 우리는 어떤 면에서, 심지어는 아주 하찮은 벌레와 비교하여 자기 자신을 다른 존재들보다 낮추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벌레와 비교한다고 합시다.

나는 불법을 따르는 사람이며, 사고하는 힘을 갖춘 한 인간입니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힘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다소의 지식도 있고 이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자신 속에 일어나는 어떤 부정적인 성향들을 볼 때, 혹은 이런 충동들에 따라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될 때, 이 관점에서 보면 나는 어떤 점에서 벌레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인사드렸던 시구는 티벳의 로종이라는 마음바꾸기 수행법의 첫 구절이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균형잡힌 태도를 지니고 자비심을 일깨우는 데 좋은 로종의 마지막 구절로 이 자리를 정리하겠습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이 헛된 것임을 깨달은 나는 집착을 떨쳐 버리고 모든 얽매임에서 자유롭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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