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연꽃의 의미 - 길주스님

가람지기 | 2007.01.28 16:49 | 조회 3268

우리 불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고, 또 불교의 꽃이며 진리를 상징하는 연꽃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은 꽃 중에서 하필이면 왜 연꽃이 불교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을까요? 연꽃은 깨끗한 물에서는 살지 않고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살지만, 그 더러움을 조금도 자신의 꽃이나 잎에는 묻히지 않으면서, 향기롭고 깨끗한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바로 “處染常淨”입니다.

‘染’이란 번뇌로 물든 중생세계를 상징합니다.

‘淨’이라함은 세속의 오욕락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생세계에 오신 부처님께서 貪嗔痴에 물들지 않고 대자유, 대해탈을 이루신 것처럼 연꽃도 그 꽃과 잎에 더러운 진흙을 묻히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연꽃의 淸淨 德性은 그대로가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부처님께서 해탈을 이루신 후 중생세계를 떠나지 않고 극락을 누리는 것 하고, 연꽃이 더럽다고 하는 오염된 물과 땅을 떠나지 않고 청정한 것 하고, 일맥 상통한 점이 있습니다. 오염된 물이 더럽다고만 생각했지 이것이 필요한 줄은 몰랐습니다. 이 연꽃이 필려고 할때 진흑탕물은 얼마나 필요합니까? 중생세계가 없이 성불할 수 있습니까? 번뇌가 없었다면 성불할 수 있습니까? 고통과 장애와 고난이 없이 해탈이 가능합니까? 나에게 다가오는 장애나 고통, 고난들은 곧 나로 하여금 해탈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때 반야지혜를 발휘해서 해탈을 하면 그 사람은 대 자유인이 되겠지요. 이 오염된 물이 연꽃을 피게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된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진리의 안목에서 볼 때는 이 오염된 물 이대로가 청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煩惱 菩提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다음은 花果同時입니다.

연꽃은 다른 꽃들과는 달리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맺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인과의 도리와 같습니다. 과거에 심어 놓은 은 현재의로 현재에 심고 있는 씨앗은 미래에 열매로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우주의 眞理로 연꽃송이와 씨앗의 관계처럼 동시에 존재합니다. 분명 동시에 존재하지만 꽃이 씨앗을 드러내는 과정이 주목할 만 합니다.

연꽃은 처음 꽃잎이 피어나면서는 그 속의 열매를 보호하고, 꽃잎이 떨어지면서 열매를 내 보이며, 꽃잎이 떨어지면 드디어 잘 익은 열매만 남게 됩니다. 이것은 연꽃의 속성으로 부처님의 一代時敎를 비유한 것으로 처음에는 방편의 가르침으로 시작해서 차츰차츰 제자들의 수준을 끌어올려 드디어는 방편은 떨어지고 眞實한 모습, 즉 實相만이 남아 天地宇宙이대로 極樂이요. 佛國土임을 연꽃으로 비유한 것입니다.

隨器說法하고도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근기에 따라 법을 설했다 해서 對機說法이라고도 합니다.

연꽃중에는 물 아래에서 피는 것, 수면에 접해서 피는 것, 물 위로 완전히 올라와서 피는 것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피어도 연꽃은 물에 젖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사람도 낮은 근기와 수승한 근기를 가진 사람이 각각 다른 가르침을 받더라도 결국 똑같이 해탈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연꽃은 부처님이 각각의 근기와 수준에 맞게 가르침을 펴신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拈華微笑가 있습니다. 이것은 禪宗에서 주장하는 三處傳心의 하나로 부처님께서 대범천황으로부터 연꽃을 집어서 오백대중에서 보이실 때 대중들은 그 뜻을 알지 못했는데 다만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서 화답했다고 합니다. 서로 法眼이 열린 사람은 금방 그 뜻을 알아차리는 것이지요. 연꽃은 이러한 특성과 상징성을 바탕으로 불교를 대표하고 眞理를 상징하는 꽃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우리는 주로 초파일에 부처님 오시는 길을 밝히는 등불로 蓮燈을 장엄합니다. 연등은 곧 자신의 자성광명을 밝힌다고 해서 自燈明이고, 일체만법의 燈을 밝힌다고 해서 法燈明이라고 합니다.

우리 운문사는 꼭 초파일이 아니더라도 일년내내 아름다운 연꽃장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마 전국 어디에서도 운문사 대웅전처럼 아름다운 연꽃 사이에 부처님을 모신 곳도 없을 겁니다. 여러 산 봉우리가 한 송이 연꽃을 이룬 한 가운데 자리한 도량도 운문사 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대중스님 여러분!

우리는 모두가 커다란 연꽃송이 안에서 알알이 영글어가는 알찬 씨앗들이 아닐까요? 이렇게 청정한 도량에서 맑고 밝은 부처님 법을 만난 우리는 보다 쉽게 부처님과 연꽃을 닮아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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