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 - 윤성스님

가람지기 | 2007.04.25 13:59 | 조회 3559

나를 속이지 말라,

나에게 속지 말라,

남을 속이지 말라,

남에게 속지 말라.


안녕 하십니까? 대교반 윤성입니다. 앞에 네 마디는 저에게 화두처럼 혼자말 처럼 되뇌이는 말입니다. 오늘 제가 하고자 하는 말도 속이지 말자 남을 속이지 않는것에 그치는 말이 아니라 자기를 속이지 말자는 것입니다. 사실 자기를 속이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실행하기가 힘든 일입니다.

자기를 속이는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마음속에 일어나는 유혹을 마군으로 생각하고 그 유혹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어느 마을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날 부처님께서는 아침공양을 얻기 위해 탁발을 나가셨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날은 마침 젊은 남녀가 선물을 교환하는 축제의 날이었습니다. 모두들 축제로 들떠 있던 탓에 아무도 음식을 공양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끗이 씻은 빈 발우를 들고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부처님을 본 마구니가 부처님께 속삭였습니다.

“그대는 전혀 밥을 얻지 못했는가? 어떻게 하루종일 굶을 수 있겠는가? 규칙을 어기고 다시 마을로 들어가자, 내가 음식을 얻도록 해 주겠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설령 음식을 얻지 못하였다고 해도 나는 즐겁게 살아간다.”

이것은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위에 이야기에서 마구니는 부처님 마음,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번뇌와 갈등이 아닐까요? 마구니가 부처님을 유혹했지만 부처님께서는 규칙을 어기지 않음으로 자기와의 약속을 지켰고 자기 마음속 마구니를 이김으로 부처님께서 스스로 속이지 않으셨다는 예화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몸살로 누워있을 때의 일입니다.

몸에서 열이 나고 몸 마디마디가 아파서 끙끙거리고 아파하는 저에게 은사스님께서 “아프다는 것에 너 자신이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봐라” 하시는 말씀을 듣고 마음에 찬물을 부은 듯 했습니다. 은사스님의 말씀을 듣기 전에는 아프다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주문에 걸렸던 사람이 주문에서 풀려난 듯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프다는 생각보다 병에 속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성철스님께서는 不欺自心 즉,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는데요. 말은 하기 쉬우나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운 법입니다.

성철스님께서는 不欺自心을 손수 보여주신 분이라 합니다.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 존경받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수행인 자기와의 약속, 자기를 속이지 않는 수행을 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철스님의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책에서 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큰 도둑인지 조차 모르고 산다. 이렇게 살면 자신을 바로 볼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옷은 다 떨어진 것 입더라도 마음만은 절대로 떨어지면 안된다 그 마음이 떨어져 마음의 거울이 흐려지면 자기를 속이고 결국엔 자기 본래 됨을 잃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자기를 속이지 않을 것! 이것은 행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바른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잘 해주니까 받아주고 넘어가고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고 편안하게 좋아하는 것에 더 마음을 냅니다. 행동과 말과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 얼마나 진실함이 있을가요? 남을 웃기기 위해서 하는 실없는 말, 의미없는 인사치레, 분위기 띄우기 위한 행동, 잘보이기 위한 배려들 이런 것들을 조금씩 줄여가고 잘 안되더라도 진실해지기 위해 꾸준히 다듬어 가고 깎아 가는 것이 수행이 아닐까 합니다.

성철스님께서는 “참으로 사는 첫 걸음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데 있고 금생이 아니면 내생에서라도 부처되는 길이 된다” 하셨습니다.


대중스님! 어기기 쉬운 자기와의 약속, 보이지 않는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고자 노력하는 수행자가 되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성철스님께서 구수한 사투리로 말씀하신 “쏙이지 말그레이” 이 말씀 가슴에 새기며 평소 콧노래처럼 여기는 게송으로 차례법문을 마치고자 합니다.


이 공부 처음부터 영원한 고행의 길

고행이 두려우면 어느 때에 성불하리

나~무~~ 아~미~타~불~~


대중스님! 건강하시고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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