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신심은 도의 근원(현묵스님)

운문사 | 2006.05.29 10:15 | 조회 3430

신심은 모든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입니다.

옛 조사스님은 신심이 있어야 내면의 활기가 유지되고, 그것이 유지되어야 정성도 환희도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정성스럽게 사는 것이 곧 잘사는 것이요, 신심있게 사는 것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현묵입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우선 믿으라.’로 시작되어집니다. “의심치 않고 믿으면 구원될 것이다.”

그러나 불교는 누가 어디에서 막연히 구원해줄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믿음이기에 맹목적 믿음이 아닌 자신의 지성과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가야 하는 길입니다.

이와 같은 믿음은 모든 행위의 근본이 되고 바른 가르침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게 하며 모든 것에 대한 절대적 이해력을 키웁니다. 그러므로 오늘 대중스님들은 그 믿음으로 이 자리에까지 와 계십니다. 그럼 우린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신심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신심이 깊어졌다거나 떨어졌다는 말을 종종합니다. 저 또한 은사스님께 신심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습니다.


대승기신론소별기에 믿음은 결정적으로 그렇다고 여기는 말이며 이른바 이치가 실로 있음을 믿고, 닦으면 얻을 수 있음을 믿으며, 닦아서 얻을 때에는 무궁무진한 덕이 있음을 믿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심이란 진리가 실로 있음을 믿고 수행으로 얻을 수 있음을 믿는 것인데 부처님을 보며 그 위대한 덕을 믿고, 그도 우리와 같은 범부에서 부처가 되었다는 것을 믿고, 따라서 나도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방도와 이러한 이치에 대한 설명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모두 있으며, 위대한 수행자들에 의해 그 일이 현재에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심이란 삼보에 귀의함을 말합니다.


여기에 따른 네가지 수행법을 말하자면

첫째는 근본을 믿는 것이니, 소위 진여법을 즐겨 생각하기 때문이요.

둘째는 부처에게 한량 없는 공덕이 있다고 믿어서 항상 부처를 가까이하고 공양하고 공경하여 선근을 일으켜 일체지를 구하려고 생각하기 때문이요.

셋째는 법에 큰 이익이 있음을 믿어서, 항상 모든 바라밀을 수행할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요.

넷째는 사문이 바르게 수행하여 自利利他할 것을 믿어서 항상 모든 보살들을 즐겨 친근히 하여 여실한 수행을 배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는 삼보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어느날 동산스님께서 제자들과 도량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비질을 하시던 동산스님께서 “도량이 청정해야 삼보가 강림하는 법, 마당 하나 쓸 적에도 신심이 있어야 하는 게야.”

“하오면 스님, 이렇게 비질을 하는데도 신심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 말씀이시옵니까?”

“무슨 일을 하든지 신심이 들어가 있지 아니하면 금방 표가 나는 법이다.”

동산스님과 함께 도량청소를 하던 월산스님이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이렇게 비질을 하는데 신심이 들어가 있는지 안 들어가 있는지 그걸 어떻게 구별한다고 그러시옵니까?” 이때 동산스님이 제자가 비질하는 모양을 힐끗 바라 보았다. 사실 동산스님이 비질한 자리는 깨끗했으나, 제자가 비질한 자리는 동산스님의 그것과는 달리 깨끗하지가 못했다. 그것도 신심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였을까!

“저, 저, 저것 보라니까. 그렇게 신심이 없이 대충대충 쓸어대니까 자네가 쓸고 간 자리는 검불 투성이 아닌가?”

제자는 자기가 쓸고 간 자리를 문득 뒤돌아보곤 “어, 참 이상한 일이네. 깨끗이 잘 쓴다고 쓸었는데..” 제자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동산스님이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매사에 신심이 들어가 있지 아니하면 그런 법이야. 마음의 때를 닦아내겠다고 참선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도량청소를 그렇게 얼렁뚱땅 해치워서야 어디 되겠는가? 눈앞에 검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눈앞에 널려 있는 쓰레기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이 감히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닦겠다고 참선을 한단 말인가?” 하고 꾸짖으셨습니다.


대중스님! 우리는 마음을 경작하는 사람들입니다.

대지라는 마음을 지혜로 갈고, 믿음이라는 종자를 심고 계율이라는 비를 뿌려 비옥하게 하며 산란한 마음을 선정이라는 것으로 묶어 올바른 분별로 자신의 마음을 채찍질하며 나태하지 않는 노력이라는 소에게 인도되어 깨달음으로 향하는 수행자입니다.

또 추운겨울을 이기고 파릇한 새싹을 돋우는 씨앗의 생명력과 저 흙의 힘처럼 도를 구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처음 발심했을 때의 마음처럼 여일하게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신심이 가장 큰 자산이 됩니다. 간절한 신심만 있으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신심자체가 스승이 되고, 공부가 수승해지면 지혜가 밝아지는 법입니다.

우리모두 신심깊은 수행자됩시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