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탐욕과 이를 다스리는 마음, 연민(정문스님)

운문사 | 2006.06.05 10:36 | 조회 3684

옛날 옛날 낣은 바다에 엄청나게 큰 물고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물고기는 바위에서 자라는 이끼를 먹고 살았는데 많은 물고기들이 큰 물고기의 모습을 보고는 환희하여 왕으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올리러 작은 물고기들이 찾아오곤 했는데 어느날은 평소 바위이끼를 먹던 큰물고기가 잘못해서 작은물고기를 삼키고 말았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물고기 맛이 하도 좋아서 그 뒤로는 문안인사 오는 물고기들을 몰래 한 마리씩 잡아먹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 계속되자 이 소문은 금세 퍼졌고 물고기들은 더 이상 문안을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배가고파 참다못한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들을 찾아 나섰고 커다란 바위산 옆에 숨어서 물고기들을 기다렸지만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배는 점점 고파와서 나중에는 눈에 헛것이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이때 살랑살랑 움직이는 물고기가 눈에 보였습니다.

큰 물고기는 그 물고기에게 달려들어 뜯어먹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꼬리였습니다. 점점 꼬리를 파먹어 들어가자 다른 물고기들도 피냄새를 맡고 몰려와 결국 그는 머리통까지 뜯기며 고통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이것은 「본생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다가 한번 볼수도 맛들인 탐욕의 씨앗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만 결국은 스스로를 다 삼켜버린 무서운 이야기죠.


탐욕! 말만 들어도 몸서리쳐지고 무슨 큰 죄인이라도 된 기분이 듭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다 있으면서도 나는 안 그런척 딴전부리고 보기도 하고요. 당당히 세상의 모든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서 성인이 되겠다던 출가의 그 포부는 다 어디로 가고, 여기도 또 하나의 인간사회인지라, 시시때때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일에 걸리는 한없이 작은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식욕과 수면욕의 문제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욕망, 정에 대한 집착은 더 끊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작은 일에도 나를 생각해 주지 않으면 서운하고 섭섭해하며,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하곤 하는 우리 도반스님들과 바로 저 자신을 보곤 합니다. 이러한 정에 대한 탐욕이 친소를 낳아서 어느 순간 평등히 보아야 할 개개인 하나하나가 좋고 나쁨의 렌즈로 왜곡되고 맙니다.


탐욕은 삼독의 하나로서 탐내어 그칠줄 모르는 욕심을 말하며, 진에, 우치와 함께 열반에 이르는데 장애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탐진치 삼독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열가지 단계인 悟十重 가운데 네 번째 단계, 三心개발에서 悲・智・願 즉 자비・지혜・원력을 개발하는 것으로써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것은 범부로부터 부처가 되기까지의 수행단계인 52지위점차를 다섯단계로 배대한 5위 가운데 견도위와 수도위를 비교해 보면 견도위에서 무루의 지혜를 얻어 진여의 이치를 체달하여도 그것은 십지 중 초지에 해당하고, 수도위에서 감정적인 번뇌를 없애기 위해 수행하는 단계는 二地인 이구지에서 등각에까지 이른다니 인간이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탐욕등의 집착을 끊어 고통을 소멸하게 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보았듯이 삼독은 悲・智・願의 三心을 개발하는 것으로서 치유될 수 있습니다.

이 중에 悲는 大悲心 즉, 연민을 말합니다. 연민은 고통받고 있는 중생들을 주시하면서 그들이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입니다. 달라이라마의 「수행의 단계」라는 책에 의하면 이 연민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주요한 원인들 가운데 하나로 수행의 처음단계로부터 깨달음을 이룬 이후에도 중요한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존재들을 위해서 진실한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대하는 평등심을 길러야 한다고 합니다.

연인은 중생이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는 것이고, 자애는 그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연민으로부터 중생을 위해 성불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게 되어 장차에는 보리심도 성취할 수 있는 동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수행이 본업인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치열하게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고 자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괴로움도 자신의 아픔으로 느껴서, 그것을 돌이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힘이 결집되었을 때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큰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법구경의 한 구절로 이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갈망으로부터 근심이 생기고

갈망으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

갈망을 떠난 사람에겐 근심이 없나니

두려움 또한 어찌 있으랴


계행과 정견을 갖추고

정법에 머물고 진실을 말하며

스스로 할 일을 행하는 사람

그를 세상 사람은 사랑하나니


말할 수 없는 곳을 소망하여 한결같고

모든 욕망에 속박되지 않는 사람은

열반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해지리라.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