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원해여래진실의(혜준스님)

운문사 | 2006.04.10 12:59 | 조회 3203

四敎를 처음 시작할 때는 쌀쌀하던 날씨가 어느새 도량에 꽃들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 봄으로 가득합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지고 알 수 없는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향기는 부처님께서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는 法音 같습니다.


無上甚深微妙法 가장높고 미묘하고 깊고 깊은 부처님 법

百千萬劫難遭隅 백천만겁 지나도록 만나뵙기 어려워라

我今聞見得修持 내가 이제 듣고 보고 지니오니

願解如來眞實義 원컨대 부처님의 진실한 뜻 알아지이다.


도량석과 아침종송을 비롯해 經을 찬탄하여 門을 여는 게송입니다.

출가하여 시간이 갈수록 저의 가슴에 새롭게 와 닿습니다.


無上甚深微妙法

우리는 가끔씩 “부처님 법은 참 깊고도 깊지, 저렇게 머터러운 이도 부처님의 덕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시잖아!” 그리고 經을 보다 어려우면 “부처님 법은 微妙해서 不立文字야. 그러니까 微妙한 法이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물론 그것도 맞겠거니와 無上甚深微妙法은 세속의 법은 恒常함이 없어서 生滅하지만 眞啼의 法이고 영원히 불변하는 眞理여서 더 이상의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어느날 청소를 마치고 걸레를 헹구는데 물이 얕아서 자꾸 흙탕물이 일었습니다. 순간, 저는 ‘수행도 이렇겠구나! 깊은 수행이 없으면 맑다해도 경계에 흔들리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고요히 가라 앉혀서 맑게 했다면 깊은 선정을 닦아서 미묘한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수행의 올바른 길일 것입니다.

믿으십시오. 간절하고 진실한 믿음, 영원한 진리임을 굳게 믿는다면 道는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百千萬劫難遭隅

목숨을 헤아릴 수 없으리 만치 오래 산 눈먼 거북이 바다 가운데 있으면서 백년마다 한 번 씩 물 위에 나오고 그 물위에는 구멍하나만 뚫린 나무가 물결을 따라 떠다닌다고 합니다. 마침 눈먼 거북이 물 위에 올라 올 때에 그 나무가 거북의 머리 위에 오게 되어 그 구멍으로 머리를 들어 밀고서야 숨을 쉴 수 있는데 이처럼 불법 만나기 어렵다고해서 盲龜遇木이란 말이 있습니다. 불법 만나기 어렵다고 늘 생각하면 지극한 마음이 생기고 스님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佛法안에서 生死의 큰 의심을 일으켜 공부하는데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我今聞見得修持

익숙하지 않던 까실까실한 머리카락이 이제는 언제 길었던 적이 있어나 싶고 마음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 저렇게 다녔겠구나 싶어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장삼과 가사 자락이 손 끝에 스치는 느낌은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감촉입니다. 법당에 늘 앉아만 계시던 부처님이 요즈음은 입선식ㄴ 경상옆자리에도 바쁜 와중에도 어느새 제 옆에 계십니다. 눈뜨면 먼저 부처님과 인사하고 잠들기 전 마지막까지 부처님을 만납니다.

우리는 부처님 법을 얻어 지닌 스님입니다. 보석을 얻었다면 그 보석이 가장 빛날 수 있도록 세공사가 연마하듯이 우리는 부처님 법을 가장 빛내는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禪家龜鑑>에서는 수행자다운 모습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出家爲曾이 豈細事乎아

출가하여 僧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非求安逸也며 非求溫飽也며

몸의 편암함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非求利名也며 爲生死也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며, 나고 죽음을 면하려는 것이며

爲續佛慧命也며 爲出三界度衆生也니라.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三界에 뛰어나서 衆生을 건지려는 것이다.


부처님의 혜명을 잇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안으로는 철저한 자기 수행이 있어야 하며 밖으로는 자비한 마음을 내야합니다. 자비의 실천은 불교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작은것에서부터 자비의 마음을 키워보십시오. 지금 세상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 이렇게 서원을 세워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묻 생명들의 끝 간데 없는 행복

원래 나와 남은 차별이 없는 것

그것만을 위해 몸 바치게 하소서

자기자신의 기쁨에만 물들지 않게 하소서

묻 생명들의 터럭만한 고통도 바라지 않습니다.


願解如來眞實義

우리의 본래 성품은 더렵혀 지지도 않고 다치는 일이 없어서 부처님과 똑같은데 무명에 가리워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중생으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부처님과 하나도 틀릴 것이 없는데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분심을 내어 如來의 진실한 뜻을 알고자 큰 마음을 내야겠습니다.

‘如來는 涅槃으로 먹이를 삼고, 涅槃은 게으르지 않는 것으로 먹이를 삼는다’라고 합니다. 게으르지 않는 것으로 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이루어 生死를 떠난 大自由를 얻으십시오.

如來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은 열반의 경지를 감득하는 날까지 함께 精進합시다.

방학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화사한 운문의 봄을 가득 담아 어디에 가서든지 언제나 물이 흐르고 꽃이 피게하는 수행을 하여 중물 잘 든 스님이 되시길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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