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교학의 중요성(녹현스님)

운문사 | 2006.04.10 13:01 | 조회 2731

사집반 녹현입니다. 다양한 수행 방편이 있지만 크게는 교학, 참선, 염불수행, 포교 등으로 분류하고 수행을 어떻게 하더라도 불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는 어려울 것입니다. 邪道가 범람하는 이 사회에 제각기 자기들의 종파가 추구하는 것이 최고인냥 소리높여 주장하고 있는 혼란한 이 시대에 교학적인 토대를 가지고 공부를 한다면 날마다 직면하는 문제, 마음의 현상들을 동떨어지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학은 집을 짓는 비유를 들자면 기초공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낯선 산을 찾아가는 나침반과 지도역할을 합니다. 그 한 예로 인간 존재에 대한 방식을 五蘊에 의해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이것은“상좌부 남방불교의 아비달마 길라잡이”라는 책에 근거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눈으로 진달래꽃을 본다고 합시다. 여기에서 눈의 감성물질과 진달래라는 대상이 색온이고, 진달래꽃이 “예쁘다, 예쁘지 않다. 또는 그저 그렇다라는 느낌을 수온이라 봅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예전의 보아왔던 진달래라는 꽃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을 상온이라고 하고, 저 진달래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려는 심리현상들이 있고, 의도와 주의집중 등 반드시 일어나는 마음의 현상들이 있어,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여러 가지 심리현상들을 행온이라고 말하며, 눈의 감성물질로 대상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식온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마음이 대상을 아는데 있어서 식온만으로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할 수 없고, 수, 상, 행 이 세 가지 심소법들의 도움으로 그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행온은 심소법 가운데 수, 상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행온으로 봅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五蘊을 벗어나 있지 않고, 오온이 있는 이상 괴로움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교리로만 알고 있는 5온 12처 18계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의 이야기입니다.“刹那生, 刹那滅”이라고 하듯이 오온은 매순간순간 여러조건이 화합해 함께 일어나고 함께 멸하여 흘러가는 것입니다.


2500년 전에 부처님이 이미 우리에게 이러한 교리를 통해 無常과 苦와 無我를 가르쳐 주셨는데 그것을 망각한 채 신부주의, 기복주의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못 오인하여 온 것 같습니다. 괴로움에 가득찬 얼굴로 신도가 상담하러 왔을 때 그 사람이 왜 괴로운가를 파악해 좀 더 한 차원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상담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학과 우리 삶을 따로 보지 말고 매순간 교학과 결부시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즉 도반들의 단점을 보고 옳다, 그르다, 시비하지 말고 내가 상대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내 안에 흐르는 마음을 관찰해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 현실적인 문제들을 섬세하게 사유해 나간다면 궁극에는 “나, 내 것”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해탈, 열반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방에 가서 참선하는 것만이 수행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교학도 수행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나에게 던져진 것입니다. 내가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극락이 될 수도 있고, 아비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정진여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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