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일심으로하는 염불화두 (정묵스님)

운문사 | 2006.04.10 13:17 | 조회 3422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정묵입니다.

이 시간 저는 제가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 하나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전 사교 봄방학때 일입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출가를 했지만 행자시절, 치문, 사집반생활 그때그때 생활들을 익히느라 급급했던 저에게 사교 봄철 아주 많이 아픈날이 있었습니다. 그날 새삼 ‘지금 당장 죽을수도 있는데 이렇게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근래에 많은 선지식들이 예고없이 가시는 것을 보고 이번 방학에는 꼭 화두를 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진작부터 화두를 받고 싶은 스님이 계셨기 때문에 주저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에 계신지 연락할 길이 없고 가끔 절에 한번씩 들리셨기 때문에 스님께서 오시기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루이틀이 지나도록 오시지 않고 저의 마음만 간절해지던 어느날 은사스님과 출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저는 그곳에서 스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오늘 스님을 만나 뵙지 못하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았기에 스님께서 시간이 나시기만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습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스님께서 시간이 나셨고 은사스님께 조심스레 말씀을 드리고 저는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스님께 삼배를 올리고 앉으니...“그래 무슨일로 왔는가?”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고 다짐하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되는지 생각은 나지 않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침만 꼴딱꼴딱 넘어 갔습니다. 크게 숨을 들어 마시고 스님께 여쭸습니다. “스님 제가 의심하고 참구할 일생의 숙제하나 내주십시오.” 스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내가 숙제를 내주기 전에 자네는 한가지 약속을 해야 해. 화두를 참구하는 순간부터 삼경 외에는 등을 바닥에 대지 않는 것은 물론 잠을 자서는 더더욱 안되며, 때 아닌 때 일체 먹어서는 안되네. 별것 아닌 것 같으나 화두를 참구함에는 한순간도 어겨서는 안되는 일이니 이것을 지킬 수가 있겠나?”하셨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화두를 타야 되는지 방법과 절차도 모르는채 오로지 스님을 만나뵈야 된다는 생각, 화두를 타야 된다는 마음만으로 스님앞에 앉았는데... 저는 당황하였습니다. 그 시간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대책없이 ‘예’하고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몸뚱아리에 끄달려 성성하게 깨어 있고자 하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쏟아붓는 잠, 수업시간이 끝나면 울력을 핑계삼아 세끼 공양 때 보다 더 배부르게 먹는 참, 몸이 아프면 숨쉬는 것도 힘겨워 어찌 할 줄 모르는 제가 떠오르더라구요. “‘예’ 저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고 싶은 마음 꿀떡 같았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가 떨궈졌고, 스님께 대답을 했죠.


“스님, 한 순간도 어기지 않고 지킬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공부를 해가야 됩니까?”말씀드리니 스님께서는 “그래, 정묵아! 만약 니가 굳이 화두를 받기 원한다면 얼마든지 화두는 줄 수 있지만 그것은 공부를 먼저한 선배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화두에는 반드시 앞에 약속이 전제되어 있어야 되거든. 자기 힘으로 一心 자리를 찾는 화두선이 빠른 길이라지만 내가 공부를 해보니 공부해가는 도중 일어나는 수많은 장애는 너무나 겁나는 일 들이야. 거기에 끄달리지 않고 화두를 잡고 가는 것은 너네가 생각으로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어려워. 굳이 그렇게 어려운 길만 있는 것이 아니야. 일심으로 염불만 잘 해도 성불하고도 주리가 남아. 여기서 주리는 자기도 부처를 이루고 다른이도 구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염불선이 하근기들이 한다고들 말하지만 이 염불은 자기의 수행하는 힘에 萬德을 갖추고 있는 부처님의 힘을 빌려 도를 닦는 방법이지. 우리가 본래 부처인데 부처가 부처를 생각하며 부처가 되어 가는 염불로써 자네의 定을 삼도록 해. 佛法은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어. 씻은 쌀에 불을 잘 지피면 밥이 되는 것과 같지. 쌀 따로 밥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번뇌를 끊어 보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번뇌를 잘 익히면 그대로 보리인 것이지. 이 번뇌를 익히는 것에 화두만이 있는게 아니라 염불도 있고, 경을 잘 보는 일도 있고 큰 도에는 문이 따로이 없어. 그러니 지금부터 너는 생각생각에 관세음보살을 念하고 誦하도록 해. 큰 소리 낼 수 있을때는 소리를 내서 부르고, 소리를 못 낼 때는 마음으로 念하는 소리를 자네귀로 들어야 하네. 노는 입에 염불한다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해보면 알 것이야. 아무 맛도 없는 이 길 묵묵하게 이유 달지말고 그저 信心으로 그냥 믿고 갈 수 있겠나? 하심에 저는 “네, 스님 그렇게 하겠습니다.”하며 합장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관세음보살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지만 몸이 아프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잠을 잘 때에는 놓칠 때가 다반사입니다. ‘노는 입에 염불하지.’라고 쉽게 이야기 하지만 한번 해보십시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방학을 하고 제가 저희 절에 가면 스님께서는 예고 없이 절에 찾아 오셔서 “정묵아 니 할 일이 뭣고?”라고 하시면 “네 생각생각에 관세음보살입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밖에 행운이라는 절의 진돗개를 가리키며 “정묵이 니가 니 할 일을 제대로 못하면 행운이 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 행운이는 낯선 사람오면 짖고, 밥 주면 밥 먹고, 똥싸고 싶으면 똥 싸며 지 나름대로 지가 할 일에 충실하거든”하시며 제가 염불을 소홀히 하지 않게끔 경책해 주십시니다.


대중스님. 대승기신론 제4분 修行信心分에서는 다시 다음 중생들이 처음 이 법을 배움에 바른 믿음을 구하고자 하나 그 마음이 겁약한 것은 이 사바세계에 머물러 있어서 능히 부처님을 항상 만나서 친히 공양을 받들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두려워하고 두려워하여서 말하기를 “믿는 마음을 성취할 수 없다”고 하여 그 뜻이 물러가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니 여래께서 훌륭한 방편이 있으시어 그 신심을 잘 攝하여 보호하시나니 말하자면 전일한 뜻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는 인연으로써 원을 따라 타방의 佛國土에 태어나서 항상 부처님을 보고 악도를 영원히 떠나리라.}라는 가르침으로 부처님께서는 물러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一心으로 염불함으로써 그 信心이 물러나지 않도록 잘 보호 포섭해주시는 방법을 보이셨습니다.

대중스님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데는 몇가지 뜻이 있습니다. 주위 환경들을 핑계대어 자기를 정당화하려 하지 마시고, 화두만이 나의 길이다라고 생각하시면 지금 이곳에서부터 준비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들어오는 공양물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세끼 공양과 같이 먹는 참을 먹지 않으며, 많은 울력들로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예불 잘 모시고 108배시간 열심히 참회하고, 입선시간 수업시간 성성하게 깨어 있으며, 지대방은 악한 벗 대하듯 멀리하는 등의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로 앞으로 화두정진을 하실 스님들께서는 정진의 밑바탕을 기르는 소중한 강원생활을 만들어 보십시오. 그리고 평소 우리들이 하는 염불은 도를 닦아 나가는 바른 참선법이란 걸 모두 아시겠지만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려서 다시한번 말씀드리고 싶어 제게 주어진 이 시간을 나름대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몇 년동안 많은 선지식들이 열반에 드시어 슬프고 안타깝지만 항상 선지식 발원을 하며 열심히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하다보면 나와 인연이 있는 선지식을 반드시 만나실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기 모인 대중스님들 모두 바른 선지식을 만날 수 있기를 부처님께 발원하며 저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원아금차 지극지정성 금일 차례법문 동참 운문사대중 각각등보체 앙몽 관세음보살님 가호가피지묘력 자종무시겁래 소작지죄업 실개소멸 우 선지식 일어지하 확철대오 돈망생사 속불혜명 속성정각 광도법계중생 이보불은지대원. 대중스님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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