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해탈의 옷 받쳐입고 (경산스님)

운문사 | 2006.04.11 11:03 | 조회 3584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을 알지마소

가사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나무아미타불


날씨가 많이 더워졌습니다. 굴뚝을 휘감아 오른 능소화의 꽃망울이 하나 둘 터지기 시작하는 것이 이제는 정말 여름인가 봅니다.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경산입니다. 대중스님들은 ‘승려’하면 어떤 모습을 떠올리십니까? 대부분은 삭발한 모습에 장엄히 가사를 수한 모습을 떠올립니다. 가사가 출가수행자의 표시로 입는 법의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이 가사에 대해 그 조성과정과 통문에 중점을 두고 얘기해보려합니다.


가사는 산스크리트어 Kasaya(카샤야)의 음역으로, 아름답지 않은 탁한 색을 의미하는데 출세복, 자비복, 연화복, 복전의, 가사, 인욕개등으로 의역합니다. 비구스님은 위의 승가리, 울다라승, 안타회등 삼의를 기본으로 하고, 비구니스님은 삼의 외에 오른쪽 어깨를 덮는 승지기와 하반신을 덮는 군자를 더해 오의를 기본으로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입는 장삼이 이 승지기와 군자를 합해 만든 것입니다.

재단하지 않는 1장의 천에는 욕망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것을 잘라, 1장의 긴 천과 짧은 천을 이어 붙여서 1조로 만들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5조 가사는 10조각, 7조는 21장의 조각을 이어서 만듭니다. 그중에서 9~13조 가사는 2장 1단, 15~19조 가사는 3장 1단, 21~25조 가사는 4장 1단으로 재단합니다. 따라서 25조 가사는 125자의 조각이 필요합니다.

<잡아합경>에는 부처님께서 복귀라는 신도에게서 두 벌의 황금가사를 받아 여러 제자에게 보시하였다고 하고, 중국에 와서는 황제가 천자로서 태양을 상징하여 진홍가사를 입었는데 부처님제자인 스님은 법왕자이니 만천하의 스승이 된다하여 대접으로 붉은 바탕에 만가지를 수 놓아 만수가사를 지어드린 후부터 홍가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후 홍색가사는 괴색이라고 해서 성철스님, 자운스님등이 나서서 현재와 같은 괴색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송광사 16국사전에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가사를 본떠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회색은 빛을 흡수하는 검정색과 빛을 반사하는 흰색을 조하여 양변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복전의인 가사는 여러 공덕가지 공덕이 있습니다. <불설가사공덕경>을 보면 부처님께서 기사굴산에 계실 적에 문수사리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길 “부처님이시여 이 염부제중생이 무슨 인연을 지어야 壽福을 얻겠습니까? 원컨데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위하여 法要를 설하여 주십시오”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너희들이 대자비로써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여 수복 얻는 법을 물으니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수복을 선설(宣說)을 하자면 가사가 福出의 法要니라. 대저 가사라는 것은 여래의 상복이며 보살의 대의니라. 입는 자가 능히 福田을 지음에 시주한 자는 속히 勝果를 얻는다하니 제석천왕은 남북에 앉아서 옹호하고 사방천왕은 하편에 서서 시위하나니 만일 용왕이 가사를 몸에 걸게 되면 독한 짐승이 해할 마음이 없어지고 사냥하는 사람이 몸에 걸치게 되면 모든 짐승들이 공경하는 생각을 내며 가사를 시주한 사람이 천가지 재앙이 눈 녹 듯 없어지고 良工하는 사람은 백복이 구름이 일어나듯 하나니 무슨 연고로 威德이 있는가 하면 통문불(부처님이 통행하시는 문) 중에 제불제보살과 일체 신기등중이 갖추어 있으니 그러므로 바느질 할 때 만일 一通이 없으면 良工하는 사람과 입는 자가 다같이 안맹보! 를 받으니 조심하여 침공하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전법의 의미로 전해지기도한 가사는 어떻게 조성되었을까요.

<십송률>권27과 <사분율>권40에 그 행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사의 바느질은 사시에 시작하여 신시에 끝내는데 이는 밝은 곳에서 실수가 없이 정성을 들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조성된 가사는 도편수스님으로부터 검사를 받게 되는데, 가사가 법칙대로 조성되었는지, 바느질은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지, 통문은 제대로 냈는지 등을 살펴 본 다음 잘못된 곳이 있으면 고치도록 하는 택가사과정을 거쳐 잘 다린 다음 법당에 겁니다. 이를 괘가사라 하는데 이는 가사불사에 동참한 사부대중이 모두 잘 볼 수 있도록 괘포를 법당 안에 매어 놓고 가사를 펴놓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창로지로 봉투를 만들어 가사를 담게 되는데 이 봉투를 피봉이라 하고 피봉에 쓰이는 서식을 피봉식이라 합니다. 피봉면에는 ‘봉헌우삼보자존전’이라고 써서 이 가사를 삼보전에 바친다는 뜻을 밝히고, 그 아래 또는 뒷면에는 가사의 품계를 적고, 불사가 ? 片맬?진행되도록 대중스님들이 각자 맡은 소임을 표시하는 연화질을 적습니다. 연화질이란 대중목록으로써 용상방과 비슷합니다. 불사명칭이 가사불사이므로 가사불사소의 책임자스님인 편수와 가사를 마름질하는 양공, 바느질 소임인 침선등이 표시됩니다. 피봉식이 끝나면 가사를 봉투에 넣어서 신중단에 진설하고 점안식을 합니다. <석문의범>에 의하면 먼저 고려시대의 지공화상, 나옹화상, 무학대사 세 스님을 청하고 가사피봉식, 점안, 각 가사가 상징하는 모든 불보살에게 예를 청하는 가사통문불 등의 순으로 진행합니다

가사를 조성할 때는 반드시 통문을 내야하는데, 보통 콩알이 드나 들 수 있는 크기이고, 가사의 조와 제가 이루는 이랑에서 조각과 조각을 연결하는 중간에 윗부분만 바느질하고 아래는 연결하지 않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부 연결 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설정해 놓았습니다. 제대로 조성된 가사라야만 콩을 통문에 넣었을 때 전체를 돌 수 있습니다.

통문의 숫자는 가사의 조수에 따라 각기 다른데 25조 대가사의 경우 332곳에 통문이 있습니다. 바느질할 때마다 부처님의 명호를 외우는데 上品의 가사를 지을 때는 九佛을 외우고 中品가사를 지을 때는 七佛을 외우고 下品의 경우는 五佛의 명호를 외웁니다.

요즘은 윤달등의 행사로 가사불사를 많이 하는데, 승복점이나 바느질집에 대량으로 주문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이 통문들은 전통방식에 의한 손바느질을 할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가사는 일반 승복과는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9조이상의 가사는 대의이며 법의이기 때문에 가사를 수한 스님에게는 동서남북 4방에서 사천왕이 외호를 하여 부처님께서는 우주와 법계에 가득한 참 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하여 이 문을 통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의상조사의 해인삼매도 풀이와도 일치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통문의 의미가 있고, 가사가 다른 승복과 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루 세 번은 꼭 수하는 가사. 부처님의 손길을 대하듯 조심스럽고, 환희심이 납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세세생생 무상복전의 수 하시고 삼계에 뛰어난 대도사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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