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부처님을 찬양하는 범패소리(도법스님)

운문사 | 2006.05.23 13:07 | 조회 2984

비워져서 아름답고 겸허해질 수 있는 계절. 자연의 아름다운 교향악속에 무소유의 개념을 일깨우는 늦가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도법입니다.


어디서나 이렇게 항상 내가 누구인지 밝혀야 하는 통과의례에 저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법명과 거주사를 밝힌뒤 은사스님 법명이 이어지고 그 후 반응은 “아이고〜! 은사스님께 배워염불 잘하겠네”“염불 잘 배울 수 있어 좋겠어요” 등등의 염불에 관한 같은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 반응에 독립적인 나를 나로 보아주지 않고 은사스님과 동일선에 세워 왜 당연히 염불을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불만이지만 전 지금도 동자 희자 스님의 상좌이고 거기에 염불이란 프리미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계속되는 똑같은 질문에 언젠가 스님께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스님께선 당신의 상좌이기 때문에 당연히 같은 길을 가길 요구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신데 어쩌면 그렇게도 사람들은 모여서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당연히 배웠으리라 생각하는지, 지금이라도 배워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스님께선 “내가 너에게 배워라하고 강요하지 않은 것은 네가 진정 그것을 해야겠다하는 간절함이 생기면 자연스레 배우러 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난 네가 그런 말에 신경 쓰여 배울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진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배우는 것엔 네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가 되었든 네가 간절함으로 배워야 겠다는 마음이 들면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하시고 당신이 염불하시게 된 인연을 말씀해 주시며 위로해 주셨습니다. 스님의 삶이 오롯하게 수행으로 녹아져내린 범패는 그날이후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부처님을 찬양하는 범패는 불교의식에서 사용되는 범서를 찬탄하는 말로 어산이라 합니다.‘범패’는 인도(범)소리 (패)라는 뜻입니다. 불교 이전의 브라만교에서 비롯되었다 하며, 범패의 기원에 대해서는 영산회상 기원설, 묘음보살의 음악 공양설, 중국 조식창작설 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830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진감대사에 의해 전해졌고 그후 절에서 올리는 각종 재 때 쓰이며 가곡, 판소리와 함께 한국의 3대 성악곡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소리는 재를 올릴 때 소리와 절 밖에서 시주를 걷으며 축원하는 소리로 나뉘고, 재를 올릴 때의 소리는 다시 안채비와 겉채비로 나뉩니다.

안채비소리는 절안의 병법이나 법주와 같은 학식이 많은 승려가 하는 소리로, 유치나 청사와 같은 축원문을 요령을 흔들며 하는 흔히 염불이라 하며, 겉채비소리란 범패를 전문으로 하는 외부 범패승의 소리로 큰재를 올릴 때 초청하여 부르게 하는데 이 겉채비소리는 세련되고 복잡하여 음악적으로도 높이 평가됩니다.

대개 리듬과 화성이 없는 단성선율로 웅장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다시 그 스타일레 따라 홋소리, 짓소리, 화청으로 나뉘며 특히 홋소리는 범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흔히 사방찬, 도량게, 복청게, 헌좌게등 사설의 대부분이 5언이나 7언의 한시구조입니다. 또 짓소리는 홋소리를 다 배운 범패승이 배우는 소리로 한문으로 된 산문이나 산스크리트의 사설로 반드시 합창으로 하며 음악적으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입니다. 짓소리의 종류가 예전에는 70여곡이 넘었으나 요즈음은 불교 의식이 간소화되고 곡조 자체가 부르기 어려워서 대부분 사라지고 약 13곡 정도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관욕게, 목욕진언, 오관계, 거불등이며 사설이 산문으로 되어있고 홋소리에 비해 억세고 꿋꿋한 발성법, 그리고 가사 한자를 가지고 길게 끄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화청은 재를 올리는 여러 절차 사이에 어장에 모인 회중을 축원하는 것을 화청이라 합니다. 대중이 잘 아는 선율에 불교의 교리를 사설로 쓴 노래 같은 것으로 포교의 큰 방편이며, 회심곡이라는 이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패는 장중하고 엄숙하며 화청을 제외하고는 소리에 의미가 담겨있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근래에는 의식이 간소화되면서 영산재도 약식으로 지내고 범패도 안채비소리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쉽게 접하기 어려워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은사스님께서 간절하게 걸어오신 그 길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졸업을 앞둔 지금 왜 그동안 제가 그런 질문을 받았는지 이제 조금 이해가 될 것도 같습니다.

언젠가 나무아미타불하는 은사스님의 범패소리를 처음들은 외국인이 마음에 감동을 느껴 불교에 귀의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중스님들께선 어떤 간절함에 감동되고 계십니까?

청정수행하시어 뒷모습이 아름다우신 선방수좌스님도 후학을 위해 열정으로 가르치시는 강사스님도 부처님을 찬탄공양하시는 범패승도 간절함으로 하여 다른 이를 감동케한다면 그것 또한 부처님 영산회상에서 만날 날을 앞당기는 인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무엇이든 간절하게 정진하시어 감동되게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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