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발심 하셨습니까? (서오스님)

운문사 | 2006.04.10 12:11 | 조회 3101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서오입니다.

제가 오늘 가져온 보따리는 발심입니다. 처음 출가한 그 순간부터 수없이 많이 들어온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발심이란 무상 보리심의 줄인 말입니다. 부처님이 증득하셨던 깨달음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하는 것입니다. 자기 혼자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닌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며 세상을 제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해운비구가 선재동자에게 보리심을 내는데 필요한 자세와 발심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중생들이 착한 뿌리를 심지 않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못하나니, 넓은 착한 뿌리광명을 얻어야 하며, 참된 길인 삼매의 지혜광명을 갖추어야 하며, 갖가지 광대한 福바다를 내야하며, 희고 깨끗한 법을 자라게 하는데 게으름이 없어야 하며, 선지식을 섬기는데 고달파 하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며, 몸과 목숨을 돌보지 말고 쌓아두는 일이 없어야 하며, 항상 모든 중생을 사랑해야 하며, 생사하는 길을 늘 생각하고 버리지 말아야 하며, 여래의 경계 관찰하기를 항상 좋아해야 능히 보리심을 내게 되느니라.


또한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냄이며, 그게 인자한 마음을 냄이며, 안락케 하는 마음을 냄이며, 이익케 하는 마음을 냄이며, 슬피 여기는 마음을 냄이며, 걸림 없는 마음을 냄이며, 광대한 마음을 냄이며, 그지없는 마음을 냄이며, 너그러운 마음을 냄이며, 청정한 마음을 냄이며 지혜의 마음을 냄이니라.”라고.


너무 어렵지 않습니까? 항상 보리심을 낸다는 것이.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한 순간도 제대로 지속시키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삭발염의하고 출가하면 저절로 발심이 되어 부처를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알기에 발심수행장의 “부제불제불夫諸佛諸佛이 장엄적멸궁莊嚴寂滅宮은 어다겁해於多劫海에 사욕고행捨慾苦行이요”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여기 계신 대중스님은 보리심을 발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문수보살불찰공덕장엄경>은 사자용맹뇌음보살이 부처님께 문수사리보살이 위없는 보리에 대해 발심한 때가 언제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문수사리보살이 허공왕이었을 때에 8만 4천년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뇌음여래를 공양한 후에 하루는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한량없는 선근을 쌓았으니 이제 이 선근을 회향하여 무었을 구할까? 제석천왕이 될까? 아니면 전륜성왕이 될까? 성문을 구할까? 연각을 구할까?’하며 고민을 합니다.


대중스님은 어떠한 마음으로 출가를 하셨으며 지금도 그 마음이 계속 되고 계십니까? 혹시 지금 고민하고 계시지는 않으십니까? ‘나의 길은 스님이 아닌 것 같아. 차라리 그냥 부처님 믿는 제자나 될까?’아니면‘성불은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성취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불사나 할까?’‘중생제도 그건 꿈같은 얘기지. 나 한 몸도 제도하기 힘들어.’. 만약 그런 마음을 내고 계신다면 이 경의 한 대목으로 답할까 합니다.


그 때 공중에서 하늘사람이 “대왕이여, 그런 생각을 내지 마시요. 그런 용렬한 마음을 내지 마시요. 그렇게 용렬한 마음을 내면 그 복이 손상됩니다. 대왕의 쌓아놓은 복덕이 엄청나게 많으니, 대왕은 마땅히 훌륭한 서원을 내어 위없는 보리심을 내십시요.”라고 하니 그 말을 들은 허공왕이 환희하여 여기서 절대 물러나지 않으리라고 결심을 하면서 뇌음여래께 다시 여쭈어 봅니다.“어찌하면 이 마음을 내어서 등정각을 이루오리까?”라고.


우리가 출가해서 발심하는 일이 어찌 자그마한 일이겠습니까? 중노릇의 전부입니다. 출가한 우리가 다른 마음을 낸다면 보이지 않는 많은 인연들이 슬퍼하고 말릴 것입니다. 허공왕은 8만 4천년동안 공양한 후에 보리심을 발했습니다. 또 보리심을 발한 후 60항하사 겁을 지나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그 뒤에 십지를 만족하고 십력을 구족하고 모든 여래의 지위에 만족하고 부처님 법에 만족하였다 하였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두 이루어진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만한 복이 있어야 보리심을 발하고 그 원을 발할 수 있고 또 실행할 힘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비구니 스님이 없고 비구스님은 있어도 공무원처럼 출퇴근을 한다는 기사를 불교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지구상에 수많은 나라 중에 불교를 믿고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되며 그 중에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됩니까? 그 중에 여성으로써 출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은 또 얼마나 됩니까?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 길 이외에는 없습니다. 다시 <문수보살불찰공덕장엄경>으로 돌아와서 허공왕의 물음에 뇌음여래께서 답합니다.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는 것,

해 보려는 마음이 근본이 되나니

저와 같은 원을 세우면 결과도 그러하리라.

나도 지나간 옛적에 이러한 마음을 내어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훌륭한 서원을 세웠노라.

저 훌륭한 서원으로 인하여 훌륭한 결과를 얻어

큰 보리를 증득하여 훌륭한 서원을 이루었노라.

대왕도 용맹한 서원으로 이러한 마음을 내고

이러한 좋은 행 닦으면 그대도 정각을 이루리.”


해보려는 마음만 가지면 결과도 그와 같다는 말씀은 참으로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법장비구는 48대원을 발해서 극락세계를 성취하였고, 약사여래불은 12대원을, 보현보살은 보현행원을, 문수보살은 보리심을 발하는 10대 서원을, 모든 부처님과 부처님은 보리심을 발한 후 당신의 서원으로서 아름답고 훌륭한 공덕 세계를 이루었습니다. 지금 대중스님께서는 어떠한 서원으로 어떠한 세계를 꿈꾸십니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이루어 내어야만 합니다.

끝으로 문수보살의 10가지 서원 중 하나만 소개하면서 여기서 마치려 합니다.

“어떤 중생이 저를 비방하거나 저를 미워하거나 형벌로 저를 죽이면 이 사람과 저는 피차간에 서로 원수가 되어 풀리지 아니하리니, 이들이 모두 저와의 인연으로 보리심을 내어지이다.” 대중스님! 발심이 생각생각 상속하여 끊임이 없되 신구의 삼업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어하는 일이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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