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작압에 기댄 신심(법연스님)

운문사 | 2006.04.10 12:20 | 조회 3320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법연입니다. 배우는 학인의 입장에서 서로서로 경책하며 그 가운데에서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차례법문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운문사의 보물 가운데 하나인 작압전을 주제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강원 오기 전에 저희 은사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아프면 신심이 없어서다. 무슨 일이든 하면 아플 여가도 없다” 하시며 저에게 충고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때는 무슨 말씀인지 깊은 뜻은 몰랐지만 우선은 강원생활이 목표였기 때문에 마음에 되새기며 강원생활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치문 첫 철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그러면서 정신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운문사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습니다. 어느덧 겨울철이 되고 사집 봄철 소임을 뽑게 되었습니다. 회계스님이 칠판에 소임을 배열했을 때 저에겐 단 하나만이 눈에 띄었습니다. 많은 소임중에 작압전 부전소임.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떤 부처님이 계신지도 몰랐습니다. 다른 스님들은 지장전, 관음전을 살기를 원했고 작압전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쉽게 작압전 부전을 살게 되었습니다. 소임을 뽑기 전에 제가 작은 법당에서 기도하는 꿈을 꾸곤 했는데, 작압전과 인연이 맺어질려는 것이었나 봅니다.


사집 첫 철. “신심있게 살면 아프지 않는다”는 은사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약사여래불 명호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각단을 꼭 돌게 되는데, 작압전 앞에 서서 하루의 잘못된 점을 참회해야지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바뀌어 보이는 부처님의 상호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간 작압전과 약사여래불, 그리고 사천왕석주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불교 정화 이후 25년 동안 보수하고 다듬어진 운문의 도량에 옛과 현재를 이어주는 조그마한 조가비같은 모습의 작압전은 천년의 숨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벼리를 듦에 그물코가 모두 들려오듯 이 작압전은 1400여년을 내려오고 있는 운문사 내력을 작압이라는 단어에 일축시켜 후인에게 말없는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서기600년에 원광국사가 제1중창을 한지 303년 뒤인 신라 경순왕 4년 930년에 보량국사가 제2중창을 하게 된데서 오늘의 작압전이 있게 되었습니다. 운문사는 창건 당시는 작갑사(鵲岬寺)였습니다. 제2중창을 했던 보량국사가 서역과 중국에서 유학을 하고 귀국하던 중 서해에서 용왕의 청으로 경을 설하여 주고 돌아오려 하는데 용왕이 작갑사의 옛터를 찾아 절을 지으면 반드시 불법을 보호하고 삼국을 통일할 어진 임금이 나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돌아와 작갑사의 옛터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흔적이 없어 북쪽 고개에 올라가 내려와 보니 황금탑 주위에 까치떼가 모여들며 땅을 쪼아대는 것을 보고 내려와 땅을 파보니 오래된 벽돌이 무수히 나왔습니다. 곧 작갑사의 옛터임을 확인하고 그 벽돌로 탑을 조성하니 남은 게 없었다 합니다. 까치떼들의 도움으로 작갑사를 중창하게 된 보량국사는 까치떼를 기념하기 위해 까치작자(鵲)에 오리압자(鴨)를 써서 작압전을 지으니 사람들이 작압사라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雲門禪寺)라는 사액을 내려서(937년) 이때부터 운문사라 불렀던 것입니다.


작압전은 일제 때 지금의 종무소 자리에서 지금의 위치인 관음전 옆으로 옮겼으며 안에는 석조 석가여래좌상과 사천왕 석주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대좌와 광배가 모두 갖추어진 완전한 불상입니다. 섬세하게 조각된 광배높이가 92cm 대좌높이가 41cm이며 아담하나 장중한 느낌을 줍니다. 대좌와 광배가 갖추어진 완전한 이 불상은 육계가 뚜렷한 나발의 머리에 항마촉지인의 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석조여래좌상은 ‘약사여래불’입니다. 약사여래기도를 하면 마음에 고통이 없어지고, 모든 재앙이 물러간다고 합니다. 약사여래불을 마음에 새기고 지혜광명이 기도자의 지혜가 되어 모든 일을 성취하고 지도자의 모든 어려움과 괴로움이 없어져 미묘한 기쁨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천왕석주는 나무가 아닌 돌기둥에 새겨진 사천왕상인데, 갑옷을 입은 무인상 4기가 각각 꽃가지, 상고저, 보탑, 보검을 쥐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동방지국천왕, 서방광목천왕, 남방증장천왕, 북방다문천왕으로 불법을 옹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전체의 조형이 온유하고 유려하며 조각 수법은 매우 사실적입니다. 각각 높이가 1.52m, 1.64m, 1.63, 1.53m로 보물 제 31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상으로 작압전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대중스님!

여유가 있을 때 좀더 정성스럽게 작압전 앞에 서 보시면 어떨까요? 힘들고 지치는 여름, 기도로써 신심을 다지고 아무 장애 없이 강원생활을 잘 회향하시기를 바라면서 저의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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