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스님은 정말 성불을 원하나요? (동은스님)

운문사 | 2006.04.10 12:49 | 조회 2944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동은입니다. 저는 지금, 대중스님께서도 어느땐가 한 번은 들어보셨을 흔한 얘기지만 결코 가볍게 듣고 넘길 수 없는 짧은 얘기를 한 토막 하려합니다.


중국 마조스님당시에 영관제안선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선사께서 하루는 저녁공양후 당신 방에서 법당을 바라보자니 수좌둘이 저녁을 먹고 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청매화가 피는 이런 좋은 봄날 저녁이었나 봅니다.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데, 어떤 얘기를 하는지 향풍이 진동하더니 제천선신들이 오색체온을 타고와서 그 젊은 스님들에게 절을 하고 합장을 하는 것입니다.


얼마 뒤 그 선신들이 슬슬가버리더니 시꺼먼 돼지귀신들이 아주 추한 냄새를 풍기면서 침을 뱉으며 스님들의 발자국을 마구 쓸어내며 기분 나쁘게 쫓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튿날 그 수좌 둘을 불러서 물었습니다.“자네들 어제 저녁 법당 앞에서 경행을 했지?”“예, 그렇습니다.”“무슨 얘기를 했는가”“처음에는 법화경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연꽃이 진흙속에서 항상 깨끗한 것과 같은 이런 청정수행을 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불법에 대한 환희심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이거 뭐 끝이 나야 말이지 에이 빌어먹을 것 아무데 아가씨가 날 좋아하는데 장가나 가서 된장이나 지져먹고 살까하는 시덥잖은 얘기를 했습니다.”하는 것입니다.


선사께서 대중을 모아놓고 법상에 올라가 말씀하셨습니다.“어두운 방에서 보는 이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제천 선신들의 눈이 번개불과 같아서 터럭끝만한 것도 놓치지 않느니라” 대중스님 새벽 3시에 눈 뜨면서부터 지금 이 자리까지 제천선신들은 우리의 한 터럭 끝도 놓치지 않고 다 보고 다 아는데 나에게 그들은 향기를 뿌려주며 합장하고 절을 할까요? 쫓아다니며 발자국을 쓸까요?


우리의 일상은 많은 말들로 채워집니다. 큰방에서 지대방에서 운력시간에, 파도처럼 사라지는 대화들 수행도량이라는 이 선상에서 제 모습은 너무 많은 무절제한 말들이 일상에서 시시비비를 짓고 무너뜨리기를 쉬지 않습니다. 선방으로 가는 길에 서 있는 소나무 무리나 이목소의 물은 말이 없습니다. 다만 숨 쉴뿐입니다. 바람이 불면 고스란히 바람을 따르고 비가오면 그대로 비를 받고 태양이 뜨거워도 마땅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반 스님은 가끔 물어옵니다.“스님은 정말 성불을 원하나요”“예”그의 물음은 간절하고 저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오로지 공부밖에 없습니다. 일삼아서하는 시시비비에서 탈출하기를 애쓰고 일 삼아서 공부 짓기를 오직 애써서 제천선신들이 항상 곁에서 옹호해주어 공부가 더 깊어지고 신심이 더 견고해져서 진리에 더 가까이 가는 진실한 수행자가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대중스님 찰나찰나에 부처님을 생각하는 건강한 수행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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