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사람의 속임을 받지 말아라 (우경스님)

운문사 | 2006.04.10 12:51 | 조회 3015

主人公아 惺惺看하라 他時後日에 莫受人慢하라

<주인공아 성성히보아라 다른 어떤 날에 사람의 속임을 받지 말아라>


안녕하십니까? 도량이 봄의 향기로 가득한 날에 차례법문을 하게 된 화엄반 우경입니다. 저는 오늘 저도 이해 못하는 난해한 말 보다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몰람결에 충분히 느껴봄직한 그런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또로록 또로록!

도량석 목탁소리에 이성이 아니라 거의 본능적으로 이불을 개고 농안에 넣은 다음에야 ‘정랑을 갈까?’를 생각합니다. 정랑을 다녀온 후, 어제의 다짐과 같이 예불가기전에 ‘금강경기도를 하고 갈까?’하는데, 내마음 한 쪽에선 ‘아! 왜 이리 몸이 찌뿌둥하고 머리도 아프지 내일부터 할까?’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 스님들이 잠을 못이겨 엎드려 있습니다. ‘그럼 나도?’


새벽예불!

아직도 정신은 혼미하지만, 대중 스님들의 우렁찬 예불 소리에 어느새 신심이 절로 납니다.


108배!

대자대비 민중생 대희제사 제함식 상호광명 이자엄 중등 지심귀명례... 20배! 32배! ‘아우 무릎이 왜 이러지?라는 생각과함께 108배 또한 빠짐없이 하리라 그러던 저는 정정 대중스님들의 템보보다 느려지고 있습니다.


아침 수업시간!

강사스님의 열강에도 불구하고 몸은 교실에 있지만, 마음은 여기저기를 다녀옵니다.


오후 입선시간!

반스님들에게 언제나 좋은 소리보다는 나쁜 소리를 더 많이 하는 그 스님.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넵니다. ’그래 마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니까‘라는 나의 다짐과는 달리 어느새 튕겨나가버린 쌀쌀 맞은 나의 대답. 대중 스님들은 어떠하십니까? 혹시 어리석은 저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계시진 않으십니까?


출가하기 전!

제가 출가 한다는 소리에 너무나 기뻐하실 스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절대로 속임을 당하면 않된다. 네가 주도해야지, 절대 끌려 다니지 말아라!” 너무 자신만만함에 젖어있던 저는 속으로 “당연하죠,제가 왜 속임을 당하겠어요?”


출가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야 어렴푹이 그 말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스님 제가 존경하는 근대 선지식 가운데 한 사람인 경허스님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경허스님께서는 수덕사에 계시다가 시자 동주사미를 데리고 갑사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급한 용무로 먼저 가시고 스님의 필체가 있는 바랑을 멘 동주사미는 나중에 오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동주사미는 갑사 언덕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경허스님은 특별한 알리바이가 없었기에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만공스님은 여기저기에서 은사이자 법사이신 경허스님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자 만공스님 조차도 그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 해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들 무렵 퇴설탕에 계시던 경허스님께서 만주로 가신다고 하자 만공스님은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은사스님에 대한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나머지 급기야 여쭤보게 되었습니다

“스님 세간에서는 동주사미가 죽어서 말이 많은데 혹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그러자 경허스님께서는 제자 만공스님의 두손을 꼭 잡으시며 “그래 동주사미는 내가 죽였다! 내가 죽였어 너하고 나하고만 알자”이 말을 들은 만공스님은 너무 놀라서 반신반의하며 한참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주사미를 죽인 진범이 자수를 했다는 소리가 들려오자 은사이며 법사이신 경허스님의 도력을 믿지 못하고 의심을 했던 자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사흘 밤낮을 눈물로 보냈다고 합니다.


대중스님 어떻습니까? 경허스님은 어떠한 마음으로 자기가 죽이지도 않은 동주 사미를 죽였다고 했을까요? 경허스님에게 있어서는 동주사미를 죽인 사람과 당신이 둘이 아니라 하나 라는 생각에서 였을것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만약 우리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저는 그리고 여러분은 또 어떻게 했을까요? 내 마음 조차도 하나이지 못한 나에게 경허스님의 이야기는 많은 감흥을 주었습니다. 대중스님!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디에 있는지 혹 속임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夜夜胞佛眠하고 밤마다 부처를 아름앉고 자다가

朝朝還共起이라 아침마다 같이 일어남이라

起坐鎭相隨하여 일어나건 앉건 서로 붙어 다니며

語黙同居止하네 말을 하건 않건 같이 머물고 눞네

纖豪佛相離하니 털끝만큼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니

如身影相似하구나 몸과 그림자 같구나

欲識佛居處할진댄 부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자 할진대

只這語聲是니라 다만 말하는 이놈이니라


대중스님!

정말 짧은 봄철입니다.

순간순간 자신을 챙기며 후회없는 삶 되시길 바랍니다.

정진여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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