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선원에서 지켜야 할 기본덕목 (혜담스님)

운문사 | 2006.04.10 10:58 | 조회 3001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혜담慧潭입니다.

서장書狀에서 대혜스님께서는 부처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직 "화두話頭”밖에 없으며 공부의 경계에 끄달리지 말고 오로지 "화두"만을 생각하라 하셨습니다. 즉 참선을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앞으로 우리가 선원禪院에 나아가서 지켜야 할 기본덕목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보고자 합니다.

먼저 “화두”참구에 있어서 제일 필요한 세 가지가 있으니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항상 공안을 참구하는 마음으로 일관해야 합니다. 둘째는 대중을 따르며 이미 결정된 대중의 일에 시비심을 일으키지 안아야 합니다. 셋째는 개인적인 일에서는 양보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이 세가지만 잘 지켜도 선원생활에 장애가 없고, 특히 둘째와 셋째는 강원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은 선원생활을 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덕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는 취침은 소등 전에 누울 것이며, 이 때 "화두”를 들고 누웠는지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둘째는 취침시간에 개인적인 볼일은 대중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청풍료에서 기상 30분 전에는 출입하지 않으며 새벽예불 전에 묵언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혹 대중의 취침 중에 "참선”을 할 때는 자기 자리의 발쪽에서 해야 합니다.

셋째는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화두”가 있는지 살피고 기상은 대중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하며, 단 몇초라도 대중이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넷째는 이불은 대중과 같은 시간에 조용히 정리정돈 할 것이며 특히 막 기침하여서는 제 3자가 들리도록 큰 소리 내는 것을 삼가며 아침공양 전까지는 "묵언”해야 합니다. 다섯째는 문을 여닫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여섯째는 세면 시에 큰 소리로 가래를 뱉거나 소리내어 코 풀지 말며 양치 시 뱉어내는 양치물이 다른 사람에게 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일곱째는 가사와 장삼은 큰 방 자기자리에서 입고 벗으며 묵언해야 합니다. 여덟째는 법당은 예불 시작 전에 들어가야 하며, 아홉째는 법당을 나올 때는 차례로 나오고, 안행雁行(스님들이 여럿이 걸어갈 때, 마치 기러기처럼 두 줄로 짝을 지어 바르게 걷도록 함)을 해야 합니다. 열 번째로는 입선 시 먼저 "화두”가 있는지 살피고, 앉은 자리의 줄과 간격을 고르게 맞추어야 하며 오래도록 부스럭거리지 말며, 좌선 중에 개인적인 일로 출입을 삼가고, 또한 옷을 벗지 않도록 입선 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열한번째로 포행죽비를 치면 “화두”를 놓지 않은 채, 일어나고 걸을 때는 앉은 자리의 차례를 어기지 말며 남의 좌복을 밟지 말고, 발 뒤꿈치를 쿵쿵거리지 않도록 하고, 포행속도는 앞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야 합니다. 열두번째는 포행시간도 좌선시간과 마찬가지이므로 마루나 정랑가는 길에서 말을 주고 받거나 소란스럽고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말며, 볼일이 끝나거든 곧 포행대열에 참여해야 합니다. 열세번째는 좌선죽비 전에 포행대열에 돌아와서 좌선죽비와 함께 자리에 앉을 것이며,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좌정 후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열네번째, 이미 대중시간(입선,방선,예불,공양시간,울력,삭발,목욕과 임시로 결정한 대중행사 등)에 부득이 불참하거나 할 때는 소임자에게 미리 고지해야 합니다. 열다섯번째는 선원 내에 신문이나 잡지의 반입을 금하여 시정소식으로 인한 시비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또한 큰방을 항상 정돈된 정진 분위기가 되도록 협조하고 방선시간이라도 큰방 주변에서 큰소리와 소란스러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합니다.

열여섯째, 자기 소임은 최소한 대중의 지적을 받지 않도록 하며, 혹 너무 번거롭게 하여 대중이 오히려 귀찮아 하도록 하여서도 안됩니다. 열일곱째, 대중이 결정한 일을 자기는 그 일에 관여되지 않은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비방해서는 안됩니다. 끝으로 열여덟째, 결제 중에 대중을 이탈(결제포기)하는 것은 대중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이며 삼보와 옹호성중의 보호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므로, 대중이탈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위의 18가지는 다른 사람의 정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며, 혹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거나, 지키지 않은 사람의 부족한 점을 들추는데 이용하면 오히려 불화의 요인이 되니 주의할 일입니다. 스스로를 견책하고 마음 속으로 깊이 새겨, 선원에서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원”의 크고 작은 규칙을 말하였지만, 강원을 나온 이들이 선방에 가므로 강원생활 속에서 이러한 언행이 몸에 익혀지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습니다.정말 운문인雲門人으로서 행하고 행하지 말아야 할 규칙들을 우리는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끝으로 초조달마初祖達磨스님께서 이조혜가二祖慧可스님에게 이르신 이 글을 마음 깊이 새겨보며 법문을 마칠까 합니다.

        外息諸緣 內心無喘

        心如墻壁 可以入道

        밖으로 모든 연을 쉬고

        안으로 마음에 헐덕거림이 없으며

        마음이 장벽과 같음이라사

        가히 도에 들었다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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