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발 원(승진스님)

운문사 | 2006.04.10 11:21 | 조회 3101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승진입니다.

이제야 드디어 제가 차례법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차례법문을 들으며 나는 과연 저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4년간 강원생활의 회향과 마무리라는 거창한 기대 아닌 기대로 무엇인가 큰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아! 이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나의 발원으로 대중스님들과 함께 하는 것이 참 회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발원에 대해서는 다들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 번 되새겨 볼까 합니다.


“발원發願" 발할 발, 원할 원. 곧 원을 세우는 것 발원심, 발지원, 발무상원, 발대원이라고도 한다. 모두 불과의 보리를 구하는 마음. 곧 보리심을 말하지만 이것을 다시 말하면 정토를 완성 하여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마음, 곧 서원을 일으키는 것. 정토종에서는 정토에 태어나고자 원하는 사람이 자기가 닦은 선을 가지고 왕생을 원하는 마음을 회향 발원심이라 한다.”라고 『불교대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발보리심이죠.


발원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출가수행자라면 재가불자님들과 같은 가족의 건강과 영화를 비는 그런 기복적인 발원에 그쳐서는 안되겠죠. 사홍서원, 이산연선사발원문, 발심수행장 등과 같은 아주 큰 발원을 담고 있는 유명한 발원문들도 많지만 각자가 그냥 흘러가는 것보다는 자기를 비추어 자신의 근기에 맞는 발원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스님! 어떤 발원을 세우고 실천하며 살고 계십니까? 각자의 마음 속에 조그마한 발원부터 깨달음과 중생교화라는 아주 큰 발원까지 그리고 등등의 많은 발원을 하며 살고 계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미 출가할 때에 큰 발원을 세우고 원을 이루리라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삭발을 하셨을 겁니다. 그 발원을 좀 더 구체화하고 실천해 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곳이 바로 이 강원이 아닌가 합니다. 출가한 사문의 전부가 될 수 있는 이 발원은 화두처럼 함부로 발설하는 것이 아니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법문을 준비하면서 망설여지기도 했는데요. 저는 이 자리에서 위로는 부처님과 회주스님, 주지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고 각 어른스님과 대중스님 모두 한 분 한 분이 부처님 아닌 분이 없으시기에 이곳에서 송하여 대중스님의 시선을 회초리 삼아 저의 앞으로의 수행을 지어갈까 합니다.

삭발하고 먹물 옷 입은 이 모습 이대로

물러서지 않는 신심으로 오롯하게 회향하게 하소서 !


위로는 둘 아니게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참 선지식을 만나고 홀로 가는 외로운 이 길에

그래도 도반이 있어 함께 마음의 등불 밝힐 수 있게 하소서 !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날카롭게 나를 세우지 않고

따뜻한 가슴으로 일체를 싸안는 참인간으로 우뚝 서게 하소서 !


대중스님 !

정진 여일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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