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마음의 장벽과 같이(자헌스님)

운문사 | 2006.03.20 13:21 | 조회 2983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자헌입니다.

언젠가 닥쳐올 자리인줄 알았지만 막상 이렇게 올라오고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군요. 오늘 저는 저의 고민거리였던 문제를 여러분 앞에서 함께 풀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특히 저는 하루 동안 아니 어쩌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기 마음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바깥 경계에 끄달려 어지러이 생활합니다. 그 바깥 경계 중 제일은 아무래도 우리의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의 몸은 수행의 바탕으로써 깨달음으로 가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어리석은 중생은 그것을 너무나 탐착하여 연연하고 맙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우리의 몸을 여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나누어 말해보고자 합니다.

제일 처음은 눈입니다. 눈은 이것저것 모든 색을 보고 마음에 맞고 맞지 않음을 가립니다. 마음에 맞으면 욕심내게 하고, 마음에 맞지 않으면 미워하게 하지요. 당장 저를 보더라도 좋은 물건에 욕심내고 미우면 그냥 팽개쳐 버리기 일쑤입니다.

두 번째 귀입니다. 이 귀는 모든 소리를 듣고는 생각하여 즐거운 소리는 집착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미워하는 마음을 냅니다.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한없이 기분이 좋고, 악담을 하면 마음이 상하면 화를 내지 않습니까?

다음은 코입니다. 코는 냄새를 맡아 향기로움과 더러움을 가립니다. 향기롭다면 말할 것도 없지만 혹 그렇지 못하다면 마음에 평등함을 잃고 욕심내게 하고 심지어 언짢아하기도 하지요. 가끔 후원을 지나갈 때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면 코를 벌름거리면서 무슨 맛있는 음식일까 하고 좋아 하고 어쩌다 기계가 꺼진 정랑에 들어갈 때면 어떻게든 코를 막고 들어갔다가 얼른 나왔던 생각이 납니다.

네 번째는 입입니다. 먹는바 여러 가지 음식에 맛난 것과 거친 것을 가려 좋아하며 탐욕을 내게 하고 혹은 싫어하는 마음을 내게 합니다. 당장 여러분도 보면 맛있는 것은 누가 볼세라 허겁지겁 먹고 그렇지 못하면 저만치 밀어놓았던 경험이 있으실 꺼라 생각이 드는데요? 몸 또한 몸에 닿아 좋고 부드러우면 거기에 빠져 헤매고, 괴로운 감촉이 닿으면 너무나 밉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 까닭 없이 나를 때리면 그 사람이 밉죠?

마지막으로 마음! 이것은 관찰 하는 바 이것이나 저것을 온갖 모양에 집착하여 탐심을 내고 그 욕심을 더욱더 더할 뿐입니다. 모든 좋고 나쁨을 총괄하면서 끝없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꼭 필요하면서도 필요한 만큼이나 우리를 뇌롭게 하는 놈들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보고 들음에 좋은 것이라 집착할 것도 없고, 냄새 맡고 맛봄에 정미롭다 욕심낼 것도 없으며, 몸에 닿아 좋음에 쫓을 것도 없고, 마음에 든다고 평등심을 잃을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잘 거두어 다잡아서 여섯 가지 인식대상에 부딪혀도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 여섯 가지 경계 뿐 아니라 모든 경계를 무찌르고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언제나 부지런히 이 여섯 놈을 채찍질하고 바른 것을 닦아 익힌다면 모든 번뇌가 마음에서 물러나 언젠가는 저 강을 건너 피안의 언덕에 이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外息諸緣하고

內心無喘하며

心如墻壁이라야

可以入道라

밖으로 모든 연을 쉬고

안으로 헐떡거림이 없으며

마음을 장벽같이 하여야

도에 들 수 있음이라


는 말을 되새기면서 자리에서 물러날까 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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