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위빠사나 수행법(지윤스님)

운문사 | 2006.04.03 12:41 | 조회 3788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지윤입니다.


출가하기 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던 말은 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돈 때문에, 돈만 있으면······.

출가한 뒤 행자 시절부터 사집이 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듣는 말, 시간이 없어서, 시간만 있으면. 모든 게 시간과 관계 된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읽지 못하는 책, 독송이며 먹는 것, 씻는 것 모든 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급하게 빨리빨리. 요즘 유행하는 느림의 미학과는 대조적인 우리의 일상을 세상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지며 볼 것입니다.

이렇게 길게 서두를 꺼내는 이유는 결코 시간이나 느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사집을 배우고 나면 참선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한 번쯤 앉고 싶고 화두삼내에 빠지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바쁜 강원 생활 속에서 화두잡고 앉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앉고 싶고 ‘이 뭣고’를 하고 싶은 마음.

오늘 저는 생활 속에서 편안하고 부담 없이 점진적인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명상법 위빠사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짧은 시간에 광범위한 내용을 말씀드린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수행의 방법과 이익, 또 수행의 힘을 강화시키는 요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위빠사나는 팔리어의 위와 빠사나의 합성어로, ‘위’는 여러 가지 형태라는 뜻이며, ‘빠사나’는 본다는 뜻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본다, 통찰, 꿰뚫어 봄을 의미합니다. 같은 말로 빠체 카냐나가 있는 데 '빠체카‘는 직접 체험해서 아는 것을 말하며 이는 이성보다 직관을 통해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흔히 지관법, 수식관이라고 알고 있는 이 수행법은 SātĪpathana sutta사티빠다나수다 라는 팔리어 경전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부처님의 참선 수행의 정법입니다.

간화선이 한 호흡에 화두를 챙기는 것이라면 위빠사나는 호흡할 때마다 일어나는 배의 불러옴과 꺼짐을 관찰하여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 사띠SātĪ, 알아차림에서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마음을 집중해야 합니다. 아 수행법은 좌선, 행선, 음식 먹을 때 등등 모든 일상의 활동에 다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걸음을 걸을 때 한 걸음에, 발의 들음의 시작, 발의 들음의 끝, 발의 나아감의 시작, 발의 나아감의 끝, 발의 놓음의 시작, 발의 놓음의 끝. 이렇게 여섯 단계로 나누어 마음 챙김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 챙김을 하면서 걷는다는 것이 처음엔 잘 되지 않습니다. 한 생각 놓치면 넘어지거나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계속 노력하여 습관이 붙으면 알아차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빠사나 수행의 이익은 무엇일까요. 수행을 통해 마음의 분명한 상태를 얻게 되고 균형 잡히고 안정된 상태를 얻게 되며, 어떤 병들은 치료가 되며, 보다 상위의 지혜를 얻고 우리가 항상 원하고 있는 아빠야(Apãya)즉 사악도四惡道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마침내 담마(Dharma, 법)를 깨닫게 됩니다.

일상에서 위빠사나 참선의 유익함과 기회를 얻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 이익 됨을 얻기 위해 수행자의 인드리야(Īndrīyā) 곧 수행의 힘을 강화시켜야 됩니다. 그 인드리야를 강화하기 위한 다섯 가지를 소개하자면, 사따인드리야(Saddhaa-indrīya), 위리야인드리야(Viriya-indrĪya, 사띤드리야(Sati-indrĪya), 사마딘드리야(Samaadhi-indrĪya), 빠닌드리야(Paññaa-īndriya)입니다. 신심·믿음의 힘, 정진의 힘, 알아차림의 힘, 일념삼매의 힘, 오온의 참 성품을 아는 능력, 즉 지혜의 힘입니다.

다섯 가지 인드리야를 강화하는데 다시 아홉 가지의 요인들이 있습니다. 초기 단계 수행자에게는 일념삼매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현상의 중지’ 성품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나마(Nãma;마음, 정신적 요소나 현상)와 루빠(Rùpa;물질, 육체, 색)가 일어날 때 그것의 중지의 양식을 마음 챙김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요인은 꿰뚫어 보는 듯한 마음으로 현재, 지금, 바로 그것에 정확하게 집중해서 궁극적 진리를 보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수행자는 세 가지 느낌(웨다나: Vedanā, 수(受))을 발견하게 됩니다. 즐거움, 고통, 즐겁거나 고통스럽지도 않은 중간 느낌입니다. 이 단계를 극복해야만 마음 챙김이 동요되지 않고 면밀하게 유지되기 위한 지속적 마음 챙김의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행위를 할 때 주의 깊게 항상 마음을 집중해서 행해야 합니다.

넷째, 적절한 도움자 환경을 가지는 것입니다. 도움의 요소엔 적절한 선원, 탁발 다니기, 적절한 마을, 대화의 올바른 방법(이것은 스승과의 면담을 말합니다.) 유용한 도반, 적절한 음식, 적절한 기후, 적절한 육체적 자세가 그것입니다.

다섯째, 좌선이 끝나면 수행과정과 끝난 뒤의 시간, 상황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좌선 중 마음 챙김을 잘할 수 있었던 원인을 기억하여 그 요소를 증장시키는 것입니다.

여섯째, 보장가(Bojjhanga: 깨달음의 일곱 가지 요인)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과잉흥분과 혼란스러울 때 평등심, 삼매, 고요함에 마음 집중합니다. 정진하려는 마음이 흐트러질 때나 정신적 의기소침을 겪는 경향이 나타날 때 위리야(Viriya: 정진), 삐디(piti: 기쁨, 환희), 담마위짜야(Dhama-vicaya: 법에 대한 조사, 확인)는 무기력을 치료해 줄 것입니다.

일곱째, 우리의 육신과 생활이 없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대해 엄격해지는 것입니다. 많은 시간 수면을 취하거나 생활의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만큼 퇴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덟째, 심각한 고통과 통증, 이로 인한 육체적인 우려 등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겪는 괴로움, 우울 등을 격퇴하기 위해 정진에 마음 집중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행하는 노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 확고한 믿음과 지속적인 노력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석존 입멸 후 부처님의 가르침을 집성하기 위한 1차 결집 때 그 결집에 참석할 오백 명의 비구를 뽑게 되었습니다. 마하가섭 존자는 결집의 가치를 위해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참가하는 비구들은 마음으로 경, 율, 론 삼장을 암송할 수 있어야 하고 아라한과를 증득한 이라야 했습니다. 499명의 비구를 찾고 마지막 한 명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부처님이 설하신 모든 가르침을 완전하게 듣고 외우는 아난존자가 아라한과를 증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격미달이 되어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난존자는 결집의 일원으로 선택되고자 면밀한 수행으로 열심히 정진했으나 정진에 치중한 탓이라 생각하고 침실로 들어가 앉은 자세에서 침대 위에 ‘누움 누움’ 하며 마음 챙김을 하면서 그의 몸을 기울였습니다. 그 순간 머리가 베개에 닿기 바로 전 수다함을 통해 곧바로 아라한과를 증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좌선이나 행선을 통해 아라한을 성취한 것이 아니라 섬세한 일상의 마음 챙김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다.

때때로 정랑 갈 여유조차 없을 만큼 바쁜 나날들 속에 별도의 수행의 시간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일상의 순간순간, 행위마다 분명한 앎을 가지고 마음 챙김을 한다면 어느새 우리는 한층 더 도에 가까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풍요의 계절 가을입니다. 이 가을에 우리의 눈동자가 좀더 깊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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