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행과 사찰 환경문제(법찬스님)

운문사 | 2006.04.03 12:47 | 조회 2665

지난 여름방학부터 저희 절에서는 환경운동에 대한 어린이 여름 생태불교 학교를 치르고 또 재가불자들의 1박 2일 연수회 등 방학에 맞추어서 어른스님이 프로그램을 짜고 옆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면서보니 대부분의 절집살림이 산중이라 자연과 불교는 깊은 관계가 있고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 점점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계사의 흐름을 되돌아볼 때 어느 시대든 급변하는 시기가 있고 그때마다 모든 종교는 나름대로 사회의 변하에 맞추어서 시대적인 사명을 가지고 사회를 이끌어 왔습니다.


불교사적으로도 대소승의 전개와 선불교의 융성은 시대적인 사상을 이끌어 내려는 변화의 큰 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21세기의 사회는 종교계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의식과 선구자적 입장을 잘 이끌어 내어야 하는 기로에 있다고 판단되고 특히 타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도에 비교할 때 불교계의 그러한 점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불교계는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은 명분과 실리를 다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전체적으로는 사회적 관심도와 참여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스로 어려운 경우를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교가 21세기 종교로서 사회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선도해야 합니다. 앞으로 불교계가 사찰이 입지하고 있는 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자기 집도 잘 지키지 못하고 어떻게 사회에 참여해서 불교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포교가 잘 되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불교환경 운동의 역사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외국에서는 1950년대를 전후한 시기부터 야생동물의 보호를 중심으로 환경보호에 관한 활동을 추진하여 왔고,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운동은 60, 70년대의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환경오염문제가 야기됨에 따라 일반사회에도 환경문제가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불교계의 환경운동의 활동은 대략 1991년 3월 발족된 불교환경 교육원의 환경교육과 실천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 1992년 2월 공해추방운동 불교모임이 창립되면서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내었고 또한 대중적 환경운동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1996년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펼친 96년 청정국토 한마당이 처음으로 열리면서 재가자 중심의 연대활동이 본격화 되었습니다. 그 예로 2000년에 불교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지리산 댐 건설 문제 역시 불교계와 종교 ․ 시민 환경단체의 결집된 힘으로 2001년 3월 백지화 시키게 됩니다.


또, 2001년 9월에 불교환경 연대가 창업하게 됩니다. 불교환경연대의 출범으로 불교환경운동은 종단 공식기구인 조계종 환경위원회와 보조를 맞춰서 대사회적인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됩니다.그 즈음에 저희 회룡사에서도 북한산 관통이라는 국책사업을 우연히 듣게 되고 인근 주변 절에 연락을 하고 반대시위를 시작하려고 하는 시기였고, 그때 불교환경연대의 소식을 처음 듣고 수경스님을 모시고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동안 국책사업 등 국가주요 현안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던 불교계의 특성상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국가를 상대로 한 자연환경보존 및 수행환경 수호에 대한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고 일시적인 활동이 아니라 장기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반대활동에 돌입하게 됩니다. 지난 1996년이후 사찰환경 분쟁이 발생된 사찰이 100여개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지자제가 실시된 이후 각자치 단체마다 수입원확보를 위한 개발계획 수립으로 사찰환경문제를 야기시킬 소지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환경운동을 하다보니 천주교의 모 신부님이 우리나라 도로에 대한 100년 계획을 보여주었는데 전국도로망이 온 산을 벌집화해서 거의 안 뚫는 산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찰이 산에 위치해 있는데 환경에 무심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안당하리라 보장할 수 없구요, 또 이번에 내원사의 천성산 북한산이 중요한 문제로 야기되는 이유는 최초로 조계종 총무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 지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를 상대로 해서 이기기는 아주 어렵지만 그렇다고 저지하지 못하면 전국 산이 벌집화되고 많은 사찰이 피해를 입을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국가에서 하는 일은 도로가 우리 절 법당을 지나가는 일이 아니면 절 옆에 딱 붙어서 도로가 생겨나도 보상 한 푼 받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개발사업, 특히 정부의 도로건설은 해당공사의 관계자 외에는 사업내용을 초기에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유는 부동산 투기 등의 이유로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찰에서 수행환경 훼손을 인지한 때는 사업계획이 확정되었거나 이미 착공에 들어간 이후가 되기 일쑤입니다. 공사를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은 이래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현장에 공사 진행을 그대로 두면 수행환경 훼손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해 집니다. 소송 등을 통해 피해보상은 청구할 수 있으나 수행만 하다보면 소송에 대한 이해지식이 없으면 정부와 대기업간에서 보상받기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저희 절도 2년째 소송 중이고 상대가 국가와 수도공사라고 하는 9개의 대기업이다 보니까 우리가 99% 정당해도 법정에서 어이없게 지는 일도 허다하고 또 판결이 승소가 되어도 다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번복되어서 벌금 등이 우리 쪽으로 다 나오고 벌금만 나오면 괜찮은데 거기다 벌금에 대한 집행유예까지 몇 년간은 아무 일도 못하게 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몇 안 되는 환경운동가들 중 현재 5명에게 벌금이 몇 백 만원이 나오고 집행유예가 3년이 떨어져서 소송중입니다. 이런 시민단체는 힘이 너무 미약하고 유지비도 없어서 쩔쩔매고 있다는 것을 듣고 마음도 아프고 수행자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세속인들도 환경을 이렇게 사랑하고 애쓰는데 출가한 나는 어떠한가 하고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계속해서 문제는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고 하니 대중스님 여러분, 각자 한 가지씩 전문분야를 개척하시고 그것을 수행삼아 키우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불교환경이라는 작은 타이틀 안에는 환경전문인, 법률가 등 여러 전문인이 필요한데 전문성 있는 인재가 불교계에는 타종교보다 지극히 적다는 점입니다.


환경, 법률, 교육, 포교 등등 어린 저의 소견으로는 수행이란 선객이나 강사, 법사 등도 훌륭하지만 칭찬과 비방을 동시에 받지만 하량곳 없이 하시는 법륜스님, 수경스님처럼 생활을 수행으로 삼고하시면 우리나라 불교도 스스로 자기정화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음으로 양으로 북한산 관통도로 저지운동에 도움을 주셨던 학장스님, 주지스님 이하 어른 스님 분들과 화엄반 스님 이하 대중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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