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부처의 한 생각 (혜수스님)

운문사 | 2006.04.10 10:54 | 조회 2824

          손에 양칫대를 잡을 때는

          중생들이 마음에 바른 법을 얻어

          저절로 깨끗하고 맑아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물에 손을 씻을 때는

          중생들이 최상의 묘한 손을 얻어

          부처님의 법을 받들어 지니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혜수입니다.

양칫대란 스님들이 같추어야 할 18가지 물건 중의 하나로, 입 속을 청결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버드나무 가지의 한 쪽 끝을 가늘게 쪼개어 만든 것인데, 버드나무 자체에 약효가 있으므로 이것을 사용하면 저절로 청정하게 된다고 《화엄경》〈정행품〉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정행품〉은 보광법당에서 설해진 《화엄경》의 열한번째 품입니다. <정행품〉가운데는 후세의 불자들이 반드시 독송해야 할 "삼귀예문三歸禮文"이 있고, 이는 불자들이 청정한 생활이나 수행을 하는 데 필요한 실천덕목의 보물창고입니다.

<정행품〉에서는 지수智首보살이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삼업三業을 순화시켜 청정하게 하는 방법을 묻자, 이에 대해 문수보살이 140가지의 서원을 설하고 있습니다. 번뇌로 더럽혀진 일상생활의 모든 행위를 청정한 행위로 바꾸는 방법을 설한 것입니다. 그 가운데 최초의 서원은 보살이 재가에 있을 때의 소원을 밝힌 것입니다.

          보살이 가정에 있게 되면

          중생들이 그 집의 어려움을 떠나

          空한 법 가운데 들어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부모를 효성으로 섬기게 되면

          중생들이 모든 것을 잘 보호해

          영원히 큰 안락을 누리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가정은 일의 피로를 풀어주는 안락한 장소일지는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갖가지 고통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정이나 가족에게 얽혀서 온갖 고통이나 귀찮은 일들을 끊어 버리고 먼저 공한 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출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인간은 홀로 태어나 홀로 죽어갈 뿐입니다. 태어나 살고 죽어가는 데 있어서는 자기에게 반려가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도 만날 때도 한 사람이요, 헤어질 때도 한 사람인 것입니다. 인간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혼자인 것입니다.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진정으로 외롭고 고독한 모습을 본 사람만이 자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출가할 때의 서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신심을 가지고 가정을 떠나게 되면

          중생들의 세속의 일을 모두 버리고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지기를

          마땅히 원해야 되네.

          출가의 법을 구하게 되면

          중생들이 마음의 장애를 없애

          다시는 물러나지 않게 되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이어서 삼귀의三歸依를 설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할 때는

          중생들이 큰 도를 몸소 증득해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겠다고

          마땅히 원해야 하네.

          스스로 법에 귀의할 때는

          중생들이 경장에 깊이 들어가

          지혜가 바다와 같아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스스로 스님들께 귀의할 때는

          중생들이 대중을 잘 통솔하여

          일체의 모든 것에 아무런 장애가 없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이어서 선정을 닦을 때와 행동할 때의 소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발을 들어 올릴 때나 옷을 입을 때나 언제나 소원을 빌면서 불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기를 결심할 것을 설하고 있습니다. 불도를 닦는 것은 길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길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으며,길을 가다보면 온갖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의 서원이 52가지로 설해져 있는데 그 가운데 몇 가지만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올라가는 높은 길을 보면

중생들이 위없는 무상도無上道에 올라

삼계三界를 벗어나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무성한 나뭇잎을 볼 때면

중생들이 도로써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선삼매禪三昧에 들어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그 외에도 흐르는 물을 보면 바른 법의 흐름을 얻어 부처님의 지혜의 바다로 들어갈 것을 원하고, 솟아나는 샘물을 보면 선근善根이 무한함을 알아 스스로의 경계를 높이려고 노력하라고 설합니다. 또한 산의 계곡물을 보면 먼지나 더러운 때를 씻고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하기를 원하라고 합니다. 자연의 경치를 보고도 서원을 세울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보고도 서원을 세우라 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통을 없애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으려고 해야 하며, 병자를 보면 몸의 실체가 없고 영원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아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서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스스로 서원을 세워서 자신을 고양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합니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을 공양할 때에도 절제하고 욕심을 적게 가지려고 원하는 것이며, 식사할 때의 서원 역시 간절하면서도 정중하게 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행품〉의 마지막 게송은 잠잘 때와 아침에 깨었을 때의 서원을 설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밤이 되어 누워 잘 때는

중생들이 모든 행위를 완전히 쉬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더러움이 없어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네.

하루의 일이 끝나고 휴식을 취할 때는 마음을 깨끗하게 해서 밝고 맑은 기분으로 취침할 것을 서원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는 시방의 모든 중생들을 다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불도수행의 공덕을 얻게 되면, 마구니 조차도 그 사람의 도행道行을 움직일 수 없는 것입니다. 《화엄경》〈정행품〉이야말로 불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대중스님들 생활하시는 순간순간, 《화엄경》〈정행품〉의 내용과 같이 늘 깨어 있으시기를 불보살님 전에 서원합니다.

성불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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