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진실한 말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보영스님)

운문사 | 2005.12.26 17:23 | 조회 2915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보영입니다.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졸업이라니, 저를 돌이켜보고 마무리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잡아함경』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핑기카라는 젊은이가 찾아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로 부처님을 모욕했습니다. 그래도 부처님께서는 핑기카가 퍼붓는 욕설을 잠자코 듣고만 계셨습니다. 한참동안 욕을 하던 그도 부처님께서 별 반응을 보이시지 않자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젊은이여, 그대의 집에 손님이 찾아오는 일이 있는가?"

"예, 찾아옵니다. 부처님이시여."

"그러면 그대는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가?"

"물론 대접합니다."

"만약 손님이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는가?"

"그야 물론 제 차지가 되겠지요. 그런데 그건 왜 묻습니까?"

"젊은이여, 오늘 그대는 나에게 욕설로 차려진 진수성찬을 대접하려 했으나 나는 그것을 받지 않았으니 그 모욕적 언사들은 모두 그대의 차지가 된 것 같구나. 젊은이여, 만약 내가 그대의 욕설을 듣고 화를 내면서 똑같이 욕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구나."

핑기카는 조용히 웃고 계시는 부처님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핑기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참는 것은 분노를 이기고, 착한 것은 악한 것을 이기네. 은혜를 베풀면 간탐을 항복받고, 진실된 말은 거짓말을 이기며 꾸짖지 않고 사납게 하지 않아도 언제나 성현의 마음에 머무르며 악한 사람이 화를 돋구더라도 돌산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 있네."

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과 즐거운 마음은 나를 그리고 주위를, 이 세상을 즐겁고 긍정적으로 바꾸어 줍니다. 아름다운 생각과 말, 심지어 음악까지도 그러한 원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할까요?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그것들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의 마음 씀 하나 하나, 그리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서로에게 또는 세상에 진동과 전율로 퍼져 전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온 우주법계에 나의 한 마음 씀, 말 한 마디가 가득 차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좋지 못한 생각은 물론이고 함부로 아무 말이나 하지 못하겠지요.

어느 책에서 보았는데 우리가 마시는 물로 '사랑과 감사' 라는 말을 들려주었을 때와 '나쁜사람'이라는 말을 들려주었을 때 그 결정체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한 기도와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서 물을 대할 때와 분노와 탐욕의 마음으로 물을 대했을 때도 그 결정체는 다르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즉 좋은 마음으로 말을 했을 때는 그 결정체가 아름답고 선명한 육각수의 모습을 나타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흩어진 모습이나 물의 결정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정물인 물이라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이야 어떻겠습니까?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작은 말 한 마디라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나보다 먼저 항상 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넓은 마음을 지녀야 하겠습니다. 내 자신이 서로 아픔을 나눌 수 있는 포근한 가슴을 지녔는지, 그리로 타인에게서 언짢은 말을 들었더라도 그것을 다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졌는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어차피 이 세상을 당당히 살아가야 하기에 서로 공경하면서 사랑하고 이해하며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가야 하겠습니다. 기쁨보다 아픔이 많고 번뇌와 고뇌가 많은 이 세상입니다. 참고 인내하지 않으면 서로 헤어짐과 아픔이 많을 수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 세상, 하지만 아직은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살아 볼만한 삶이 아니가 싶습니다. 진정 나 자신부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 어떠한 것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우주와 같은 넓은 마음 지닐 수 있기를 발원해 봅니다.


그동안 운문사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보살펴 주신 은사스님과 저의 앞길에 등불이 되어 주신 어른 스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4년 동안 격려해 주고 아껴주었던 도반 스님들과 마지막까지 소중한 인연으로 회향하게 됨을 대중스님들과 불보살님전에 두 손 모아 감사 드립니다. 마지막까지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하며 회향 잘 하겠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행복한 날 되시고 성불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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