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불탑신앙 (승안스님)

운문사 | 2005.12.26 17:24 | 조회 3363

오늘 제가 준비한 법문은 탑과 사리, 즉 불탑신앙에 관한 것입니다.

가장 가까이 우리와 함께 하는 문화재인데도 제대로 아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오늘 법문을 계기로 대중 스님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탑이란 대중 스님들께서도 아시다시피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안치한 무덤입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에 여덟 나라가 사리로 인해 분쟁을 하자 '도로나'라는 바라문이 사리를 등분하여 여덟 나라에 각각 하나씩의 사리탑이 건립되었습니다.

『보살처태경』 「기탑품」에는 이 여덟 나라가 싸울 때 하늘과 바다의 왕들이 와서 자신들에게도 사리를 줄 것을 요구하며 '만약 주지 않으면 힘으로 항복시키겠다'고 합니다. 이에 우파길이라는 대신에 의해 사리가 세등분 되고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에 각각 칠보탑과 투파가 세워졌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탑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리는 크게 부처님의 유골인 진신사리와 경전인 법사리로 나눕니다. 우리나라는 신라 법흥왕 때 양나라 양무제가 보낸 사리가 최초로 들어온 진신사리 인데요. 모든 진신사리는 보살, 팔부신장, 연꽃 등의 문양이 조각되거나 진주, 구슬 등으로 장식되어 있는 사리용기에 안치됩니다.

사리용기는 제일 바깥에 돌로 만든 석사리 용기 안에 청동으로 만든 청동사리 용기가 있으며 그 안에 은으로 만든 은사리 용기, 다시 그 안에 금으로 만든 금사리 용기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사리가 안치된 파아란 유리병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법 사리를 살펴보면 모든 경전은 법 사리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법사리는 금강반야바라밀경, 법화경, 화엄경,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전신사리경, 연기법송이 있습니다.

이 중 첫 번째 화엄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엄경 필사본으로 현재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화엄경 목판 자체의 한 끝을 파서 진신사리를 봉안하여 법사리와 진신사리가 함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두 번째, 금강반야바라밀경은 해인사 길상탑과 왕궁리탑 속에서 발견되었는데 『조품반야경』의 「탑품」과 「사리품」에는 불탑을 세우고 사리를 공양하는 것보다 지혜의 완성인 반야경을 공양하고 널리 설하는 공덕이 훨씬 더 수승하다고 설합니다. 그런데도 탑을 조성하여 사리를 공양하는 이유는 부처님은 반야경의 핵심인 지혜를 완성한 자이고 부처님의 유골인 사리는 지혜의 완성자의 결과로서 나온 것으로 그 가치를 부여하여 탑을 세워 사리를 공양하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 법화경을 살펴보면 『법화경』 「방편품」에는 탑을 세워 공양하거나 혹은 아이들이 놀면서 모래로 불탑을 만들지라도 정각을 이룬다는 게송이 있을 정도로 매우 적극적으로 불탑신앙을 바라보고 있지만 후반부의 「견보탑품」에는 "법화경을 설한 자리는 법화경 자체가 여래가 되므로 탑을 세우되 사리를 넣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하여 법화경 또한 진신사리보다 법 자체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불국사의 석가탑과 해인사 길상탑, 그리고 황룡사탑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경의 내용은 한 점쟁이가 '가필라린다' 라는 바라문에게 "당신은 7일 후에 죽어 지옥에 떨어질 것이요." 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이 바라문은 공포에 떨면서 부처님께 달려가 구원을 요청하였고 부처님은 그에게 성안에 있는 오래된 사리탑을 수리하고 그 속에 이 다라니를 써서 일곱 번 외우고 탑 속에 넣으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극락세계에 태어날 수 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77번 탑돌이를 하고 77번 다라니를 외우고 77개의 소탑을 만들어 탑에 봉안하는 근본 다라니법부터 208번 주문을 외우면 선정을 얻고 낡은 탑을 고치고 이 다라니를 108번 외우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자심인 다라니 법까지 4가지의 다라니 법을 말씀하시는데, 모두 수명장수와 극락 왕생, 소원성취 등의 내용으로 법사리의 개념이 많이 변질되면서 밀교적인 성격이 강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탑 속에 봉안되어 있는 사리를 중심으로 간단히 말씀 드렸는데요, 우리나라의 탑들은 대부분 진신사리와 법 사리가 함께 봉안되어 잇지만 도굴되어 단지 겉만 탑의 형상을 하고 있는 탑도 많으며, 한때 유행한 도참사상에 의해 그냥 산세의 형세에 따라 조성된 탑도 많습니다. 이러한 탑들에 법 사리를 넣는 의식을 하여 진정한 탑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며 선덕왕 12년 자장율사가 모셔온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 통도사 적멸보궁에는 다음과 같은 자장율사의 불탑게가 적혀 있습니다. 이 게송을 끝으로 오늘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萬代輪王三界主 만대윤왕삼계주

雙林示寂幾千秋 쌍림시적기천추

眞身舍利今猶在 진신사리금유재

普使群生禮不住 보사군생예부주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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