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오방색을 통해 본 화합 (정명스님)

운문사 | 2005.12.26 17:31 | 조회 3030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정명입니다.

대중 스님들께서는 비로전 꽃 문을 눈여겨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 꽃 문이 몇 가지 색으로 채색되어 있는지 관심 있게 보셨습니까?

저는 금당에서 자주 비로전을 바라보면서 사찰의 단청이나 불화, 문살 등이 가진 아름다움과 채색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예술의 기본이 되는 한국의 전통색은 무엇일까요?


저는 오늘 우리나라 사찰의 단청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전통색, 오방색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한국의 전통 오색인 오방색은 음양오행에 바탕을 두어 우주와 인간의 생명을 음과 양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청東靑, 서백西白, 남적南赤, 북흑北黑, 중황中黃으로 각각의 방위에 기본 색을 배정했고 그 다섯 방위 사이에 간색을 두었습니다.


오색 가운데 황黃은 오행 가운데 중앙에 위치하는 토土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가장 고귀한 색으로 인식 되었기에 중국에서는 천자, 황제의 색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청靑은 동쪽에 해당하는 목木으로써 만물이 생성하는 봄의 색, 생명을 상징해 복을 비는 색으로 사용되었고, 백白은 서쪽에 해당하는 금金으로 결백과 진실, 삶, 순결 등을 뜻한다고 합니다. 적赤은 화火에 해당하는 색으로 남쪽이며 태양, 불 등과 같이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을 뜻하는 가장 강력한 빛깔로 상징되고 있습니다. 흑黑은 수水에 해당하여 방위상 북쪽이고, 인간의 지혜를 관장하며 계절로는 겨울을 나타냅니다.


우리나라 사찰이나 궁궐의 단청은 오방색을 사용한 대표적인 예인데, 오방색이 방위에 따라 잘 조화되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천장은 천상의 세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 천계의 신격이 나타나도록 하였고, 천장을 떠받치는 부재에는 오색구름과 무지개를 나타냈으며, 기둥 밑 부분에는 현세의 존엄성을 청색과 적색으로 단조롭게 나타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오방색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 곳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아기의 돌과 명절, 혼례 때에 입는 색동옷으로 건강과 화평을 기원하였고, 오색 고명이 올려진 국수와 오방색을 활용한 무지개떡을 먹으며 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단순히 화려하고 배색이 아름다운 빛깔로써의 조화를 중요시 했던 우리 선조들의 의식까지도 엿볼 수 있는 것이 한국의 전통 오방색인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도량은 단청 색 하나까지도 의미와 조화를 살린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 아름다운 곳도 각각의 제 빛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색으로 조화를 이루듯이 우리네들도 조화를 이루면서도 화합되게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키워 가면 어떻겠습니까?

정진 여일(精進如一) 하십시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