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바른 대화의 모습 (일훈스님)

운문사 | 2005.12.26 17:32 | 조회 2770

하얗게 얼어있던 계절이 지나고 핑크빛 바람이 돌고 작은 꽃씨들이 눈을 뜨는 아름답고 따뜻한 좋은 계절입니다.


안녕하세요? 화엄반 일훈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오해 없이 온전히 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우리는 대화라는 방법을 통해 마음들을 전하는데요.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화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저마다 각자의 소질에 따라 뛰어난 부분이 있듯이 유난히 말을 잘하고 말솜씨가 뛰어나 주위를 사로잡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언변이라 해도 마음이 진실하고 성실하지 못하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은 될 수 있으면 경어를 써야하며, 지나치게 자기를 낮추거나 도에 넘는 정다운 말투 등은 상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또,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 은어를 쓴다거나 불쾌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윗어른이 계신 자리나 조심스러워야 할 자리에서 점잖은 체 하며 말하는 것은 실례가 됩니다. 혹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무뚝뚝하거나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은 상대를 주눅 들게 하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나의 뜻을 전달할 때 입속으로 우물우물 자신 없이 말하는 것은 나약하고 정직하지 못한 모습의 표현입니다. 불편하거나 의미 없는 자리라고 해서 이야기 하다말고 이유 없이 웃음을 지어서는 안 되며, 또 편하고 정겨운 자리라고 해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웃는건 주위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행동입니다.


말은 빠르거나 느려서는 안 됩니다. 빨리 말하면 상대가 자세히 귀담아 들을 수 없고, 너무 느리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 답답해집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남에 대한 험담이나 실수 등을 늘어놓고 혹여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유언비어가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리나 입장이 되었을 때는 상대의 힘들고 어려운 일을 동정하듯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 말을 주고받을 때는 기계적인 말투보다는 진심으로 겸손과 자비를 보여야 합니다.


진정 말을 잘 할줄 아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관심 있게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대화를 하면서 혼자 독점 하려하고 상대의 말을 끊어 버린다면 그 사람에겐 누구도 진실한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대를 칭찬하고 존중하는 대화의 모습은 세기를 넘어 우리에게 훌륭한 지침이 되어 남아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법구경엔 말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해칠 마음 가진 것 스스로 풀고,

경솔하지 않는 말 中道를 얻어 도리로 말하고,

법다이 말하면 그 말은 부드럽고 달기도 하다.


흘러나와 버린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지워버릴 수도 없습니다. 혹 우스운 말을 해야 하거나 긴장을 풀어주는 말을 해야 할 경우라도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게 바르고 고운 언어를 선택하는 것은 지혜 있는 사람의 이야기 습관일 것입니다. 마치 노래를 하듯 입으로 하는 말, 그림을 그리듯 손으로 표현하는 수화, 그 어떤 대화의 방법도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예의를 갖추지 않는 행동이라면 진실한 대화는 오갈 수 없습니다.


생활 속에서 서로가 오해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상대의 진실한 마음을 알 수 있는 건 열린 마음으로 하는 대화입니다. 모두의 마음 한 켠에 항상 훈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하나 남겨 두셨으면 합니다. 세세생생(世世生生) 좋은 인연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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