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행과 음식 (고원스님)

운문사 | 2005.12.26 17:34 | 조회 2895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고원입니다.


이와같이 내가 들었다. 한 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 큰 비구들 천이백 오십인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드실 때인지라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들으시고 사위대성중에 들어가시어 성 안에서 공양을 받으실 적에 차례차례 받으시고 다시 계시던 곳으로 돌아와 공양을 드신 후에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뒤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금강경 제 일분의 말씀입니다.

법문을 설하기 전에 왜 이렇게 공양의 행적을 기록하였는지 대중스님들께서는 한번이라도 의구심을 가져보셨습니까? 오늘 저는 음식문화를 통해 공양이 수행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흔히 식사는 문명의 한 단면이라고 합니다.

살기위해 먹는 이 음식에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심신일여 心身一如" 즉 몸과 마음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하셨듯이, 몸을 자양하여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성불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과연 우리 몸은 어떨까요?우리 몸은 음식물이 함유하고 있는 각종 영양분을 분해한 뒤 필요한 영양소를 취하고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인슐린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인슐린은 두뇌속에 졸음을 유발시키는 세라토닌이라는 내분비선의 분리를 촉진합니다.

이렇듯 현대 과학에 의해 밝혀지는 이러한 사실은 수행을 한 단계 올리고자 하는 우리에게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이지 않습니까?

불문에 들어와 육식과 오신채를 제외한 신선한 야채로 매일 공양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부처님께선 불살생의 계율로 중생의 가죽을 입거나 고기를 먹으면 모두 그들과 인연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마치 사람들이 땅에서 나는 곡식을 먹음으로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인간의 음식물로 사육되어지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물들이 어찌 원한을 갖지 않겠습니까?

"채식은 지계와 자비수행의 바탕이다."라고 말씀하신 청하큰스님은 청정의 근본으로 채식을 강조하셨습니다.


실제로 인간의 소화액은 육식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장은 육식동물보다 3배가 길어 육식을 하게 되면 3~5일간 장에 남아 부패하며 독성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동물은 인간보다 10배가 강한 염산을 분비해 고기를 빨리 소화시킬 수 있고, 장 역시 아주 짧아서 육식하기에 적당합니다.

치아 구조 또한 자연식을 해야하는 중요한 단서인데, 육식동물은 먹이를 잘게 찢을 수 있도록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고 초식동물은 먹이를 갈고 씹도록 부드러운 형태의 이를 가지고 있으니, 사람 또한 후자에 속한 치아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봐도 우리가 채식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채식을 어떻게 해야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요?


첫째로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식품은 자연 그대로인데, 태양에너지에서 흡수한 생명에너지를 그대로 정장한 신선한 씨앗, 야채, 과일, 곡류 등을 골고루 섭취해야 합니다.

우리가 늘 불안해하는 영양불균형은 연구된 바에 의하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채식하는 사람들이 육식가들 보다 체력과 인내심 그리고 효율성등이 월등합니다. 이러한 예로 최근 운동선수들을 위해 채식을 권장하고 있으며, 경기에서 훨씬 많은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채식주의자는 아인슈타인, 톨스토이, 플라톤, 간디 등의 각 분야에 획을 그었던 분들이었습니다.


둘째로 청결한 기운의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이 우주는 진동인 에너지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식물도 마찬가지로 각기 고유한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산삼을 귀하게 여기는 것도, 한방에 쓰는 약재도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마음에 평화와 고요함을 느끼게 하는 야채, 콩, 견과류 등을 먹어야 하고, 자극적인 음식인 커피 · 홍차 · 카페인 음료 · 탄산수 · 과자 · 쵸코렛 · 고추등의 음식은 삼가해야 합니다.


셋째는 과식하지 말아야 합니다.

참으로 이 부분은 절집에서 특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하는 운력보다 힘겨웠던 먹는 운력의 곤혹스러움은 행자때부터 위장장애를 자주 일으키곤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조절할 줄 아는 지혜를 터득했는데 자주 조금씩 먹는 것입니다. 소회기 계통에 장애를 일으키는 과식은 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과식은 포만감이 아닙니다. 적게 먹을 때 제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넷째, 평화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양해야 합니다.

음식이 여기에 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이들과 생명들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천천히 먹고, 내가 지금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은 자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음식의 참맛을 느낄 수 있으며, 그것을 육근의 여섯문을 통해 음식의 본질을 꿰뚫어 「정성을 다하여 먹기」로 수행을 삼을 수 있다고 틱낫한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신중히 공양할 때 그 음식은 생명을 기르고 마음을 기르는 에너지로 참다운 힘을 발휘합니다.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듯 위의있는 부처님의 모습과 함께 공양의 무한한 의미를 초일분의 말씀을 통해 되새겨 보았습니다.


대중스님!

2003년 올 한해동안 자연과 함께 먹거리를 준비하는 원두로써 정성과 마음을 담아 올릴것이니 부디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정진의 힘으로 쓰십시오.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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