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나의 치문 어떻게 살 것인가 (명신스님)

운문사 | 2005.12.26 17:36 | 조회 2918

바람은 푸르고 햇살은 맑다.

흠뻑 살이 오른 푸른 잎이 바람에 눕는다.

콧등을 스치는 바람이 고마운 6월입니다.


안녕하세요, 치문반 명신입니다.

어른 스님, 대중스님이 모이신 자리에 제가 이렇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운문인 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 대타도 세울 수 없는 문, 오늘의 차례법문이랍니다. 어찌 입을 열어 법을 말하겠습니까? 영명지각수 선사의 팔일성 해탈문도 있습니다.


예불문이란 부처님의 공덕을 공경함이요, 염불문이란 부처님의 은혜를 감사함이요, 지계의 문이란 부처님의 행을 행함이요, 간경문은 부처님의 그 진리를 밝힘이요, 좌선문은 부처님의 경계를 통달함이요, 참선문은 부처님의 마음에 계합함이요, 득도의 문은 부처님의 도를 증득함이요, 설법의 문은 부처님의 원을 만족케 함이요, 이 8가지가 가득 차면 성스러운 해탈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불사문중에는 한 법도 한 티끌도 버릴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수행자라면 꼭 잊어서는 안 될 문인 것 같습니다.

저에겐 통과해야 할 문이 또 하나 있습니다. 치문입니다. 치문에 들어선지 반년이 되어갑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곳인지라 다양한 사건들도 많습니다. 수행이 깊지 못하기 때문에 분별심이 일어납니다. 시시비비에 휘말려 마음을 빼앗길 때도 있습니다. 제 잘못은 물론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며 스스로 화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과연 그런 것들이 출가했던 본연의 뜻에 도움이 될까 반성도 해 봅니다. 어떻게 살아야 치문 1년 강원4년을 잘 회향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이렇게 살면 되겠습니다. 거친 일은 내가 먼저, 거친 음식은 내가 먼저, 말은 적게, 입이 아니면 죄지을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수순중생이 성불한다고 합니다. 유화선순 하는 것입니다. 또한 수처작주의 정신으로 사는 겁니다. 몸담고 머문 곳을 내 집으로 안다면 아끼고 다듬고 불평불만이 없지 않을까요.


햇님 같이 살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밝고 맑게 웃는다면 온 세상이 내 것일 겁니다. 스스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입니다. 배움이란 근본 성품을 닦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구인산도 한 삼태기의 흙에서 비롯되었고, 천 리를 감에 있어서는 첫 걸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낙수 물이 능히 섬돌을 뚫듯 항상 배우고 익히며 수행함으로써 마침내 정각을 이루겠습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 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불이문을 지나면 푸른 바람이 부는 집, 대문은 없지만 치문 있습니다. 저는 그 곳을 사랑합니다. 문이 없는 문너머 설현당을 가끔은 넘겨다봅니다.


대중스님,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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