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살아있는 것들의 행복을 위하여 (청하스님)

운문사 | 2005.12.26 17:37 | 조회 3017

사집반 청하입니다.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대중스님, 하시는 모든 일들은 잘 되고 계십니까?


저는 사집 여름이 되면서 밭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약간 피곤하고 힘이 들지만 제가 뿌린 작은 씨앗이 싹을 튀우고, 열매를 맺어 거두어들이는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쁨 이면에는 불살생계를 지켜야 하는 저로써는 미안한 마음도 함께 동반됩니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 모두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즈음 온 세상의 관심사이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자연환경에 대해 말문을 열어 볼까 합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환경오염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이상가온은 가뭄과 홍수로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고, 우리의 산은 묘지와 어떤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골프장이 되어가고, 강이나 바다는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로 오염되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공기는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매연으로 숨이 막힙니다. 우리가 이룩한 과학의 오만, 풍요의 허무, 탐욕의 삶에 대한 절실한 반성과 참회로 삶의 모습을 바꾸어 나아가지 않으면 안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젊고 민주적이고 토론을 좋아하는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환경정책 면에서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 산하를 뒤엎는 집단에게 민족의 장래를 맡겨놓고 참선하고 경 읽고 ……. 과연 이렇게 살아도 좋을까 하는 우려가 먼저 앞섭니다.


이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스님들이 시민 환경운동에 동참하면서 이 시대의 고통과 사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입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인 수경스님은 이번 새만금사업 반대 3보1배 운동을 하면서,

"스님들이 시민 환경에 나서야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 커진다." 하시면서,

"포교 차원에서도 보다 많은 스님들이 시민환경 활동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봄. 지율스님은 부산 시청 앞에 초라하게 쳐진 텐트 안에서 천성산 습지보존을 위해 38일간 목숨을 저당한 단식으로 천성산을 보호했습니다. 지율스님의 모습을 보았을 땐 마치 부처님의 고행상을 보는 듯 무한한 자비로움에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환경보존이란 것이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문제를 느끼는 개인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쉬는 날은 마음먹고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곳곳에 널려있었습니다. 그 때 문득 이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오늘은 사찰 주변 쓰레기 줍기 환경운동이 있겠습니다. 참 드시고 운집목탁은 10시입니다." 또 저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250여 대중이 배출하는 폐수는 어떻게 처리되며 사리암과 문수선원에서의 폐수처리는?


대중스님, 작년 한·일 월드컵대회를 기억하십니까? 그 뜨거웠던 열기는 운문사 시청각실로 몰려와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게다가 보문품기도까지. 정부와 언론의 뒷받침 그리고 국민의 참여 이 삼박자가 월드컵 4강을 이루어냈습니다. 환경보호도 이와 같이 한다면,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님, 지율스님처럼 목숨을 건 고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해야 깨달을까요?


대중스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저의 소박한 제안이 있습니다. 우선 소비를 줄이는 것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도 여전히 풍요롭고 약간의 불편함은 능히 참을 수 있는 의식의 천환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학인스님들이 방부제와 색소, 향료 투성이의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의 생각은 심신이 안정되지 않고 들떠서 산란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몸에도 좋지 않은 탄산음료를 줄이고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쓰레기를 줄이는 길입니다.

억지로 욕구를 참으면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의식에 무심한 마음을 길러야 하는 것이 배움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어떠합니까? 아직도 소각장에는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채 분리되지 않아 검게 그을린 깡통이랑 빈 병이 수두룩하게 쌓여있습니다. 깡통과 빈 병은 불에 타지 않습니다. 소비의 절제와 생활의 간소화가 운문사 도량을 신선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자신들의 생명을 죽여서 남의 생명을 살리겠다고 우리스님들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본분사인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그 공덕을 사회적 실천을 통해 보다 많은 이웃에게 회향하는 참여불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뿌린 땀방울과 육신의 고통을 참아내느라 안으로 삼킨 눈물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날마다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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