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만다라의 의미 (현경스님)

운문사 | 2005.12.26 17:38 | 조회 4517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현경입니다.

대중스님, 삼장원의 한쪽 벽에 있는 만다라를 보셨습니까?

만다라는 힌두적 요소인 주술, 공양의례 등을 대승불교가 수용하여 불교화한 밀교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밀교는 불교 내의 비밀인 비밀 밀교를 말합니다. 이것은 보편의 진리인 법신의 대일여래가 항상 진여의 법을 설하고 있으나, 미혹한 중생이 듣지도, 들어도 알지 못하므로 비밀이라 하지만, 설법으로 남겨놓은 경을 일고서 철저히 수행하면 그 결과로 현생에서 바로 성불하리라는 즉신성불의 교설입니다. 밀교에 관해 경전에서 찾아보면

「대지도론」에서는,

佛法有二種 一秘密 二顯示 불법에는 2가지 종류가 있느니 하나는 비밀이고, 둘째는 현시이다

「송고승전」3권에서는,

一顯敎者 諸乘經律論也 현교는 제승의 경율론을 말하는 것이고,

二密敎者 瑜伽灌頂 五部護摩三密曼茶羅法也 밀교는 삼매 · 관정 · 호마 3밀 · 만다라 수법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다라는 산스크리트어로 ‘MANDA' 라는 여래의 본질 · 정수 · 제호라는 여러 의미를 갖는 어간과 'LA'라는 소유 · 성취를 나타내는 접미사로 형성되어 이루어진 말입니다. 구역에서는 '법단 · 도량'으로 신역에서는 '원륜구족(圓輪具足) · 취집(聚集)' 이라 번역됩니다. 이것은 나아가 여러 바퀴의 살이 속 바퀴로 모여 둥근 수레바퀴를 이루는 것 같이 모든 법을 원만하게 갖추어 결함이 없다는 것을 뜻하고 넓은 의미로는 우주의 모든 현상이며 좁은 의미로는 수많은 불 · 보살 · 제천을 상징하고 그들의 서원 · 공덕 · 지혜 · 자비를 응축시킨 결정체를 모신 단(壇)과 같은 뜻으로 해석합니다.


만다라는 광의의 만다라와 협의의 만다라 등 분류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는 대표적인 밀교경전인 「대일경」과 「금강정경」의 성만다라와 금강정계 만다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두 만다라는 각각 대립하는 원리, 즉 '여성원리와 남성원리' 그리고 '반야와 방편'의 양면을 도상화한 것입니다. 이것들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며, 반야와 방편이 일체화된 경지가 궁극적으로 성불의 경지가 됩니다.


먼저 태장계 만다라는 여성원리에서 나온 발상으로, 대자대비한 부처의 마음을 모태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모태 안에서 인간과 우주가 하나가 되어 어린 생명, 즉 보리심이 생장하는 것을 돕는 교화활동의 의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리하여 태장계 만다라는 대일여래의 중생구제 활동이 밖으로부터 안으로 구심점을 향해 작용합니다. 네 겹의 동심방형(사각형)이 중심을 둘러싸는 사각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도상의 중앙에 여덟 잎사귀의 만개한 연꽃이 피어 있고 그 꽃 중심의 연화대 위에는 대일여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각각의 꽃잎 위에는 네 부처인 보당여래 · 개부화왕여래 · 무량수여래 · 천고뢰음 여래가 발심 · 수행 · 보리 · 열반을 의미하며 자리하고 있고 보현 · 문수 · 관자재 · 미륵보살의 네 보살님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 신중과 천신들이 도열하고 있습니다.


태장계 만다라보다 조금 늦게 등장한 금강정계 만다라는 대일여래의 영원한 지혜의 몸을 강조하며 남성원리의 구상적 표현임을 말해 줍니다. 이 도상의 구조는 방형으로 구획된 9개의 작은 만다라, 즉 구회 만다라가 모여서 전체를 이루고 있으며, 공간적으로 분리된 채 원심력적 발전을 거듭해 나갑니다. 금강계 만다라의 중심은 성신회(成身會)라 하는데 큰 원륜과 거기에 내접하는 5개의 원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큰 원은 중생심을 나타내고 그대로가 5불의 위처(位處)인 보루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내접하는 5개의 원륜은 5智 · 5佛을 나타내며 그 안의 동심의 원에는 대일여래를 중존으로 하는 5불인 아촉불 · 보생불 · 아미타불 · 불공성취불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를 5월륜이라 합니다. 5불은 법계체성지 · 대원경지 · 평등성지 · 묘관찰지 · 성소작지를 본성으로 하는 여래라 합니다.


양계 만다라의 특징을 대비시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태장계 만다라는 만개한 연화의 중심에 우주적 에너지가 구심력으로 충만합니다. 뭇 생명을 생육하는 부처님의 모성적 자비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지하고 있는 듯 하나 내면의 중심에서는 근원적 에너지가 용솟음치고 있습니다. 중재 팔엽원을 중심으로 13원으로 구성되었다 하여 '13원 만다라' 라고도 합니다.

금강정계 만다라는 금강저로 표현되는 공성을 열어 보이시는 대일여래의 능동적 성불활동을 우주적 스케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만다라는 ‘구회 만다라’ 라고도 하며 나선형의 구조를 가지고 전진과 자기회귀의 운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성신회는 대일여래의 금강법계궁이 있으며 금강륜상의 모양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대일여래의 자비심과 중생들의 성불의지가 투영되어 나타난 것이 만다라입니다. 대중스님, 지금 이 시간에도 대일여래께서는 불멸의 진리를 만다라를 통해 무설지설(無說之說 )로 설법하고 계십니다. 이 진리의 세계를 향하여 정진 여일 하십시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