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효와 우란분절(도민스님)

운문사 | 2006.03.20 11:13 | 조회 2814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도민입니다.

지금은 하안거 결제기간입니다. 매미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을 때쯤 우리는 우란분절을 맞게 되는 데, 지금쯤이면 각 절에서는 지장기도 및 영가 천도 기도중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란분절과 효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란분절은 백중 또는 백종이라고 하는데요. '우란분'은 거꾸로 매어단다는 뜻으로 거꾸로 매달려 고통 받는 것을 풀어서, 바르게 세움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목련존자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우란분절은 단순한 조상천도의 제가 아니라 효행을 기본으로 한 바른 삶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목건련경」에서 부처님은,

불제자로써 부모에게 효성 있는 이는 항상 지금 있는 부모와 7대 선망을 생각해 삼보에 공양하라 또한 해마다 7월 보름날에는 특별히 살아있는 부모와 7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우란분 공양을 차려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여 나를 낳아 길러준 부모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어느 때에 수미산 꼭대기의 도리천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던 제석천왕이 한 신하에게 명하기를,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을 가져오되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면 된다고 하자, 신하는 즉시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찾아 헤매었고 마침내 그 아름다운 것은 세 가지로 압축되었습니다.

그 하나는 꽃이었습니다. 누가 보아 주거나 외면하거나 상관없이 때가 되면 활짝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기였습니다. 누구를 속일 마음도 해칠 마음도 없는 아기의 티 없이 맑은 눈망울과 천진스럽기 그지 없는 아기의 해 맑은 웃음이 신하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세 번째는 어머니였습니다. 우는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는 어머니, 똥오줌이 묻은 기저귀를 갈아주는 어머니, 잠을 재우기 위해 아기의 등을 두드려 주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언제나 사랑이 넘쳐흘렀고 그와 같은 어머니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제석천왕께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만을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꽃과 아기와 어머니의 아름다움은 하나같이 감동케 하니 어느 것을 택하고 어느 것을 버릴까 고민 끝에 결정을 하지 못한 신하는 제석천왕의 호된 질책을 각오하며 이 세 가지 모두를 데리고 도리천으로 올라갔습니다. 뜻밖에도 제석천왕은 아주 유쾌하게 웃으실 뿐 꾸지람도 별 말씀도 없었습니다. 얼마의 세월이 흘렀고 신하는 인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활짝 피어 있을 줄 알았던 꽃은 시들었고, 티 없기만 할 줄 알았던 아기는 자란 후 마음이 변했습니다. 그러나 아기 곁에서 젖을 먹이며 미소 짓던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한결같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조건도,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마냥 베풀고 또 베풀기만 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저는 이런 헌신적인 사랑을 버리고 출가했습니다. 인천의 스승, 사생의 자부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출가한 제가 할 수 있는 효의 길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동안은 저로 인해 가슴아파하실 어머니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스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그들은 버려야할 존재들이 아니라 구제해야 할 가엾은 중생들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모습은 달리 했지만 살아 계신 동안 이 수행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참 효(孝)가 될 것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진정한 은혜 갚음은 한평생 부모님을 등에 업고서 온 세계의 멋진 풍경을 구경시켜 드리고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을 해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으로는 부모의 지중한 은혜를 다 갚을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 부처님께서는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지키며 살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자비와 함께하는 생활로 향상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 지금 출가자인 우리가 부모님께 할 최소한의 도리인 듯 합니다. 부처님께 지극한 사람은 결코 부모에게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효라는 이름 아래 출세간과 세속을 구분하지 못하고 속가 부모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지극한 자식 사랑하는 마음, 아낌없이 주는 마음, 조건 없이 베푸는 마음, 그 마음을 돌려 우리가 중생에게 회향한다면 그것이 바로 진짜 효인 것입니다. 국한된 효가 아니라 그 효를 온 나라, 나아가 온 세계로 확대한 것입니다.


여러분 이 순간 아직도 나의 부모에게만 집착하고 계십니까? 한 마음 돌려 나의 부모는 물론 선망부모에게까지 효를 베푸는 수행자가 됩시다. 성불합시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