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계율을 잘 지킴은 수행의 원동력 (유상스님)

운문사 | 2005.12.26 13:37 | 조회 2869

자종금신지불신 견지금계불훼범

유원제불작증명 영사신명종불퇴

나무아미타불


수확의 계절입니다.

풍요로운 과실과 들판의 곡식마냥 수행자의 살림살이도 넉넉해야 할텐데, 대중스님들의 살림살이는 어떠하십니까?

살림살이란, 나도 살리고 남도 살린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나도 살고 남도 살리기를 발원하며, 저는 이번 차례법문을 통해 수행자의 기본덕목인 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만에서는 사부대중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모두가 계율을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승속이 서로 협조하여 계를 지키고 스님에겐 오신채 등 계에 저촉되는 물건과 음식을 팔지도 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스님들이 계율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승가는 물론 재가에서도 좋은 환경을 마련하여 보호하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무애행이라 하며 막행막식을 은근히 두둔하기도 하고, 스님들 스스로 계를 파하는 것을 방조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지키고자 하는 스님을 까다롭고, 앞뒤 막힌 스님 혹은 괴각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대중스님은 어떻습니까?

정작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되돌려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스님들이 특별히 박학다식해서 또는 돈이 많아서 아니면 명예가 있어서, 세인들의 존경의 대상이 됩니까? 아닙니다. 바로 계율을 지키는 청정한 수행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조금만 몸이 불편해도 예불에 불참하기를 좋아합니다. 불편하고 아파도 예불에 참예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도반은 드물 것입니다.

옛 어른스님들은 예불 한 번 불참하면 금송아지 한 마리를 잃는 것이라 했습니다. 다리가 부러졌어도 예불엔 참석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그것은 우리 수행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非佛之言이면 不言하고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하지 않고

非佛之行이면 不行이라 부처님의 행이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


과연 나의 행동은 얼마나 부처님의 행에 부합하는가?

나의 말들이 얼마나 법에 가까운가?

나의 생각이 얼마나 수행자다운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요구하는 바를 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 살기에 더욱 우리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때입니다. 지켜야 할 계는 생활화되어 지킬까, 범할까하는 생각을 떠나야 할 것입니다.

더욱 우려됨은 수행자이면서 생각 없이 자신도 모르게 습에 의해 범해지는 생활 속의 많은 부분입니다. 사부대중이 모두 계율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나도 지키고 남도 파하지 않게 격려하고 올바른 눈으로 지켜보고 도와야 합니다.

대중은 여럿이라 서로 협력이 필요합니다. 율사될만한 사람이 있으면 반스님들 및 주위에서 서로 도와주고 지켜주어 율사를 만들고, 강사로서 강단에 설 자질이 있는 스님은 서로서로 도와 강사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대중의 덕이 아닐까요.


부처님께서도 계율을 의지하는 가운데, 자등명 법등명하고 불방일하라는 말씀을 유언으로 남기셨습니다.

각자의 주위를 돌아보고 느슨한 부분을 다잡아 계로써 수행의 원동력을 삼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위상은 스스로가 지켜야 합니다. 두두물물이 각자 제몫을 수확하기 위해 본연의 의무를 다하며 우리에게 고구정녕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몫을 다하라고 말입니다.

부디 부처님 가르침을 신수봉행하여 생사해탈 이루시길 발원하며, 무엇도 모자람이 없는 가을! 흐르는데 걸림이 없는 계절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흐르도록 대중스님 정진여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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