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치문, 사집, 사교, 화엄을 살며 (진성스님)

운문사 | 2005.12.26 16:11 | 조회 3218

화엄반 진성입니다.

운문사 입학하기 전날밤 설레이는 마음으로 밤잠을 설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을 90일 앞둔 화엄반이 되었습니다.

차례법문을 앞두고 강원생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저의 절에서 은사스님을 모시고 행자생활을 했던 저에게 대중생활이 그다지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치문 첫철 막내측이었던 저는 어른스님 앞에서 발우를 펴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어른스님 찬상을 제가 가지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버티고 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사집반 스님께 이부자리 후 걱정을 들었고 그 외에도 큰방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등 걱정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통 무슨소린지 왜 그래야 하는지 알아들을수가 없어 며칠을 고민한 끝에야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첫철이 지나고 여름철부터는 종두라는 대중소임을 살며 반스님과 친근해지면서 운문사 생활을 익혀나갔습니다. 치문때는 사집반스님들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내가 사집이 되고 사교가 되고 화엄이 되니 그 반마다에 고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상반스님이 걱정했던 일들이 지금 되돌아보니 제게 공부가 된듯합니다.


대중에서는 각자에게 소임이 맡겨집니다. 소임이란 힘들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복덕을 쌓을수 있고 앞으로 부처님 제자로써 살아갈수 있는 지혜를 줍니다. 또 소임을 살면서 반스님과 의견이 틀려 싸울 수도 있는데요.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미운정이 고운정 되듯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연고로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6근을 통해 색色,수受,상相,행行,식識을 부려 생사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강원생활을 하다보면 내맘 같지 않은 일들도 생기게 됩니다. 중생이기에 밖의 경계에 끄달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기의 가치관이 확고하다면 그런 경계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걸 알게 됩니다. 운문사 화엄반은 청도 군수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런말들은 화엄반이 되어서야 알 수 있겠지만 밖으로 내 보이는 일보다는 내면으로 드러나보이지 않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자기 자신을 찾는 일도 거기에 속하게 됩니다.

또 졸업후를 생각하게 됩니다. 치문,사집,사교,화엄을 살아온 토대로 각자 자기 근기에 따라 수행 정진하게 되겠지요. 공부잘하는 비결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하듯이 강원이 스님들의 기초교육기관인 만큼 우리들은 강원생활을 잘해서 졸업후에도 心身이 튼튼한 부처님 제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학감스님 말씀이 생각이 나는데요. 강원은 먹물보다는 중물을 들이는 곳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4년이란 그리 짧지만은 않은 시간들인데요. 가끔 행자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낄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중물이 들어가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중학교 졸업식날 교장선생님 말씀이 잊혀지지가 않는데요. '무얼무얼 할걸' 하는 후회하는 인생을 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순간순간 열심히 사는 것이 최상이라는 뜻인 듯 합니다.


대중스님!

후회하는 수행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수행 정진합시다.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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