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불교와 환경문제 (현우스님)

운문사 | 2005.12.26 16:14 | 조회 2717
사집반 현우입니다.
대중스님, 우리 불교인들 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인류에게 다가오는 가장 중요한 화두는 무엇일까요?
환경일 것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생명을 주는 곳이요, 피로한 육체와 정신을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이며 생활 터전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과 무지 때문에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있으며 이는 자기 자신도 멸망케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문제는 인간의 모든 활동, 즉 개발, 생산, 소비과정에서 다양하게 발생합니다. 개발과정에서는 자연환경 훼손, 생태계 파괴 등이 따르고, 생산과정에서는 매연, 폐소, 폐기물, 소음 등의 공해를 유발하고, 소비과정에서는 생활하수, 쓰레기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발생하게 됩니다.
환경문제는 공간적으로 광범위한 영향권을 형성하는데 오염물질이 대기와 수계의 이동과정을 통하여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되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지난 봄에 중국에서 일어난 황사 때문에 우리나라 전역에 호아사로 인한 피해가 많았음을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또한 환경문제는 환경오염이나 자연파괴의 영향이 오랜 시차를 두고 일어나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따라서 인간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좁은 안목과 목전의 이익 때문에 환경문제의 대두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불교에서는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부처님께서는 계율의 첫 번째로 불살생을 설하셨습니다.
“생명체가 있는 온갖 무리를 살생하지 말라”
생명체가 있는 모든 존재를 내 몸처럼,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동체대비의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보호하라고 강조하셨으며, 부처님의 삶 또한 일체중생의 고통과 함께였습니다.
자연보호나 환경보호 운동 또한 우리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유마경』에 보면
맑고 깨끗한 불국토를 원하거든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
마음이 맑고 깨끗해짐에 따라 불국토는 깨끗해지느니라.

아름답고 살기좋은 나라는 청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식과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나의 실천으로 지키고 가꾼다는 의지와 오염된 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깨달음과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불교의 생활철학은 소욕지족으로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만족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정신은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에 가장 이상적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생구제를 위해 약으로 먹는다는 발우공양의 정신과 음식을 적당히 만들어 자기가 먹을 만큼만 발우에 덜어서 알맞게 먹는 발우공양은 음식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지혜로운 식사법입니다.
우리가 버린 음식찌꺼기로 인한 수질오염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식용유 한 냄비 정화에 물 55만컵
된장찌개 한 그릇은 물 만8천컵
소주 한 컵은 물 9만 9천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소하게 버리는 음식물을 정화하는데 이렇게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답니다. 이러한 때에 발우공양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실천할 수 있다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즈음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어 북한산 관통도로 개발에 따른 저지 서명운동이 행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 또한 자연 환경에 대한 인간중심적 사고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소욕지족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나의 실천으로 가꾸고 지키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합니다. 또한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도모하는 정책을 입안할 수 있도록 불교적 입장에서 적극적인 대안을 세우며, 이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손의 것을 빌려 쓴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보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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