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버리고 또 버리니(관휴스님)

운문사 | 2005.12.26 13:18 | 조회 3171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반갑습니다. 사교반 관휴입니다.

대중스님, 입칙진언 다 알고 계시죠? 제일 처음 나오는 구절 생각나십니까?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있네

탐진치 삼독도 이같이 버려

한순간의 죄악도 없게 하리라


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이 글귀는 저의 출가 동기라기보다는 출가 쪽으로 결심을 굳히게 만든 글귀이기도 합니다. 누구나가 쉽게 쉽게 생각하고 말들을 하죠. '인생은 무상하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다' 저 또한 둘이 아닌 걸 알면서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바로 탐심 즉 욕심 때문입니다. 실행하기란 더더욱 힘이 들죠. 이 모든 것들을 놓아 버리려면 왠지 허전하고 불안하고 손해보는 것 같아 내 손아귀에서 놓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이 한 마음을 버리고 나면 이 세상에 부러울 게 없고 하늘을 날아갈 만큼 아주 산뜻하다고들 합니다. 문제는 실천인데 말이죠.

아무튼 제가 버렸다고 생각했던 욕심은 더 큰 욕심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바로 '성불', '영원한 자유'라는 큰 것을 얻기 위해서 작은 것을 포기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원한 자유를 원하는가?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이 영원한 자유를 찾는 나는 누구일까 등 갑자기 많은 질문들이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답은 저의 이름에 있었습니다. 저희 은사스님이 직접 지어주신 이름 '관휴(觀休)'라는 이 두 글자에 답이 있었던 것입니다. 은사스님은 '팔만 사천 번뇌망상을 모두 다 놓아버리고 쉬면서 나 자신을 관하라. 그러면 네가 그토록 갈망하는 것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하셨습니다. 나를 관하라 하신 말씀은 나의 본성, 나의 마음자리를 찾으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사사물물이 법 아닌 게 없다고 하셨고, 또 선재동자도 만행을 하면서 많은 무리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모든 일들을 다 선지식이라 생각하고 바로 믿고 받아들였습니다.

마치 물을 담을 때 빈 그릇에 담기가 쉽듯이 내 마음을 깨끗이 비워서 100% 다 받아들이면 문제는 간단한데 우리는 그렇지 않죠. 어떻게 하면 남의 잘못을 꼬집어 들출 수 있을까,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크게 뜨고 서로의 감시자가 되어 지켜보고 있죠. 또 아주 사소한 것에 목숨들을 걸죠. 마음 한 구석엔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항상 바깥경계에 휘둘리게 됩니다. 이 바깥 경계에 휘둘리게 되는 것도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아난 존자와 같이 이 마음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아난 존자는 우리를 대신해서 보여주셨지만, 전 너무나 무지해서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혹시 능엄경을 다 배우고 나면 알 수 있을까? 아님 그림자라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 그럼 이 마음을 비우려면 우선 찾아야겠죠.

제일먼저 피땀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그 다음은 우리가 늘 속임을 당하는 바깥 경계에 속임을 당하지 않도록 잘 챙겨야 합니다. 우리는 대인 같은 마음으로 내가 대인이라는 착각 아닌 착각을 하며 대인 같은 마음을 쓴다면 꼭 찾으리라 믿습니다. 言卽是法, 말이 곧 법이다 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같이 발원하고 실천은 잘 안되지만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이루리라 생각합니다.

대중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의 법을 배우고 지키고 생활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노력한다면 그다지 어렵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그날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정진 또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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