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경현스님)

운문사 | 2005.12.26 13:24 | 조회 4331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이 게송은 오대산의 문수동자가 당나라 무착선사를 깨우쳐주기 위해 설한 게송입니다. 산록이 짙어지면서 운문사 도량도 짙푸른 빛으로 한창입니다.

시원한 그늘을 찾고 차가운 물을 찾는 여름철을 맞이하여 법문을 하게된 사집반 경현입니다.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꽃이 빛깔도 곱고 향기 또한 좋은 것처럼 아름다운 말을 바르게 행하면 반드시 그 복을 받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오늘 법문하고자 하는 내용은 '말'입니다.

옛 말에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이 들어 있다는 것은 모두 아실 겁니다. 부드럽고 고운 말보다는 험하고 거친 말, 칭찬보다는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 가슴 아프게 하는 말을 자주 하게 되지요. 생각은 쉬우나 행동하기 어려운 구절인 듯 합니다.


저는 평상의 언어도 부드럽게 말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인상을 써가면서 말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제가 화내는 것 같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출가를 하여 행자로 있다가 은사스님께서 법명을 지어 주셨는데 어떤 법명이 좋을까 하면서 몇 일간 고민을 하시다가 법주라는 법명을 지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저는 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주에서 만드는 경주법주요? 술 이름이잖아요."

무심결에 불쑥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스님 얼굴에는 정말로 실망스러운 빛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정성을 다해 몇 일 동안 옥편과 씨름을 해가면서 고민해서 지어주신 이름을 몇 초만에 "경주법주요?" 얼굴을 찡그려가면서 "싫어요. 술만드는 회사 이름이잖아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성 안내는 얼굴에 부드러운 말 한마디'


어떻게 보면 아주 쉽게 지킬 수 있을 듯이 느껴지지만 실상은 실천하기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노력해야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칭찬하고 존중해주는 말, 상대의 좋은 점을 자꾸자꾸 일깨워주고 기를 살려주는 말, 대중을 화합시키고 진실을 나누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을 뿐입니다.

정녕 잘 살자고 한다면,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면, 상대를 살리는 말을 하십시오. 상대의 실수를 감싸주고 장점을 북돋아 주는 말을 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말을 하는데 힘이 듭니까, 돈이 듭니까?

넉넉한 마음 하나면 족합니다.

무심결에 한 말이 자신에게 되돌아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주변에서도 말로 고생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자기는 옳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남보고만 잘하라고 말한다." 는 말이 금새 나오기 마련이지요. 책임지지 못하는 말을 버젓이 하고, 상대방에게 고의적으로 해를 입히려고 험한 말을 걸림 없이 내뱉기도 합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책임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전과 후' 그전에 있던 일들을 제대로 모르면서 대충대충 부풀려서 퍼뜨리는 소문 또한 악구 중의 악구입니다. 남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자신이 직접 본 것처럼 이렇더라 하면서 남의 말을 한없이 부풀려서 말하는 사람, 그 말에 당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면 과연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요?


대중스님!

말싸움과 쓸데없는 수다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쓸데없는 말싸움으로 인연을 해치지 말고, 타인을 존중하려 노력한다면 정말 세상이 평온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없고 의미없이 살아가는 장삼이사라도 자기가 한 말은 항상 염두에 둡니다. 여유없고 감정이 격해질수록, 힘들겠지만 부드러운 말을 하는 습관을 들여봅시다. 우리들은 아무 생각없이 내가 뱉은 말이 상대에게 끼칠 좋고 해로움의 여파를 생각지 않고 말들을 낭비하지는 않는지요? 말을 아끼면 그 말들은 내 가슴안에 좋은 토양으로 쌓여 많은 것들을 장양시킬 수 있는 그런 대지가 되지 않을까요?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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