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선원청규 (송월스님)

운문사 | 2005.12.26 13:28 | 조회 2971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비가 오다 햇빛이 나면 그 어느 때의 햇빛보다 반갑고 고마운 때가 요즘인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를 새로움으로 받아들이는 치문반 송월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선원청규」에 관한 것입니다.

일반사회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듯이 수행납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총림이나 선원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데 이를 청규라 합니다. 수행납자들의 불문율인 청규는 중국선종의 독특한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며 청규라는 명칭은 총림을 의미하는 청정대해중淸淨大海衆의 淸과 수행자가 준수해야 할 규칙, 즉 규구준승規矩準繩의 規가 합성되어 이루어진 용어입니다. 백장선사는


내가 주장하는 바는 대승과 소승의 계율 어느쪽에도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그러한 가르침과 다른 것도 아니다. 이 청규의 목표는 불교수행의 규범을 널리 요약하고 절충하여 적절하게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는데 백장선사의 백장청규 즉 고청규가 원초적인 형태로서 제정되고 성문화되었지만 현재 산실되어 버리고 그 전모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청규에는 선종 독자의 수계의식, 선원의 설법의식, 선원운영을 위한 여러 가지 직책, 선원의 사무와 경제 출입, 경전을 보는 행사, 선승의 장례, 선 수행에 도움이 되는 귀경문, 좌선의 자경문, 진도에 관한 사항, 선승의 식사 등이 명기되어 있으며 「전등록」6권에 수록된 양억의 선문규식을 근거로 원나라 때 칙수 백장청규 8권이 만들어져 오늘날 신수대장경 48권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청규의 중심내용을 보면


첫째, 한 지방을 교화하는 스승이 거처하는 곳은 유마거사의 방장方丈과 같이 할 것이니

개인의 침실과는 다르며,

둘째, 불전을 세우지 않고 법을 설하고 법당만을 두는 것은 불조佛祖께 친히 전해 받은

가르침이며 당대에 가장 존귀한 곳임을 나타내고,

셋째, 수행하는 대중들이 많건 적건 모두 승당에서 거주하며 법납에 의해서 앉는 차례를

정하고 긴 평상과 선반을 설치하여 도구를 걸어두고 누울 때는 오른쪽 겨드랑이를

바닥에 대고 눕는 길상수吉祥睡를 행한다. 이는 좌선을 너무 오래하여 피곤할 때 잠깐

누울 뿐이며 항상 걷고 서며 앉고 눕는데 위의를 엄숙히 갖추라 했으며,

넷째, 선원의 온 대중들은 아침에 묻고, 저녁에 모여야 한다. 장로가 법당에 올라 설법할 때는 일보는 이나 수행하는 이 모두 함께 앉아 귀 기울여 법문을 들어야 하며, 서로 손님과

주인이 되어 문답을 계속하여 종요(宗要; 선의 근본요체)를 드러내고 밝하여 한다.

이 모든 것은 오직 법에 의해서 산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며,

다섯째, 죽이건 밥이건 두 때에 골고루 나누는 것은 절약하고 검소한 생활로서 법과 음식을

고루 수용하는 것이며,

여섯째, 보청普請(생산노동)은 위와 아래가 힘을 모아 일하는 것이며 열 가지 소임을 두는

곳을 요사라고 하는 바 한 사람의 수령을 두어 여러 사람을 이끌고 일을 경영함으로써 제각기 맡은 일을 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일곱째, 선원의 규율을 맡는 유나維那를 두어 대중을 편안케 하고 죄를 범한 자는 법으로써

다스리게 한다

는 내용이 있고, 또 양억은 청규의 목표를 4가지로 들고 있는데



첫째, 수행에 전념하는 청정대중들을 더럽히지 않고 겸허한 신심을 내게 한다.

둘째, 수행자의 모습과 품격을 잃지 않게 하고 부처님이 제정하신 제도에 맞게 한다.

셋째, 관청을 소란하게 하지 않고 시비를 없애기 위함이며

넷째, 여러 가지 과실을 방지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함이다.

라고 선문규식을 정리한 양억은 청규가 제정된 이유와 그 중심내용과 목표를 백장선사의 말을 통해 밝혀 두면서 "청규가 산문에서 시행되는 것은 백장선사로부터 시작되었고 이제 그 대략을 서술하여 후학들에게 두루 보이는 까닭은 그 근본을 보이기 위함이니, 더욱 자세한 궤칙軌則은 산문에 갖추어져 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소임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로長老는 대중을 이끌어주어 총림을 다스리고 법륜을 굴려야 합니다.

*수좌首座는 대중을 삼업에 맞도록 하고 또 사위의(행주좌와)에 엄숙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감원監院은 한 사찰을 감독하고 총괄하는 소임입니다.

*유나維那는 대중을 조화롭게 해야하며 수행자가 불안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전좌典座는 선원의 소임으로 상좌上座, 의복, 향 등을 관리하는 소임, 대중의 공양을

담당하는 소임입니다.

*직세直歲는 사중의 도구와 건물 파손 등 보수하는 중역의 잡무를 맡는 소임입니다.

*고두庫頭는 대중을 위해 출납을 담당하는 소임으로써 요즘의 회계나 재무소임입니다.

*서장書狀은 지금의 서기 소임과 같습니다.

*장주藏主는 도서관직입니다.

*지객知客은 대중을 위해 시주 단월을 영접하는 소임입니다. 여기서는 가난한 자를

싫어하고 부자를 사랑하고 속인을 중히 여기고 스님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됩니다.

*시자侍者는 대중을 위해 청소하는 소임으로 청할 請자 부를 召자를 쓰며 존비의 질서를

잘 지켜야 합니다. 쓸고 닦는 것만이 시자의 소임이 아닙니다.

*요주寮主는 대중을 위해 의발衣鉢을 간수看守한다 했는데 현재 큰방 부전의 소임입니다.

*당주堂主는 대중을 위해 탕약을 공급한다 했으니 현재는 간당과 같습니다.

*욕주浴主와 수두水頭는 대중을 위해 세탁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탕의 물을 부족치 않게 하고 물이 차거나 뜨거워서 대중이 분별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했으며 현재의 정통소임입니다.

*탄두炭頭, 노두爐頭는 대중을 위해 추위를 막아준다고 했는데 사원에서 음력 10월 1일부터 다음해 2월 1일까지 화롯불을 맡는 소임입니다.

*가방화주街坊化主는 대중을 위해 걸개한다 했는데 탁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두園頭는 밭일을 하는 소임이고, 마두磨頭는 방앗간을 담당하는 소임이고,

장주莊主는 현재의 농감農監입니다.

* 정두淨頭는 정랑을 청소하는 소임입니다.

*정인淨人은 절에 머무르면서 스님을 돕는 속인을 말합니다.


이상과 같이 소임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시키고자 합니다.자기자신에 대한 소임입니다. 대개 대중소임에는 충실한데 자신에 대해서는 소홀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에 충실한 삶이 대중소임에도 충실하리라 믿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여름철 소임 장애없이 회향할 수 있기를 발원하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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