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나 무 아 미 타 불 - 사교과 원행

가람지기 | 2017.04.19 12:50 | 조회 1621

대중스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교반 원행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빛으로 나부끼던 도량이 이제 그 풍요로움을 내려놓고 조용히 갈무리하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나 둘 잎사귀를 놓아버리는 모습에 무상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충만하다는 것을 압니다.

사람도 자연을 닮는지라 아무래도 지치고 움츠리게 되는 시기지만 여러분의 내면에는 언제나 쉼 없는 에너지가 물결치고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불성의 에너지, 끝없는 광명으로 가득한 아미타불의 에너지입니다. 저는 오늘 이 에너지를 일깨우는 여섯 글자, 나무아미타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나 무 아 미 타 불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 말은 아미타 부처님을 생각하며 그 명호를 부르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것처럼 나무는 귀의한다는 뜻이고 아미타는 무량하다는 뜻입니다. 이 무량함에는 무량한 광명과 무량한 수명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서 나무아미타불은 무량한 광명과 무량한 수명을 구족하신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라는 뜻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아미타불을 생각하고 부르는 것일까요.

 

생전에 청화스님께서는 염불이란 본래 부처인 우리가 본래 부처인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서 본래 부처인 줄 알고, 부처를 생각하고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랜 기간 우리가 부처라는 것을 잊고 살아왔기 때문에 애써 의식하지 않으면 다시 잊어버리고 맙니다. 본래 부처인 줄 알고 부처를 생각하고 부처님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바로 불성을 일깨우는 것이지요. 걸음걸음 소리소리 생각 생각마다 나를 일깨워 본래 부처를 회복하는 소리가 바로 나무아미타불인 것입니다.

 

한자어 중에 들을 문, 향기 향, 문향(聞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향기를 듣다, 얼핏 들으면 시적인 표현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공감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공감각이란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코로 향기를 맡고 있는 것이 귀로는 음성으로 들리고 눈으로는 형상으로 보이는 다각적인 인지상태, 육근이 서로 공감을 일으켜 깨닫게 하는 상태인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육근은 보려고 하면 시각으로 듣고자 하면 청각으로 이렇게 집중하는 영역으로 발현되는 것이지 모든 근은 본래 하나, 바로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미타불을 부르면 우리의 육근은 상호 작용하면서 눈으로는 거룩한 부처의 상호와 극락정토의 장엄을 보게 되고 귀로는 진리를 노래하는 미묘한 법음을 듣게 되며 코로는 미묘하고 청정한 진리의 향을 맡고 입으로는 끝없이 샘솟는 공덕의 일미를 맛보며 몸으로는 따사로운 자비 광명에 닿고 뜻으로는 무한한 불성의 환희로움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은 중생의 육근으로 부처의 육근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일수사견이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가 물로 보는 것을 물고기는 집으로 보고 귀신은 불로 보고 천인은 영롱한 보배로 봅니다. 이처럼 중생은 어떤 업의 안경을 쓰고 있는가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생이 보는 것과 부처가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아미타불로 나타난 불성의 공덕을 절대적으로 믿고 오롯이 아미타불을 부르며 불성과 나의 주파수를 맞추는 이 과정 속에서 간격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불성과 내가 하나로 연결되었을 때 우리의 육근은 부처의 육근으로 작용하고 우리의 세계는 정토로 화현하는 것입니다.

 

나의 불성을 일깨우는 소리. 무량한 공덕을 일으키는 소리. 중생으로 받은 육근으로 부처의 소리를 내고 나를 부처로 이 세계를 부처의 세계로 전환시키는 이 수행, 정말이지 멋진 수행이라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지금 운문사에 계시는 여러분들도 아미타불의 무량한 에너지를 일깨워 도량에 드리워진 저 구름처럼 이 세상에 불법의 광명구름을 드리우기 기원합니다. 다 함께 나무아미타불 열 번을 부르는 것으로 이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1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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