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念 佛_미가스님

최고관리자 | 2014.03.10 13:10 | 조회 3980

念 佛

미 가 / 화엄반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 보문품 이시에 무진의 보살이 즉종좌기하사 편단우견하고 합장향불하사 이작시언하사대 세존하 관세음보살을 이하인연으로 명관세음이닛고...’

이 독경소리는 제가 치문 때 첫 입선시간에 청풍료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입니다. 지금 들어보면 정말 이상한 음이지요? 저는 첫철에 들어와서 왜 이리해야 하는지 궁금증을 안은 채 영문도 모르고 따라해야했습니다. 항상 제멋대로 염불을 하던 저에게는 너무나 낯선 소리였습니다.

제가 운문사에 와서 그 누구보다 욕심을 내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염 불!

저는 어려서 7살 때부터 저녁예불을 도맡아 했습니다. 근데 tv에선 왜 항상 저녁에 재밌는 것을 하는 것일까요? 예불 5분전만 되면 모른 척 하고 싶어지는 은사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예불가라~” 저녁 6시가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법당에 가서 제 머리보다 큰 목탁을 들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배우지 않았어도 스님께서 하시는 것을 옆에서 본대로 따라했습니다. 그 나이에 최신가요를 좋아할 법도 한데 최신가요보다는 염불소리가 더 좋았고, 귀에 더 익숙했습니다. 잘하진 못해도 목탁을 치며 예불하는 것이 마냥 자랑스러워서 제가 중학생 땐 절에 출가를 하겠다고 온 형님들에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녔습니다.

2008년 3월 2일 새벽, 삭발염의를 할 때 은사스님께서는 ‘중은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뭐든지 잘해야 되. 특히 염불은 필수야~’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저는 13년 동안 저녁예불을 했으니 잘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는데... 맙소사! 외울 것이 어찌나 많은지 새벽종송, 삼보통청, 관음시식 등등 내가 지금까지 했던 건 새발의 피였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염불을 좋아한다거나 잘하진 못했습니다. 그저 어렸을 때부터 귀 넘어 들었던 대로 따라하기만 했을 뿐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없었기에 목청껏 연습을 해본적도 없었습니다.

운문사에 와서 처음 도량석을 할 땐, 대중 200명이 넘는 스님들 앞에서 선창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떨렸는지 침 분비량이 증가하고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계향(꼴깍) 정향 혜향 해탈향(꼴깍) 해탈지견향~”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앗차!’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첫 도량석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목소리 톤도 높고 비음도 심한데다가 목소리도 가늘어 염불을 못한다고 포기하고 흥미를 잃어갈 때 쯤 제가 정말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계기가 있었습니다. 치문 겨울방학 염불 집중특강!! 그냥 강사스님의 염불을 따라 하던 중 실력이 날로 좋아져가는 옆 도반스님을 보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남들 몰래 여기저기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연습도 해보고 내 목소리를 녹음해보기도 했지만 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실력이 늘 기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못하냐고 저 스스로에게 화도 내보았습니다. 사실 그리 많이 살진 않았지만 20년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잘하고 싶다고 욕심을 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출타를 엄하게 단속하시던 은사스님께서도 제가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이 신기한지 방학 때마다 운문사에서 염불특강을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보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굴도 못 들고 말도 못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혼자 연습하면 잘 되던 염불도 반 스님들 앞에서 하려면 지금도 어찌나 떨리는지 여전히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침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저에게 염불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포기할까 생각하다가도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 염불의 매력..

그래서 이제는 여기저기 연습할 공간을 찾아다니며 눈 꼭 감고 큰 목소리로 연습해봅니다.

염불수행자의 마음가짐에는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신심, 서원, 정심...

첫째, 신심을 가지고 염불을 해야합니다. 불법의 큰바다는 믿음으로 부터 들어갑니다. 믿음은 나무를 지탱하는 뿌리와 같아서 모든 수행의 밑바탕이 된다고 합니다. 염불을 할 때는 내가 염송하고 있는 부처님을 믿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지장경 염불을 하게 되면 지장보살님의 위신력을 믿고 정토 왕생염불을 하게 되면 아미타 부처님과 아미타 부처님의 중생을 향한 본원력을 믿으면 됩니다. 처음에 저는 저 자신만을 믿고 염불을 했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비우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염불에 나오는 부처님을 믿으며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 서원을 세우며 염불을 해야 합니다. 서원이란 다함께 아름답고 행복한 세계로 향하고자 하는 원력입니다. 그것은 나만이 아닌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고통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이고, 정토로 향하는 마음이며, 깨닫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염불을 하면서 ‘이 염불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라는 원을 세웁니다. 아직까지는 잘 되지 않지만 꼭 그렇게 되리라 저는 믿습니다.

셋째, 정심으로 염불을 해야합니다. 정심이란 산란한 마음이 아닌 전일한 마음으로 염불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염불을 할 때 사방이 조용해야지만 내가 산란해지지 않고 염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고 제가 집중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염불을 하면 그것이 진실된 염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의 저는 너무나 많이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기에 신심과 서원을 가지고 정심으로 염불하려 저는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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