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초심_만경스님

최고관리자 | 2012.11.21 15:03 | 조회 3976


초심

만경/대교과  

우리 모두의 큰 스승이신 부처님 감사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이루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 감사합니다.
이 시간을 통하여 서로서로의 마음에 깊은 신심이 우러나오길 기원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만경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 대중스님들과 함께 우리 모두가 가졌던 초심에 대해 얘기 나누어보려 합니다.

초심, 그 초심을 기억하십니까? 이번 인도성지순례에서 만나 알게 된 외국인 친구가 어느 날 저에게 물었습니다.“Why are you be a snim?” 그 친구에게 그럴듯한 대답을 하긴 했지만, 순간 전기가 찌릿하듯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제자가 되어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편해지면 다른 고통 받는 사람들도 그 길로 인도하리라 했던 그 결심은 온데간데없이 나태해질 데로 나태해져선 온갖 바깥경계에 집중하고 있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초심에 대해 동봉스님께서는 “초심이란 절에 처음 들어와서만 내는 마음이 아니며, 순간 순간 새롭게 내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불법을 만나게 됨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마음이며, 자기에 대한 물음이며, 커다란 결단이기도 하다” 하셨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이 말씀은 여러분들도 익히 들어왔던 것일 겁니다. 저의 경우에는 초심을 잃어버렸다며 아연해있던 제게 시원한 샘물과도 같았습니다. 타성에 젖어있던 모습에서 깨어나 다시한번 순간순간 마음을 내어라, 그것이 초심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라고 말해주고 계셨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관응노스님께서도 초발심자경문 만 독을 권하시며 초심의 중요함을 간곡히 설파하신 만큼 이러한 마음은, 즉 초심은, 우리가 수행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놓지 말아야 할 생명줄과도 같은 것입니다.

여기서 『수행도지경』에 나오는 일화를 하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옛날 어떤 국왕이 국내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을 가려 대신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시험을 위해 신하들에게 명령하되, 발우에 기름을 가득 담아 그 사람으로 하여금 들게 하고는 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동산까지 가게 하되, 도중에 기름을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린다면 그 머리를 베라고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기름이 가득 담긴 발우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매우 조심하면서 길을 떠났습니다.

수레와 말을 탄 사람이 길을 메우고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도 그는 걸음걸이를 흔트리지 않았고, 친척과 처자들이 곁으로 다가와도 마음을 안정시켜 돌아보지 않았으며, 왕녀와 미녀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다가와도 그는 일심으로 발우를 받들고 흔들리지 않게 했고 또한 망상을 조금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오로지 발우만을 들고, 그들의 말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또 사나운 코끼리와 말이 성에서 뛰어나오고 성에는 불이 일어나 백성들이 서로 부르짖었으며, 관리들이 모두 나와 불을 꺼도 그는 일심으로 발우만을 받들어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았으며 하늘이 울고 땅이 흔들리며 사나운 바람이 나무를 꺾고 먼지가 일며 번개가 번쩍거리고 벼락이 때려 새와 짐승들이 맞아 죽고 사람들이 놀라 부르짖어도 그는 오로지 기름만을 생각하고 그런 소리는 듣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그는 동산에 도착했으나, 기름은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 신하들이 이를 아뢰니 왕은 기뻐하며 그를 대신으로 삼았습니다.

우리 수행하는 사람들이 초심을 지니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비록 저 사나운 탐욕과 분노와 우치 등 온갖 경계가 우리의 마음을 흔들지라도 우리는 처음 지닌 그 마음을 기름 발우를 받쳐들듯 한결 같아야 할 것입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이제 각자의 1년을 회향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대교반의 경우에는 이번 해의 회향이 더욱 각별한 의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처음과 끝, 끝과 새로운 시작 끝인가 싶지만 끝나는 그 자리가 또한 시작인 그 때에 우리는 순간순간 마음을 새로이 다잡아야 할 것입니다. 자경문의 한 구절로 오늘의 법문을 이만 마칠까 합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예부터 모든 부처님과 조사들도 모두 옛날에는 우리와 같은 범부였는데, 그 분들은 이미 대장부가 되었다. 그대 또한 그러하니 다만 하지 않을 뿐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옛사람이 이르길 ‘도가 사람을 멀리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도를 멀리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또 이르길 ‘내가 어질고자 하면 곧 어짊에 이를 것이다’ 하였으니, 진실 되도다, 옳은 말씀이여!

대중스님 여러분, 굳건한 신심 지니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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