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제목_지문스님

가람지기 | 2011.12.26 13:41 | 조회 3877


제 목

대교과 지문스님    

 

“보살님! 딸 절에 두고 가요.”
“너는 스님 일이나 도와주면서 좀 있어라.”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꿉니다.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지문입니다.
저는 이 한마디 말에 절집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절에서 일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있겠냐하는 생각으로 처음 시작한 절 생활은 저의 짧은 생각이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습니다. 초파일이 다 되어 갈때쯤 절에 갔었고 또 절에서는 불사가 한창중이였으니까요.

저의 은사스님의 큰 원력으로 불사는 대웅전만 지어진 상태였고 극락전과 요사채를 지으려고 터만 닦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불사(佛事)란? 부처를 위하여 불가(佛家)에서 행하는 일로 사찰의 건조, 불상의 조상, 불화의 조성 등을 가리키나 넓게는 승려에 대한 공양이나 각종 불교행사 일반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불사의 종류에는 법당불사, 불상조성, 개금불사, 단청부살, 탱화불사, 가사불사 등이 있습니다. 불사에 동참하는 공덕은 무량합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공덕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도량을 건립함은 부처님께서 새로이 탄생하신다는 의미와 같고 그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길이 없다고 아함경에 나와 있으며 도량이 건립됨은 이 땅을 불국토로 장엄하는 첩경이며, 그곳에서 무량중생들이 다겁에 쌓은 번뇌와 망상과 업장을 녹이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대도를 얻는 갖가지 수행문을 열어 정각의 절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며 무진한 설법으로 미혹한 중생들을 제도하고 법륜이 항상 구르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파제마경에선 설하고 있습니다.

불상을 조성함에 그 사람은 세세생생 나쁜 길에 태어나지 않고, 하늘이나 인간에게 복을 받아 쾌락하고, 몸은 금빛이며, 용모가 단정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경을 받을 것이며, 만일 인간으로 태어나면 항상 제왕 · 대신 · 장자 · 현선인의 가문에 나서 부귀와 영화를 누릴 것이요, 만일 제왕이 되면 어느 제왕보다 거룩할 것이며, 만일 제왕이 되면 어느 제왕보다 거룩할 것이다. 만일 하늘의 왕이 되면 모든 천왕들 가운데 가장 훌륭함을 누리다가 무수겁을 지난 뒤에는 부처를 이룬다. 라고 우전왕경에 설하고 있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2년 전에 운문사에 대웅전 개금불사하신 것을 기억하십니까? 그 때 동참은 많이 하셨습니까? 개금불사에 동참하는 것은 탐, 진, 치의 사미독심을 버리는 수행을 닦는 것이며, 탱화를 조성하거나 그 물감을 시주하여도 천상락의 복을 받고 내세에 복덕 구족한 용모의 자손을 얻는다고 하였습니다.

이생에 용모가 조금 마음에 안 드신다면 불상의 조성하거나 개금불사에 동참하셔서 내생에는 좀 더 나은 용모를 기대해보시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저희 절에서는 천일기도 회향 때면 가사불사를 합니다. 제가 출가를 하고 저의 절에서는 두 번의 천일기도 회향이 있었습니다.

가사불사의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상품상생으로 태어나게 되고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더라도 복이 많은 부잣집에 태어나 일찍부터 청법(淸法)을 만나며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금강경]에선 ‘베풀되 베풀었다는 생각이 없이 베풀라’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가르치셨지만 저는 아직 수행이 부족하여서 인지 상이 생기고 복을 받고자 베풀게 되네요…….

한날은 저에게 은사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지문아! 너는 이 불사한 공덕으로 출가한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스님 도와드리러 절에 왔고 절에 다니긴 했어도 불법에 대해 알지도 못했으며 한 번도 출가를 생각해 본적도 없었고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출가하라는 말씀하시는 스님들의 말씀에 마냥 웃기만 하던 저였으니깐요.

절에서 1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출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불사를 도와드린 복일까요 지금 이렇게 이 자리에서 대중스님 앞에서 차례법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가는 곳마다 불사를 한다고 힘겨워하고, 어떤 이는 가는 곳마다 불사가 되어 있어 좋다고 자신의 복을 피력합니다. 이루어 놓은 것 이면에는 항상 그것을 이루기 위해 흘린 땀방울이 있습니다. 왕성품 속에서 ‘받는 복’보다는 고된 여정 속에서의 ‘짓는 봇’에 동참하는 것이 미흡한 중생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싶습니다. 복이 있어야 불사도량을 만난다고 합니다. 복이 있는 사람이 복을 짓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깨끗해진 도량을 바라보면 마음도 정갈해집니다. 수고로운 노고를 아끼지 않는 분들이 계시기에 그것을 사용하는 많은 이들이 편리함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지며 행복을 느낍니다. 불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함이 아닌 대중을 위하는 마음이기에 그 도참에 복이 함께 하는 모양입니다.

저희 절도 계속 불사중이고 요즘 운문사도 불사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소리가 많이 들리고 힘들고 불편한 점들이 많습니다. 힘들고 시끄럽고 지치더라도 함께 도와가면서 불사에 동참한다면 무량한 복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차례법문을 마칠까합니다.
천상병시인의 귀천이라는 시를 보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품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라고 이 시의 끝을 맺습니다.

이생의 소풍을 끝내는 날 저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수행자가 되고자 합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이 세상 소풍 아름답게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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