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불사수행佛事修行에 관하여_유진스님

최고관리자 | 2013.03.14 13:19 | 조회 3713



불사수행佛事修行에 관하여

유 진 / 사미니과  

어른스님, 그리고 대중스님들 안녕하십니까?
치열했던 치문 한 해를 무사히(?) 보내고, 이 자리에 서 있는 치문반 겨울철 반장 유진입니다. 새해의 첫걸음 이렇게 차례법문으로 시작하게 되어서 무척이나 설레고 기쁩니다. 오늘 저는 불사수행에 관하여 법문을 하려고 합니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

(모든 악을 끊고 다시는 짓지 말고, 비록 작은 선일지라도 반드시 행하며,
자신을 정화하고 그 뜻을 깨닫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이것은 제가 뉴욕에 있을 때 처음 절에 와서 들었던 법문입니다. 당시 제가 존경하던 스님께서는 항상 이 게송을 즐기시며 오는 신도님들에게 일러 주시면서 불교의 모든 가르침은 이 네 마디에 다 들어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수행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이야기 하곤 하셨습니다.

제가 잠깐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이 몇 가지나 되는지 여기 계시는 대중스님들께선 알고 계시는지요? 저도 들었던 이야기라 확신을 하진 못하지만 통계학적으로 약 740여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가? 하겠지만 생각해보면 740여 방법보다 많을 것도 같습니다. 몇 날 며칠이 걸리겠지만 걸어서 가는 길도 있을 것이고 자가용이나 기차나 버스 또는 다른 곳을 둘러 가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빠른 길은 역시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가장 빠른 비행기가 있다 해도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소공포증이 있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비행기를 탈 형편이 되질 않거나 등등···.
그러나 목적지인 서울에 도달하려고 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서울로 가겠다고 마음을 일으키는 것일 것입니다. 마음을 일으켜야만 서울이든 미국이든 어디든지 갈 수 있듯이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스님께서는 늘 강조하시면서 저에게 수행의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알려주셨습니다.
‘참선수행參禪修行, 주력수행呪力修行, 염불수행念佛修行, 간경수행看經修行과 불사수행佛事修行’이 그것입니다.

불사佛事란 말 그대로 부처님의 일을 내가 해 나가는 것, 다시 말해서 복밭을 가꾸어가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 불자들을 일러 보리菩提(깨달음)를 가꾸는 농부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밭이란 그냥 내버려두면 아무런 쓸모가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듯이, 우리들의 마음도 그러한 밭과 같습니다.

숫타니파타에서 부처님은 믿음은 씨앗이요, 고행은 비이며, 지혜는 쟁기와 호미, 부끄러움은 호미자루, 의지는 쟁기를 매는 줄, 생각은 호미날과 작대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서 보듯이 수행으로 일구지 않으면 번뇌의 풀, 망상의 풀, 괴로움의 풀이 자라서 자신을 망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렇다면 복밭을 가꾸려면 어찌하여야 할까요?
불사수행의 첫 번째는 경전불사敬田佛事입니다. 다시 말해 공경을 담은 불사를 의미합니다. 이 세상 모든 이(중생)들은 모두가 하나의 인연에서 부터 출발한 이웃들이니, 그 이웃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일이 바로 경전불사입니다. 곧 부모님께 효도하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잘 보살펴 드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강원에서 소임을 살 땐 ‘하심’하는 마음으로 임하며, 대중위하기를 자기 몸같이 하고, 남과 나의 시비를 가리지 않으며, 도반의 일을 내 일같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불사수행의 두 번째는 비전불사悲田佛事, 즉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불사를 말합니다.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처음 오실 때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이 고통속에 헤메이니 내가 마땅이 편안케 하리라’는 서원을 세우셨듯이 이 세상의 약자弱者를 당연히 보살피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일입니다. 여기서 사회적 약자弱者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홀아비, 과부, 고아, 장애인등을 말씀하셨는데 이 외에도 사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안내자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신체적으로만 약자가 아닌 정신적 약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심리라는 분야가 발전하고 있고, 또한 그 곳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것을 볼 때 비전불사는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포교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불사수행의 세 번째는 은전불사隱田佛事, 즉 ‘상’이 없이 하는 불사를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지만 부처님께서는 그 행하는 일조차도 마음을 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슨 일을 하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연말이 되면 많은 독지가들이 자신을 숨기고 선행을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하물며 스님이 된 자로서는 더욱더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자비심으로 우리들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말입니다. 그 마음을 우리는 수행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하며 중생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중생을 위한 간절한 마음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나를, 즉 스스로를 이기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출가하기 전 들었던 위의 법문은 아직도 제 머릿속에 가득히 들어 있어 언제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감히 차례법문의 자리에서 다시금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대중스님들과 함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어른스님의 법문을 나눌 수 있는 기회에 감사드리며 법문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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