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반야지혜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_돈수스님

최고관리자 | 2013.05.07 13:25 | 조회 3502



반야지혜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

돈 수 / 대교과   

안녕하십니까? “반야지혜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대교과 돈수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어떤이는 ‘눈물’이라고 이야기도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이해 타산적이거나 이기적인 마음이 없이 맑고 깨끗해서 어떤 것도 받아들이는 순수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그런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고 행복해집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운문사 여름불교학교 도우미 선생님으로 참여하였습니다. 한시도 가만있지 않은 아이들을 쫒아 다니느라 몸은 무척 고됐지만 즐겁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냥 저 또한 마냥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전 운문사에서의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2년이 지난 후 삭발 염의를 하고 다시금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집, 사교 때 여름불교학교에 참여하면서 나 자신을 비롯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자면 담임을 맡아 반가, 반구호 만들어야 하는데 박치와 몸치인 저에게 너무나 큰 숙제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스님들은 노래 선곡에서 안무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고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던 중에 도반스님들의 도움으로 겨우 반가와 반 구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부족한 것을 혼자서 해결하기보다는 함께 나누게 되었고, 비로소 마음을 연다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으며, 지금껏 피해왔던 것을 몸소 부딪치며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특별한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착용해야 했고, 거동도 불편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고 혼자 지내길래 신경이 쓰였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프로그램에도 잘 참여하였습니다. 소감문에도 부모님과 떨어져서 혼자 보낸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였기에 그 아이에게도 2박 3일은 자신감을 심어준 좋은 시간이었을 겁니다. 나의 부드러운 말 한마디와 따스한 눈빛이 그 아이들이 살아가는 앞으로의 삶에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 제게 큰 보람이자, 행복이었습니다.

사교 때는 여름불교학교 사회자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진행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어른스님과 많은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입재식을 진행하는 내내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지만 준비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게 차분하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작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부모은중경 사경을 하면서 부모님을 생각하며 울먹이던 아이들의 모습, 이목소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 하는 모습, 단무지로 발우를 씻어 먹는 게 싫다고 하면서도 무척이나 달게 밥을 먹던 아이들의 모습, 별 총총한 밤 소원을 적은 풍등이 하늘 위로 날아오를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40여 일간의 준비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하나라도 더 가슴에 담아가게 하고 싶은 스님들의 깊고 간절한 마음이 여름불교 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더한 감동을 주었을 것입니다. 올해 또한 작년 못지 않게 멋진 여름불교가 되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

몇 차례 여름불교학교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진정한 포교라고 생각합니다. 인성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미래의 새싹인 아이들에게 좋은 심성을 길러주면서 바르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고 어린이 포교가 시급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간절한 마음은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의 그 간절한 마음이라면 아이들 또한 따스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법을 실천할 수 있는 불기둥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법화경 <방편품>을 인용하며 저의 차례법문을 마치고자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장난으로 모래를 모아 불탑을 만들었어도 그 아이들은 모두 불도를 이루었느니라.

어린아이들이 장난으로 나뭇가지나 붓이나 손톱으로 불상을 그리면 이런 아이들이 차츰 차츰 공덕을 쌓아 대비심을 갖추게 되고 마침내 불도를 이루어서 모든 보살을 교화하고 무량중생을 건지느니라.

대중스님 여러분!! 남은 봄철 무장무애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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