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세 개의 별 아래에 반달 – 心, 三星下半月-사교반 서운

가람지기 | 2021.04.20 08:44 | 조회 749


1년 전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듯 찾아온 코로나19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인간 면역의 한계를 시험하기라도 하는 걸까요. 현재에도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13천명이 넘는 확진자, 28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망자가 1700명이 넘습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현재까지 55만 명이 숨졌습니다. 이는 제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서 나온 미국인 사망자보다 더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비단 우리나라만 겪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 유행하고 있으니 작은 일이 아닐뿐더러, 전세계로 퍼진 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니 마음이 편할 날이 없는 고통과 악몽의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바세계의 고통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바쁘게만 지냈던 시간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참회하고 기도하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봄이 되어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끼는 일이란 요원하기도 하지만 부처님 법안에서 법신을 맞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코로나19와 언택트 시대에 고립감, 우울증, 불안, 불신, 무력감, 좌절, 분노의 표출을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수행해야 할까요?

 

조선 건국 직후 유생들은 국사로 모실 선지식을 찾았습니다. 그들이 던진 물음은 하나였습니다. ‘최초의 부처는 누구입니까(여아시 시초불)?’ 나옹스님께서 희화하며 답했습니다. ‘삼성하반월三星下半月이라!’ 여기서 말하는 삼성하반월은 세 개의 별 아래 반달이라고 하여 마음 심자를 의미합니다.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지어낸 것이라는데 왜 여전히 우리는 괴로울까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어 시중에 나왔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 가장 우려되는 것이 정보의 확산성과 21세기 신흑사병 정보전염병(infodemics)’의 출현입니다. 10년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19가 일상을 위협하는 오늘을 예견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Contagion2011)’은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정보전염병의 위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킹바이러스와 악성루머, 잘못된 정보와 소문으로 우리들의 삶은 자기 상실과 주체성 상실, 자의식 상실의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할 것인가? 이들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백신이 아닌,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백신을 투여해 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2600년 전에 이미 감염병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첫번째는 금강경 법회인유분의 敷座而坐-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선정 백신(stay calm)입니다. 내 마음을 관찰하고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고요하게 살핍니다. 사람들이 불안, 분노, 우울, 짜증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 선정을 통해 긍정적이고 자비로운 마음이 생깁니다. 또 하나 유익한 점은 선정이 면역기능도 강화시킵니다. 선정을 닦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독감 바이러스를 주사하고 난 뒤 혈액 속에 형성된 항체의 양을 조사한 결과 선정을 닦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UC데이비스의 클리포드샤론(Clifford Sharon)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명상은 수명과 노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과 몸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고, 즐거운 마음가짐이 결국 행복으로 가는 고속도로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는 비대면非対面시대에 명상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두번째는 다라니(진언) 백신 입니다. 원각경 제1문수보살장에서, “대비하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이 모임에 찾아온 법중을 위하여 여래께서 본기하신 청정한 인지의 법행을 설하여 주십시오. 또한 보살이 저 대승 중에서 청정심을 발하여 모든 병을 멀리 여의도록 설하여 주시고, 또 미래의 말세중생들 중에서 대승을 구하는 자로 하여금 능히 사견에 떨어지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라고 청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선남자야, 위없는 법왕이 대다라니문이 있으니 원각이라고 부르며, 일체 청정한 진여와 보리와 열반 및 바라밀을 유출하여 보살을 가르친다.” 여기서 원각은 무명의 결박에서 벗어난 최청정각으로 위없는 법왕이 대다라니문이라고 합니다.

다라니는 무량, 무변한 이치를 섭수하여 지니고 잊어버리지 않는 염혜력을 말합니다. 각종 선법善法을 능히 지니므로 능지라 하고, 여러 가지 악법을 능히 막아주므로 능차라고 합니다. 다라니를 수지, 독송하면 한량없는 불법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으므로 어디에 있어도 두려움이 없으며, 장벽이 생겨 모든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게 됩니다. 진언 또한 부처의 참된 경지를 밝히고 무명을 타파하며 마음을 통일하는 거룩한 구절입니다.

 

세 번째는 지혜 백신입니다. 믿을 만한 정보를 골라 잘 습득하고, 비과학적 정보들을 분별해서 정확한 지식을 가질 때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잘 간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경전을 읽고 그 속에 말씀을 새겨서 우리의 삶에 비추어보면 반야지혜가 생깁니다.

 

네번째는 균형 백신입니다. 많은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이성과 감정의 균형을 이루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또한 이 몸을 가지고 깨달음을 실현하고 성불하기 위해서는 먹는 음식이 중요합니다. 법신으로 몸을 보궁 삼아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자연이 주는 제철음식과 알맞은 단백질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는 시기입니다. 장차 자비광명을 펼칠 법신의 몸에 자연이 주는 선물을 약으로 삼아 마음의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사랑과 타인사랑 백신입니다. 지나온 시간동안 자신이 받은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하며 자비와 사랑으로 채웁니다. 상응부경전 중에, “이 세상에 자기 자신보다 사랑스러운 존재는 없다. 그러므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남도 사랑하고 해치지 않습니다.” KT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건넨 말은 “TV 좀 켜줘또는 지금 몇 시니?” 같은 기능적인 질문들 대신 사랑해입니다. 이어서 안녕!”뭐해?”가 인공지능 지니에게 많이 건네어졌습니다. 첨단 기술이 주는 편리성을 넘어 인간성을 갖춘 기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021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서 온택트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나, “인간의 손길과 마음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도화된 강력한 기술이 인간이 지니는 고유한 마음을 만날 때에, 비로소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크기가 무한대로 확장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백신을 맞고 실천을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탐진치로 물든 마음(성내고 화나는 마음) 한 켠에 자비의 마음이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덕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있기에 그것을 없애려고 수행하니 어쩌면 우리의 선지식은 탐욕과 분노로 가득한 이 사바세계가 아닐까요?

금강경 선현기청분에서, 세존 선남자선여인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 응운하주 운하항복기심-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오니, 응당 (깨달은 마음을) 어떻게 머무르며, 어떻게 그 마음(번뇌망상)을 항복 받으오리까? 수보리가 일체중생을 보니 조급하고 흔들려서 머물지 못하는 것이 마치 창문 틈으로 비치는 티끌과 같고 요동치는 마음이 회오리 바람이 일어난 것 같아 묻기를 부처님께서 4가지 마음(四心-廣大心, 第一心, 常心, 不顚倒心)에 안주시키도록 하신 것이니, 육도행六度行을 닦아 그 가운데서 마음을 항복받고 상에 집착하지 말라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4가지 마음은 일체중생을 구제하고 삼계를 널리 제도하고자 하는 마음, 보리심을 내어 깨달으려는 마음, 깊고 심화된 마음이 여일하게 유지되어 무상정등각을 실천하려는 마음, 전도되지 않은 마음입니다. 4가지 마음으로 집착함이 없이 일체중생을 공경하는 것이 곧 그 마음을 항복받는 것이 됩니다. 그렇기에 코로나바이러스와 인공지능의 흡사 전쟁 같은 상황에서도 이를 선지식 삼아 미래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 반드시 참고 극복하고 이겨내서 평화와 자비의 길을 갈 수 있기를 염원하게 됩니다.

 

어쩌면 모든 재앙은 우리 인간 스스로 만든 측면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한편으로는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인류의 삶을 깊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밖으로 향해 있던 마음을 안으로 돌리며,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이타행이 실천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저를 변화시키고 다듬기 위해서 같이 있어준 모든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하며, 그마저 몸부림쳤던 저를 참회하고 사부대중 스님들을 공경하며 법문 마치겠습니다.

해산스님께서 대중에게 설법할 때 하신 게송을 들려드리면,

 

백의 관음은 소리 없는 설법을 하는데

남순동자는 들음이 없이 듣는다

병속의 버들은 언제나 여름이요

바위 앞의 댓잎은 어디서나 봄이로다

 

성불하십시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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