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화엄반 혜광

가람지기 | 2021.04.20 10:03 | 조회 1082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혜광입니다.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라는 주제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항간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최종 목적지와 그 과정.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불도를 닦는 사람으로서의 답은 가는 길이 중요하다입니다. 바른 과정 없이 바른 결과는 있을 수 없고, 원인이 충분히 채워지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대중스님들, 부처님을 닮고 싶으십니까? 그 목적을 위해서는 부처님이 수행하신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를 우리도 닦아 원인을 채워야 합니다. 대반열반경에 부처님의 마지막 직계제자 수밧다가 병상의 세존을 겨우 만나 뵙고 외도들에 대해 여쭈었을 때, 세존께서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하시며,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가 있으면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네 가지 도과가 있는 불교라 할 수 있고,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가 없으면 네 가지 도과도 없으며 불교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란 무엇일까요?

 

저희가 팔정도라 부르는 이 길은 부처님 가르침 중 핵심으로 꼽힙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요? 정견正見정사正思惟정어正語정업正業정명正命정정진正精進정념正念정정正定을 말합니다. 삼학三學인 계와도 연결되어 있는데요, 정견과 정사유가 지혜, 정어정업정명이 계, 정정진정념정정이 선정에 해당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인계생정 인정발혜因戒生定 因定發慧), 계로 인해 선정이 생기고 선정에서 지혜가 발한다고 설하셨는데, 팔정도에서는 삼학의 마지막 지혜의 두 가지가 앞서 나오고 두 번째로 , 다음으로 선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먼저 삼학에 들어서게 하려면 예비적인 바른 견해와 바른 사유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인 정견. 바른 견해란 무엇일까요?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괴로움에 대한 지혜, 괴로움의 일어남에 대한 지혜,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지혜,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에 대한 지혜,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바른 견해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사성제지요. . 오온인 이 몸과 마음이 괴로움임을. . 이 고통의 원인은 갈애이고. . 갈애가 소멸하면 괴로움도 없어지며. . 그 소멸로 가는 길을 아는 것입니다.

 

두 번째인 정사유. 바른 사유에 대한 부처님 말씀입니다. “출리에 대한 사유, 악의 없음에 대한 사유, 해코지 않음에 대한 사유, 이를 일러 바른 사유라 한다.” 출리-욕심 놓음은 탐냄과 반대되고, 악의 없음 즉 선의는 악의와, 해코지 않음은 해치는 것과 반대되지요. 부처님께서는 생각이 두 갈래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갈래는 나와 남에게 해를 주며 지혜를 흐리게 하고 열반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을 보셨고, 다른 갈래는 이로움을 주고, 지혜를 키우며 열반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바른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하시어 완성에까지 이르셨지요.

 

견해와 사유가 바르게 세워지면 생각에서 나오는 말과 행위, 생계는 저절로 바르게 됩니다. 반대로 견해와 사유가 바르지 않으면 같은 행위를 한다 해도 그 결과는 고를 더하는 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경을 보는 것도 고의 소멸을 위해 출리심을 발하며 한다면 선업이 되겠지만, 지식을 탐하거나 명예를 얻고자 한다면 악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 정어, 네 번째 정업, 다섯 번째인 정명은 삼학 중 무엇에 해당되나요? 계입니다. 바른 말과 행위는 악한 말과 행위를 피하는 것인데, 새벽마다 기도하는 천수경에 십악참회가 나오지요. 구업은 망어기어양설악구, 신업은 살생투도사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무엇이 바른 말인가? 거짓말을 삼가고 중상모략을 삼가고 욕설을 삼가고 잡담을 삼가는 것 이를 일러 바른 말이라 한다. 무엇이 바른 행위인가? 살생을 삼가고 도둑질을 삼가고 삿된 음행을 삼가는 것 이를 일러 바른 행위라 한다. 무엇이 바른 생계인가? 비구들이여, 성스러운 제자는 삿된 생계를 제거하고 바른 생계로 생명을 영위한다. 이를 일러 바른 생계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은 잡담을 삼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치문 때부터 강조되어온 묵언은 바르지 않은 말을 줄여서 구업을 닦아 주는데, 알면서도 많은 순간 필요 없는 말을 하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청정한 행위를 기반으로 다음 선정의 단계에 나아갑니다. 바른 노력바른 마음챙김바른 집중이지요. 여섯 번째 정정진. 바른 노력은 무엇일까요?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무엇이 바른 정진인가? 여기 비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악하고 해로운 법들을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열의를 생기게 하고 정진하고 힘을 내고 마음을 다잡고 애를 쓴다. 이미 일어난 사악하고 해로운 법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유익한 법들을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이미 일어난 유익한 법들을 지속시키고 사라지지 않게 하고 증장시키고 충만하게 하고 닦아서 성취하기 위해서 열의를 생기게 하고 정진하고 힘을 내고 마음을 다잡고 애를 쓴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바른 정진이라 한다.”하십니다. 뭔가 익숙하시지요? 37조도품의 하나인 사정근(四正勤)입니다. 이미 생긴 악을 없애고, 아직 생기지 않은 악은 예방하고, 이미 생긴 선을 더 자라게 하고, 아직 생기지 않은 선은 일어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중요한 열의를 생기게 하고 정진하고 힘을 내고 마음을 다잡고 애를 써야만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마음은 그냥 두면 너무나 쉽게 불선한 쪽으로 가버리지요. 얇은 얼음 밟듯 알아차리며 순간순간 애를 써야만 선한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매일 느끼는 요즘입니다.

 

바른 노력 다음은 뭐였지요? 일곱 번째 정념. 바른 마음챙김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바른 마음챙김인가? 여기 비구는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김하며 머문다. 느낌에서 느낌을 관찰하며 머문다.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머문다. 법에서 법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김하며 머문다. 이를 일러 바른 마음챙김이라 한다.” 이 또한 익숙한 분들이 계실 텐데요, 역시 37조도품 중 첫 번째로 언급되는 신수심법身受心法 곧 몸, 느낌, 마음, 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사념처四念處입니다.

 

여덟 번째 정정. 바른 집중 곧 삼매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바른 삼매인가? 여기 비구는 감각적 욕망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해로운 법들을 떨쳐버린 뒤, 일으킨 생각과 지속적인 고찰이 있는, 떨쳐버렸음에서 생긴 희열과 행복이 있는 초선에 들어 머문다. 삼매에서 생긴 희열과 행복이 있는 2선에 들어 머문다. 평온하게 마음챙김하며 행복하게 머문다고 묘사하는 3선에 들어 머문다.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으며, 평온으로 인해 마음챙김이 청정한 4선에 들어 머문다. 이를 일러 바른 삼매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선정은 얻기 어려운 만큼 무거운 업으로 죽을 때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바로 지금 행복하게 살도록 해줍니다. 열반에 이르는 가까운 원인이기도 하지요.

 

이상 부처님의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부처님께서는 팔정도를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의 성스러운 진리라고 하셨습니다. 보시면 우리가 일평생 닦아야할 것들이 모두 들어있지 않습니까? 아무쪼록 동업으로 묶인 저희가 바른 도를 힘써 닦아 탐번뇌의 고통에서 벗어나 선정과 열반에 이를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성불하십시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