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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미공개 친필편지 <마음하는 아우야> 신간 출판 - 퍼온 기사

한마음 | 2011.04.26 18:24 | 조회 3899

啞雲의 넋두리~鼠捕 | 한 아운
http://blog.naver.com/yalee1212/50110035073

젊은 날, 법정스님이 동생에게 보낸 편지글 

[책] <마음하는 아우야!>
11.04.23 13:56 ㅣ최종 업데이트 11.04.25 16:12
 
 
  

말빚을 거둬들이라는 유언에도 불구하고

편지글을 엮은 이유에 대해 사촌동생 박성

직씨는 "법정스님 내면에 다감하고 따뜻한

 면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일 뿐"

이라고 말한다.

ⓒ 최진섭
법정

그동안 풀어 논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하여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

 

지난해 3월, 세수 79세(법랍 55세)의 나이로 입적한 법정스님이 남긴 유언장의 한 대목이다. 그런데 서점에는 입적 1주기를 맞이해 스님의 말빚이 한 권 더 쌓였다. 법정스님이 전남대 상과대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출가를 결심한 1955년(24세)부터 10여 년간 사촌동생과 주고받은 미공개 편지글을 엮은 책 <마음하는 아우야!>가 바로 그것이다.

 

반세기가 지나 누렇게 색이 바랜 우편봉함엽서와  원고지의 원본 이미지로 편집된 이 책을 읽다 보면 고뇌하는 젊은 수행자의 육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는 동생 박성직에게 구해달라고 하거나, 일독을 권유한 책들이다. 이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청년 법정이 파고들던 고뇌의 심원을 헤아릴 수 있다.

 

20대 청년 법정이 읽던 책들

 

"<현대문학> 9월호가 나왔거든  신자네(고모님 딸) 누님한테서 돈 꾸어서 사 보내주었으면 쓰겠다."(1955. 8. 12.)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읽도록 하여라. 이태준씨의 작품은 모두 훌륭한 것들이다.(지금은 북쪽으로 가 계시는 분이다.) 이름 있는 작가의 것을 골라서 읽어야 할 것이다."(1957. 10. 7.)

 

"내 책장에서 읽을 만한 것을 골라서 읽고 잘 보존하여라. 나프탈렌을 넣어두면 좀이 들지 않을 것이다. <원효대사>를 구해 읽어라."(1958. 5. 13.)

 

"'괴로움을 뚫고 기쁨으로!'라는 베토벤의 철학. 고난 속에서도 훌륭한 음악을 탄생시킨 베토벤! 나의 젊은 날의 스승이여! 책장 속에 로맹 롤랑이 쓴 <베토벤의 생애>가 있을 것이다. 아직 안 읽어보았다면 읽어 보아라. 재독도 좋다."(1958.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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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일주문 앞에 사촌동생 박성직과 함께 선 법정스님. 법정스님은 동생에게 오직 '진실하라'는 생활신조를 유산으로 주고 싶어 했다.
ⓒ 최진섭
법정

"마하트마 간디는 내가 존경하는 인격 가운데 하나다. 너에게도 많은 공감이 있을 줄 안다. 유달영씨의 <인생노트>는 읽었느냐? 읽은 뒤의 느낌은?"(1959. 5. 1.)

 

"서울법대에 계신 황산덕 교수께서 지난 해 여름부터 나에게 <사상계>지를 보내주고 있다. 거기에서 유달영 선생님과 함께 함석헌 선생님의 글을 감명 깊게 읽을 수 있었다."(1959.10.11)

 

"어떤 위치에 있든지 책과 펜만은 놓치지 말아라"고 아우에게 일러주는 법정스님은 "책을 항상 가까이 하여라. 어떠한 위치에 서나 인간성장을  쉬어선 안 될 것"이라며 편지글에서 여러 차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음하는 아우야!>에는 계산하며 사는데 익숙한 젊은이들이 가슴에 새겨둘 말도 많다.

 

"인생이 상품거래 같은 장사는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 둘 것은, 인생이 상품거래와 같은 장사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얼마의 밑천을 들였기에 얼마를 벌어들여야 한다는 것은, 정말 인간을 생명이 없는 상품으로 오산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저 성실하게,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내려 봐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1961. 9. 12.)

 

법정스님은 스물일곱 되던 해인1959년, 당시 열아홉 살 나이의 동생에게 '진실하라'는 생활신조를 전해주기도 했다. 우리 모두에게 평생토록 귀감이 될 만한 말이다.

 

"일체의 생활에 진실이면 통한다. 설사 눈앞에 손해 볼 일이라 할지라도 진실이면 그만이다. 결코 거짓된 것과 비굴에 타협하지 말아라. 가령 연애에도 진실이 아니면 그건 죄악이다. 무슨 일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하여라. 여기 비로소 인간성장의 싹이 틀 것이다. 나를 키워나가야 한다. 깊이 명심하고 실행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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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하는 아우야> 겉그림. 스물네 살 되던 해 출가한 직후부터 십여 년간 사촌동생 박성직씨에게 보낸 편지글을 묶은 책이 출간됐다.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법정 스님의 다정다감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 녹야원
법정

"불교 중에서도 종교적인 면은 나를 질식케 하지만 철학의 영역만은 나를 언제까지고 젊게 하고 있지"라고 고백한 스님이지만 수도자의 자세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했다.

 

"거짓 없이 너에게 말하마. 형아는 금생뿐이 아니고 세세생생 수도승이 되어 생사해탈의 무상도를 이루리라. 하여, 고통바다에서 헤매는 내 이웃을 건지리로다."(1959. 3. 10.)

 

법정스님이 말빚을 모두 거둬 들이라는 유언을 남겼음에도 출가 직후 젊은 시절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편지글을 엮어낸 것에 대해 아우 박성직씨는 "법정스님 내면의 다감하고 따뜻한 면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청개구리 짓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아직 살아 계시다면 모두 쓸데없는 짓이라고 꾸짖으시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제게 주신 스님의 육필을 모아 이렇게 책으로 엮는 뜻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스님이 수행자로서 지니신 기상이 더러 어떤 사람들에겐 지나치게 차갑고 비정하게 느껴졌을지 몰라, 스님 내면에 이토록 다감하고 따뜻한 면들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일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마음하는 아우야>(법정 씀, 박성직 엮음, 녹야원 펴냄, 2011년, 18500원)
<마음하는 아우야>의 주인공인 박성직씨는 법정 스님의 사촌동생이다. 유년시절 법정스님과 한집에서 같은 방을 쓰며 친형제처럼 자랐다. 스님이 홀연 출가한 뒤 방황하던 청년시절, 스님이 보내주신 편지글로 마음자리를 가지런히 잡을 수 있었다. 결혼한 뒤에도 법정스님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으며 법정스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스님을 대신해 이십여 년 동안 제사를 지내고 있다. 1986년 불일암에서 부부가 함께 법정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계를 받았다. 청년시절, 영혼의 양식으로 삼았던 스님의 편지를 이 시대에 방황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엮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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