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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국수 한 그릇

가람지기 | 2010.06.15 12:41 | 조회 4013

“따뜻한 국수 한 그릇, 외로움을 녹이다”

‘깨달음과 나눔’ 무료급식 현장

 지난 6일 깨달음과 나눔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국수 등을 건네고 있다.

 

 

1층 빌라 주차장을 ‘무료급식소’로 개조해서

10년 동안 쉬지 않고 독거어르신 점심 대접

100여 명 할머니 할아버지…“고맙고 미안해”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송파구 마천1동 아원빌라 1층 주차장은 매주 일요일마다 무료급식소로 변한다. ‘사단법인 깨달음과 나눔(이사장 정오스님)’은 지난 2001년부터 명절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매주 일요일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충일인 지난 6일에도 어김없이 문을 열고 100여 명의 독거어르신들에게 따뜻한 공양물을 올렸다.

“할머니, 어서 오세요.” “염치없이 또 왔어.” “그런 말씀 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오전9시50분이 되자 하나, 둘씩 무료급식소를 찾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원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국수와 해물파전, 떡, 김치가 식탁에 차려졌다. 김금복(80, 마천2동)할머니는 “가까운 곳에 살다가 최근 이사를 가서 운동도 할 겸 해서 30분 정도 쉬엄쉬엄 걸어왔다”면서 “매주 일요일마다 부담 없이 맛난 음식을 먹고 갈 수 있어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고 감사인사를 건넸다.

깨달음과 나눔 무료급식소의 시초는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근 복지관이 휴관하는 주말마다 끼니를 거르는 독거어르신이 많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이매옥 깨달음과 나눔 상임이사가 평소 인연이 있던 무당집에서 굿하고 남은 음식을 가져다가 다시 조리한 뒤 마천동 일대 독거어르신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최대 320세대에 음식을 배달하며 소년소녀가장과 독거어르신 생활비를 지원하던 이매옥 상임이사는 안정적으로 무료공양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 짓는 빌라 1층을 무료급식소로 만들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빌라 1층 주차장을 무료급식소로 활용하기 위해 분양가를 시세보다 대폭 낮춰 분양하는 희생도 감수했다. 최대 380여명까지 찾았던 무료급식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 2명. 설거지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일 때면 약수터를 찾았다 돌아가던 이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자원봉사를 해줄 때마다 초심을 다시 되새겼다.

무료급식소가 입소문이 나고 뜻을 같이하는 불자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현재는 17명의 자원봉사자 모임이 결성돼 매주 10명 남짓한 봉사자가 무료급식에서 손을 거들고 있다. 하지만 현재 깨달음과 나눔 무료급식소 인근 지역이 위례신도시로 개발되면서 현재는 100여 명이 무료급식소를 찾고 있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뒤에도 옛 정과 맛을 잊지 못해 한 번씩 찾는 어르신들이 있다고 김창환 사무장은 귀띔했다. 깨달음과 나눔은 무료급식과 더불어 어버이날에 즈음해 경로잔치, 명절 선물 및 공양물 전달, 가을에는 김장김치 500포기를 담아 독거어르신들에게 전하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주방에서 직접 국수를 삶고 국물을 우려내는 박재영(58, 법명 천일) 깨달음과 나눔 감사는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10년 넘게 자원봉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매옥 상임이사를 중심으로 뜻을 같이하는 140여 명의 불자들은 지난 해 7월 사단법인 깨달음과 나눔을 발족하며 봉사활동의 영역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3만9669㎡(1만2000평) 규모의 양평군 부지에 종합복지관과 보육원, 사찰, 연못, 공원, 12가구 규모의 전원주택 등이 들어서는 복지타운을 조성하고 서울시내에 연꽃유치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매옥(56, 법명 연포도) 깨달음과 나눔 상임이사는 “부처님 앞에서 평생 동안 수입금의 10%이상을 이웃과 함께 나누겠다는 서원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뜻을 모아 다양한 복지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 2631호/ 6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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