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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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운문사를 걸으며

가람지기 | 2009.09.30 17:39 | 조회 3050
안녕하세요, 가람지기입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저희 운문사에는 일주문 등
여타의 사찰에서 보실 수 있는 문이 없습니다.
굳이 일주문이라고 하자면 매표소 옆 입구 좌우에 있는
돌기둥이 일주문이라고 할까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만들지 않았을 뿐이죠.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등은
모두가 속세를 여의고 불국토로 나아감을 상징하는,
말 그대로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저희 운문사는 승가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사찰이고 보니
상징성 보다는 실질적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실천함에 더욱 주력하라는 뜻이 아닐까,
학인스님들끼리 짐작만 해 볼 뿐입니다.

또한 "대웅전" "대웅보전"이라는 현판은,
부처님의 별칭 가운데 하나인 "대웅(大雄:큰 영웅)"이라는 이름을 써서
이 전각에 부처님이 계심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대웅전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운문사에는 보물 835호인 비로전과
1994년에 신축한 건물이 모두 대웅보전이라는 현판을 걸고 있어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요,
실질적으로 대웅전-즉 사찰에서 신앙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공간은
새로 생긴 대웅전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 보물 835호 비로전은
문화재 등록 당시 "운문사 대웅보전"이라고 등록되었기 때문에
운문사의 편의대로 현판을 바꿔 걸 수 없는 문제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도량 내 대웅전이 두 곳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메아리 길을 걸어 보셨다고 하니, 참 반갑네요.
운문사의 숙원 사업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동안 별도의 보행로가 없어서,
그 좋은 환경을 100% 나눠 드릴 수 없음이 안타까웠는데,
지난 여름 새로 단장한 곳이 바로 메아리 길이랍니다.
그 길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들이 본디 태어났던
자연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운문사 대중스님들의 바람이랍니다.

하지만...
초록색 쇠기둥을 말씀하셨는데요,
솔숲에 길을 놓아 개방을 하는 문제를 두고도
많은 우려가 있었답니다.

운문사 솔숲은 높고 푸른 소나무의 기상을 본받기에
더 없이 좋은 공간입니다만,
일제시대 및 남북 전쟁을 거치면서
송진수탈의 현장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운문사 솔숲의 소나무들은 거의 모두
"V" 모양으로 깊게 패인 흉터를
아직도 가지고 있답니다.

그러나, 흉터를 가졌을 지언정
그 역시 우리들의 과거라고 인정하여
정말 오랫동안 소중하게 가꿔온 곳이 운문사 솔숲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솔숲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싶은 것이
또한 운문사 대중들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메아리 길을 개방 한 후, 이상한 현상을 보았습니다.
황토로 잘 가꿔 놓은 메아리 길을 두고
메아리 길과 차도 사이,
즉 길이 없는 솔숲을 마구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 그것입니다.

지적하신 나무 기둥과 초록 기둥이
보행로를 안내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이제 막 만들어 처음 개방한 곳이고 보니
이용하시는 분들께 조금은 정리가 덜 된 듯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적해 주시는 문제들을 바탕으로
더욱 좋은 공간을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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