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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매" 이야기

사냥꾼 | 2009.08.19 03:09 | 조회 3255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직접 체험하는 송골매 사냥’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힘차게 나르는 매 사진과 함께 ‘벤쿠버 동물원에서는 송골매 사냥 체험행사인 프레이쇼(Prey Show)가 열렸다.’ 는 한 줄의 기사였지요. 

  


                                             직접 체험하는 송골매 사냥

<사진출처 : Newsis 2009.07.29일 기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3&aid=0002796861>


우리나라 전통의 매사냥과 매꾼 이야기


  


인터뷰365 매로 꿩을 잡는 사냥꾼, 무형문화재 박정오
<사진출처 -
http://interview365.com/client/news/view.asp?sidx=1302>


전북 진안에 30여년째 전통 매사냥 기법을 이어오고 있는 박정오씨는 전북도 무형문화재 20호로 선정된 매꾼입니다.
전통적인 매사냥은 매를 길들여 겨울철 꿩이나 토끼, 비둘기 등을 사냥하도록 부리는 것으로 고조선 시대 만주 지방에서 시작돼 삼국, 고려시대 당시 성행했습니다.
고려시대 충렬왕은 처음으로 매의 사육과 매사냥을 담당하는 응방(鷹坊)이라는 관청을 두었고, 원나라에 조공으로 매를 바쳤으며 조선시대에는 ‘내응방’이라는 관청을 두고 매사냥을 국가적으로 관리했다는 기록이 전해옵니다.

특히 ‘해동청(海東靑)’은 영리한 최고의 사냥매로 중국의 황제들까지 극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고려시대 원나라에 조공물로 바친 '해동 청보라매'('해동청 보라매'라고도 함)는 백령도와 옹진반도 일대에서 나는 몸이 작고 날렵한 매로서 영리하고 사람 손에 얹고 다니기가 수월해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해동은 고려를 일컫는 말이고 '청보라매'는 멀리서 보면 매에서 파란 기운이 나거나, 매의 청정한 기세를 일컬어 붙인 이름인 듯합니다.

  

                                 보라매 
<사진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02144
>


야생의 매를 잡아 사람에게 익숙해지도록 20여일을 팔뚝에 붙들여 매어놓고 길을 들여 충분히 봉받이(매사냥에서
매를 부리는 사람)와 친해진 후, 꿩털이꾼 5-6명과 조를 짜 산에 오릅니다.
꿩털이꾼에 쫓긴 꿩이 하늘로 날아오르면 봉받이가 매를 띄워 꿩을 낚아채도록 하여 사냥을 합니다.
매사냥의 관건은 매와 봉받이가 얼마나 한 몸처럼 움직이는가입니다.
둘 사이 호흡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봉받이가 띄운 매가 돌아오지 않고 영영 날아가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번 잡은 매는 개나 고양이처럼 집에서 기르면서 반려하며 사냥을 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과는 달리 매는 겨울 철새인 만큼 1년에 1-2마리만 잡아 그해 겨울 사냥을 함께 한 뒤 봄이 오면 떠나 보낸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매꾼들은 매를 ‘잡는다’고 하지 않고 ‘받는다’고 합니다.

내가 잡았고 내것이라 해서 묶어두는게 아니라 동물의 도움을 받고 다시 자연으로 보내주는 모습.
내가 부리는 동물, 사냥 도구라는 생각보다는 함께 사냥하는 동료라는 공존의 자세.
사람과 자연, 사람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며 도와주는 모습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던 매, 멸종 위기

우리 고전작품에서도 유독 ‘매’가 많이 등장합니다.

'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어 남는 고개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 쉬어 넘는 고봉 장성령 고개
 그 너머 님이 왔다 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어 넘어 가리라 '


님을 기다리는 애달픈 마음을 ‘매’를 등장시켜 멋지게 풀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바람과 구름이 쉬어갈 정도로
높은 고개이며 사냥매도 한 번에 넘지 못하는 높은 장성령 고개를 님이 온다고 한다면 화자(작품 속의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넘어 가겠다는 님을 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이 잘 표현되어있지요.

이렇듯 ‘매’가 작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겠습니다.
 

' 선생은 매가 하늘을 빙빙 돌거나 땅으로 내리박힐 때 그 시원스런 동작을 보신 일이 있겠지요. 그건 아름답습니다. 아마 선생도 그렇게 생각하셨겠지요. 하지만 난 알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이청준 소설 <매잡이>중에서-


이청준의 소설 '매잡이' 에서는 장인으로 살면서 사라져가는 매와 매잡이 전통을 지키다 굶어죽어가는 매잡이
곽씨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6.25 전쟁 이후 매사냥 풍습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 현재는 박정오씨를 포함, 2명만이 매사냥 기능보유자로 지정돼 전통 기법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매는 환경 오염과 더불어 점점 사라져가서 현재 천연기념물 제323호, 환경부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자연과 소통하고 공생하던 관계를 보여주는 매사냥이 사라져가는 것도, 하늘로 날아올라 용맹스럽게 꿩사냥을
하던 매가 멸종되어 가는 것도 너무나 아쉽습니다.

굴업도에 국내 최대 '매' 서식지 발견

이런 아쉬운 맘을 가지고 있던 중,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년 제가 다녀왔던 굴업도에 국내 최대 ‘매’ 번식지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굴업도(서해 옹진 반도 섬 중 하나)에서 발견된 매는 어쩌면 중국 황제까지 극찬했다던 바로 그 해동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 굴업도까페 http://cafe.daum.net/gulupdo>

굴업도에 토끼섬을 비롯하여 최소 3곳에 매가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현장 조사를 한 결과 3개의 둥지에서 총 9마리의 새끼들이 올해 번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작은 굴업도에서 3쌍의 매가 번식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 정도라면 매 번식지로서 섬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등의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간 한국의 사라져가는 새들을 취재·촬영해 온 문화일보 김연수 사진부장(우이령보존회 생태탐방위원장)의 말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생태조사단의 김창회 박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매 번식지는 통영 소매물도, 부산 태종대, 제주 성산포, 옹진 연평도 등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며 “이들 번식지에서도 1쌍이 겨우 새끼 1마리를 키울 정도인데, 작은 섬에 둥지가 3개가 있고 한 둥지에서 새끼 3마리가 번식했다는 것은 굴업도의 생태환경 이 얼마나 좋은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퍼온글 : 굴업도까페 http://cafe.daum.net/gulupdo?t__nil_cafemy=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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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곳, 멸종위기 희귀동물이 사는 굴업도에 CJ 그룹에서 골프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골프장을 만들면 매의 먹이인 새들이 엄청 줄어들 것입니다. 농약에 찌든 잔디에 새들이 올리 없고 오염된 바다에 먹을 것이 없으니 바다새도 없어지겠지요, 굴업도 매라고 CJ가 만든 통조림을 먹을 것도 아니고 결국 매는 사라져야겠지요. 

비단 매 뿐만이 아니겠지만, 매가 사라지면 예부터 전해오는 우리네 전통도, 정신도 사라지게 됩니다.
매잡이 전통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 조상들은 자연 속에서 동물과 공생했었지요.
자연은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간의 것’이 아닌 자연 속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야할 공간’ 입니다.

돈으로 골프장을 짓고, 돈이면 다 되고, 돈 쓰는데 집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돈 주고는 못 볼 매, 돈 주고도 돌이킬 수 없는 자연 때문에 분명 후회할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 매가 살고 있는 굴업도를 지켜주세요.
골프채 휘둘러 멸종 위기의 매를 쫓아내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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